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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조원진 최고위원.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조원진 최고위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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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유체이탈 화법'이라 불렸다. 틀렸다. 최순실씨의 도움을 받아야 "통일은 대박"이고, "혼이 비정상"이란 자신만의 화법을 구사할 수 있었다. 어차피 여타 연설문은 비서관들이 써줬고, VIP 문건에서 따온 말이었으며, 그나마도 재탕삼탕으로 우려먹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됐다.

그 박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에 숨어 말을 극도로 아끼고 있다. 반면 말의 성찬을 벌이는 이들이 있다. 정유라의 말이 아니다.

오늘(19일) 다시 '100만 촛불'이 전국적으로 타오를 것이 예고되자, 이들이 격렬하게 저항하는 중이다. 아니, '저항'이란 좋은 의미가 퇴색된다. 이 정부 들어 오염된 언어가 너무도 많다. 바꿔 보자. 격렬하게 자기 간증으로 본색을 드러내는 중이다. 이로써 우리는 제대로 식별하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일파의 진짜 '부역자들'이 누구인지.

"촛불집회 주도세력을 너무나 잘 알기에 이들은 분명 문제가 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지난 18일 김 전 지사가 경북 영천노인대학에서 열린 특강에서 했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국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저 '국익' 레토릭을 등장시켰고, 아니나 다를까 '북핵' 운운하며 "친북세력이 활개치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 얼마나 지겹도록 반복돼왔던, 박 대통령과 여권이 부르짖던 논리던가. 

다른 '친박'들도 별반 차이가 없다. 

"진실이 규명되기도 전의 일시적 분풀이이며 마녀사냥이다." (정홍원 전 국무총리)
"초헌법적 여론몰이의 인민재판이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바람이 불면 촛불은 꺼진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

'부역자들' 리스트가 당신들을 떨게 하리라

트위터와 SNS를 통해 퍼진 '박근혜-최순실 부역자 리스트'
 트위터와 SNS를 통해 퍼진 '박근혜-최순실 부역자 리스트'
ⓒ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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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이고 현직이고 가릴 것 없다. 마치, 지금 박 대통령이 무너지면 자신들도 함께 고꾸라질 거란 걸 잘 아는 것처럼 처절하게 '100만 촛불'의 민심에 반발하는 중이다. 이정현 대표는 "왜 4900만 국민은 보지 않느냐"고 했다. 그런데 말이다. 백 번 양보해서, 박 대통령이 그렇게도 맹신한다던 여론조사는 왜 보지 않는가.

3주 연속 박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이 5%(한국갤럽 18일자 조사)를 찍었다. 가장 보수적이라는 한국갤럽 조사다. 자신들의 표밭이라 인식했던 60대 이상 지지율이 9%에 그쳤다. 이것만으로도 기록적이다. 그 반대편에 20대가 1%, 30대는 0%로 나타났다. 기네스북에 올라도 시원찮을 판이다. 그런데도 그 '민심'을 못 본 척, 대통령만 믿고 간다. 대의민주주의의 대변인들인 국회의원, 정치인으로서의 기본 자질을 박탈해도 시원찮다.

그런데 어떡하나. 국민들이 당신들보다 더 지적이고 현명하며 세상의, 민심의 도도한 흐름에 훨씬 적응이 빠른 것을. 이미 트위터를 중심으로 한 SNS를 통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부역자 리스트(아래 박근혜 부역자 리스트)가 급속도로 퍼지는 중이다.

현재는 주로 현직 국회의원들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아마도 박 대통령의 검찰 조사가 진행되고, 여타 공범들과 혐의가 입증되는 순간 이 리스트는 장관급을 비롯한 정권 핵심인사부터 정부 관료, 전현직 새누리당 의원, 박근혜 대통령 측근, 재계, 언론계를 비롯한 각계 인사들로까지 퍼질지 모른다.

억울해 하실 필요 없다. 박근혜 정부가 만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인원이 무려 9473명이었다. 반면 박근혜 부역자 리스트는 현재 28명에 불과하다. 최경환·이정현·조원진·최연혜·김진태 의원 등 '진박', '친박' 새누리당 의원들뿐이다. 최순실 특검법을 반대하고, 특검법 표결에 기권한 의원들과 특검법안 및 국정조사요구안 서명에 불참한 의원들만 꼽은 것이다.

