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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7월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단 간담회'에서 대기업 총수 17명을 불러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검찰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수사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행사 당일과 이튿날 7명의 대기업 총수들을 따로 만나 미르·K스포츠 출연을 주문했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당일 행사 모습.
▲ 지난해 7월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단 간담회'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7월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단 간담회'에서 대기업 총수 17명을 불러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검찰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수사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행사 당일과 이튿날 7명의 대기업 총수들을 따로 만나 미르·K스포츠 출연을 주문했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당일 행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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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국가권력을 이용해서 재벌기업들로부터 돈을 뜯어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초유의 사태다. 국가의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재벌 총수들을 만나서 분위기를 띄우고, 행동대장 격인 안종범 정책조정 수석비서관이 대통령의 지시를 따라 돈을 받아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관련사건에 대하여 비선실세 최순실과 안종범 수석이 구속되었다. 구속영장에 나타나 있는 범죄혐의는 직권남용죄(형법 제123조)이지만 수사과정에서 혐의사실이 드러날 경우 뇌물죄로 기소될 가능성이 크다. 당시 SK와 CJ, 한화는 총수의 특별사면 문제가 걸려 있었고, 삼성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 헤지펀드인 엘리엇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으며, 다른 기업들도 세무조사 등 이런저런 현안이 문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수십 억원 내놓는다? 납득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뇌물죄는 어떤 경우에 성립하고 왜 뇌물죄로 처벌받아야 하는지 생각해 보자. 뇌물죄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의 직무와 관련하여 재산상의 이익(뇌물)을 주고받는 경우에 성립한다. 우리 형법에서는 공무원 등이 뇌물을 받은 경우(수수, 요구 또는 약속) 수뢰죄(형법 제129조 제1항), 직무에 관하여 청탁을 받고 뇌물을 받은 경우 사전수뢰죄(제129조 제2항),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로 하여금 뇌물을 받게 한 경우 제3자뇌물제공죄(형법 제130조), 뇌물을 받고 부정한 행위를 한 경우 수뢰후 부정처사죄(형법 제131조 제1항), 부정한 행위를 하고 뇌물을 받은 경우 사후수뢰죄(형법 제131조 제2항),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하여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뇌물을 받은 경우 알선수뢰죄(형법 제132조)로 나눠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앞서 언급한 뇌물죄에 대하여 뇌물을 약속, 공여 또는 공여의 의사를 표시한 자도 증뢰죄로 처벌된다(형법 제133조).

위와 같은 뇌물죄의 경우에는 범행의 주체가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다. 일반인의 경우에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과 공범의 형태로 뇌물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형법 제33조). 뇌물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의 직무와 관련하여 불법적인 보수나 이익을 얻어야 한다. 직무라 함은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법령상 관장하는 직무 자체, 그리고 직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 관례상 또는 사실상 관여하는 직무행위를 포함한다. 또한 뇌물은 직무와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뇌물이 직무행위와 대가관계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직무수행을 요구하지 않았더라도 묵시적인 부탁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대가관계가 있는 것으로 본다.

뇌물죄로 기소되는 많은 경우에 대가관계가 없음을 이유로 무죄판결을 받은 경우가 있어서 대가관계가 없더라도 일정한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이 제정되어 시행 중에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독대하고 수십억을 기부한 재벌기업들은 재단의 목적에 공감해서 자발적으로 모금에 응한 것일 뿐 강요에 의하거나 뇌물로 돈을 준 것은 아니라고 강변한다. 강요에 의한 경우라고 말할 경우 아직 살아 있는 권력으로부터 어떤 불이익을 입을지 두려움이 있는 상태고, 또한 뇌물로 돈을 주었다고 하면 자신들도 증뢰죄로 처벌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단이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여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한 확인이 어려운 상태고, 재단의 목적에 공감하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검토를 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부 측의 요구로 섣불리 몇 십억을 내놓는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납득할 수 없다. 만일 정말 자발적으로 그 많은 기부금을 내놓았다면 회사는 당연히 배임죄, 정확히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서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

'뇌물죄' 인정되면 매우 엄격하게 처벌받아

서울 강남구 학동로 '재단법인 미르' 사무실이 입주한 건물.
 서울 강남구 학동로 '재단법인 미르' 사무실이 입주한 건물.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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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을 통해서 드러난 수사상황을 살펴보면 박근혜 대통령 측은 재벌기업들이 순수하게 재단의 목적에 공감해서 자발적으로 모금에 응한 것이고, 어떠한 강압도 없었으며, 재벌기업의 현안에 대한 대가는 더더욱 아니라고 강변한다. 최순실 등 일부 부당한 개입은 있었지만 대통령이 형사처벌까지 받을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재벌총수들을 직접 만나서 모금을 독려한 것은 분명하고 또한 당시 재벌기업들에게 해결해야 할 현안이 있었으므로 직무관련성이나 대가관계를 인정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더욱이 재벌기업들에게 직면한 현안이 모두 무리 없이 정리되었음은 객관적인 사실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직에서 물러날 경우 뇌물죄로 기소해야 하고 재판받아야 한다. 법치주의는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칙이고, 대통령도 직무수행과 관련해서 일부 특혜가 있기는 하지만 종국적으로 형사처벌이 면제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뇌물죄가 인정되면 어떤 처벌을 받을까? 형법상 뇌물죄는 직권남용죄에 비해서 처벌수위가 높기는 하지만 그렇게 높게 처벌받지는 않는다. 그러나 수뢰액이 3000만 원 이상일 경우에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고 수뢰액에 따라서 처벌수위가 달라진다.

즉, 특가법 제2조 제1항에서는 수뢰액이 1억 원 이상인 경우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수뢰액이 5천만 원 이상 1억 원 미만인 경우에는 7년 이상의 유기징역, 수뢰액이 3천만원 이상 5천만원 미만인 경우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수뢰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을 필수적으로 병과(倂科)하도록 규정한다(제2조 제2항). 그러므로 뇌물죄로 인정될 경우 박근혜 대통령, 최순실, 안종범 수석은 모두 특가법상의 뇌물죄로 무거운 처벌을 피할 수 없는 것은 물론 막대한 금액의 벌금까지 병과하게 되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대법원에서는 법관이 형사판결을 선고함에 있어서 일정한 양형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양형기준이 그것이다. 더욱이 뇌물죄의 경우 엄격한 기준이 마련되어 있다. 뇌물수수와 관련한 양형기준을 보면 수뢰액이 5000만 원 이상 1억 원 미만일 경우 기본이 5년~7년, 감경할 경우 3년 6월~6년, 가중의 경우 6년~8년, 1억 원 이상 5억 원 미만일 경우에는 기본이 7년~10년, 감경할 경우 5년~8년, 가증할 경우 9년~12년이다.

수뢰액이 5억 원 이상일 경우에는 기본이 9년 ~ 12년, 감경의 경우 7년 ~ 10년, 가중의 경우 11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이다. 일례로 5급 세무공무원이 2억원의 뇌물을 받은 경우 1심과 2심에서 모두 8년을 선고받아 확정되었고, 모 광역시 비서실장이 1억원을 수뢰한 경우 5년을 선고받아 확정되었다. 매우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 뇌물죄로 기소해야

왼쪽부터 '비선실세'로 불리는 최순실씨 그리고 차은택 감독,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왼쪽부터 '비선실세'로 불리는 최순실씨 그리고 차은택 감독,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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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하여 검찰 조사를 받을 경우 대통령 연설문 등을 사전에 유출하고 수정하도록 한 의혹에 대해서는 대통령기록물법 위반은 물론 공무상비밀누설에 해당한다.

최순실이나 차은택이 공무원 인사에 개입하는 것을 묵인한 경우에는 직권남용죄의 공범으로,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을 설립해서 대기업으로부터 강제로 모금한 것은 뇌물죄와 직권남용죄, K스포츠재단의 기금을 다른 곳에 유용한 부분을 알고 있었을 경우에는 횡령죄나 배임죄의 공범,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이화여대에 부정입학하고 학점의 취득에 있어 특혜를 입은 부분에 대해서도 일정한 조사가 필요하다.

또한 검찰수사를 앞두고 증거인멸을 위해서 법인을 청산하고 자료를 파기한 부분에 대해서 어디까지 관여하였는지도 검찰수사의 대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뇌물죄의 적용여부다. 뇌물죄는 직무관련성이 있어야 하고 관련 당사자들이 모두 부인할 경우 입증이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재벌기업들이 해결해야 할 현안이 목적에 있는 상태에서 대통령을 만나고 수십억 원씩 재단에 기부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설명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뇌물죄로 기소해야 하고 수사의 방향도 같은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비록 대통령이 좋은 목적을 위하여 재단 설립을 지시했고, 그 과정에서 모금활동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뇌물죄의 성립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양형에서 고려되어야 할 사항에 불과하다.


태그:#박근혜뇌물, #재벌기업모금, #박근혜최순실게이트, #뇌물공화국, #직권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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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변호사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겸임교수(기업법, 세법 등)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범입니다. 공정한 사회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함께 더불어사는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배치되는 비민주적 태도, 패거리, 꼼수를 무척 싫어합니다. 나의 편이라도 잘못된 것은 과감히 비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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