이 리스트가 확장되는 순간, 국민들도 '행동'에 동참할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부역한 정치인에게는 표를 주지 않을 것이고, 적극적으로 가담한 기업들은 불매 운동에 들어갈 것이다. 그 부역자들에게는 총체적인 불신만이 남을 것이다. 광장에서 뭇매를 맞고 비난을 받고 있는 MBC·KBS 보도국 차량이나 기자들이 일례다. 그리고 김진태 의원의 지역구 춘천시민들도 행동에 나서고 있다.

"최순실을 청와대에서 정식 근무 시켰어야"라는 사람들 믿고 갈 건가

'최순실 특검법' 처리를 막고 있는 새누리당 소속 권성동 국회 법사위원장과 김진태 의원(왼쪽)이 17일 오후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진태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특별검사 추천권을 야당이 갖도록 한 특검법안 원안 수정을 요구하며 "촛불은 촛불일 뿐이지 결국 바람이 불면 다 꺼지게 돼 있다"고 말해 100만 촛불 폄훼 논란을 일으켰다.
 '최순실 특검법' 처리를 막고 있는 새누리당 소속 권성동 국회 법사위원장과 김진태 의원(왼쪽)이 17일 오후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진태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특별검사 추천권을 야당이 갖도록 한 특검법안 원안 수정을 요구하며 "촛불은 촛불일 뿐이지 결국 바람이 불면 다 꺼지게 돼 있다"고 말해 100만 촛불 폄훼 논란을 일으켰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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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박근혜 퇴진 춘천시민행동'은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연다고 밝혔다. 민중총궐기 주최측 추산 100만 모이는 19일 집회에서 일부 춘천 시민 참가자들은 '춘천 로데오거리를 출발해 스무숲, 하이마트, 김진태 의원 사무실'로 이어지는 행진을 계획하고 있다.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는 발언으로 논란이 된 김진태 의원의 사무실 앞에 그 촛불이 켜지는 것이다. 

이러한 촛불이 일시적이라고? 정 믿음이 안 간다면, 오늘(19일)만큼은 직접 광화문광장으로, 자기 지역구 집회 장소로 발걸음을 옮기시라. 그 안에서 진짜 민심이 어느 정도인지, 또 그 열기가 얼마나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지 직접 체험하시라.

특히 민중총궐기 참석 학생들에게 "종북" 운운했던 김진태 의원은 고3 수험생들의 이 정부에 대한 분노가 어느 만큼인지, 세월호 참사와 국정교과서 논란을 몸소 겪어야 했던 그 10대들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하시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어버이연합을 위시한 '박사모' 등 박근혜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자 5%와 새누리당 지지자들을 믿겠다면, 말리진 않겠다. 하지만 이 발언은 꼭 새겨 들으시길.

"일단 저희들도 섭섭한 부분은 최순실하고 논의를 했다는 건 섭섭합니다. 또 하나 최순실을 정상적으로 청와대에 근무하게 했으면 아무 일이 없을 텐데 바깥에 놔두고 논의를 했다는 건 문제가 됩니다. 그 부분은 저희도 씁쓸합니다."

18일 오후,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한 박사모 정광용 회장의 말이다. 박 대통령에게 섭섭한 것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정상적으로 청와대에 근무하게 했으면 아무일 없었다"고 말했다. 얼마 남지 않은 박 대통령 지지자들의 수준이, 상황인식 이 정도다.

이들만 믿고 가겠다는 '부역자들'의 앞날에 축복이 있으시길. 다만, 희대의 국정 농단 사태의 공범으로서의 책임은 물론, 끝까지 부역하고 국민들의 민심을 호도한 책임은 응당 져야 할 것이다. 하나마나 한 소리로 들리겠지만, 심판은 역사가 해 줄 것이다. 지금 그 역사를 국민들이, 시민들이 다시 써 내려나가고 있다. 그러니 부디, 전국 방방곡곡 광장에서 들려온 '박근혜 퇴진'의 함성을 꼭 직접 들으시길.


태그:#박근혜, #김진태, #박사모, #최순실,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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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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