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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후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비박계의 대표직 사퇴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 '마라톤 의총'에도 사퇴 거부한 이정현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후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비박계의 대표직 사퇴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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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4일 즉각 사퇴를 재차 거부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비선실세 최순실의 연설문 개입 의혹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한 직후 불거졌던 '지도부 사퇴론'은 또 다시 매듭을 짓지 못한 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이날 이 문제를 두고 장장 7시간 가까이 의원총회를 진행했다. 앞서 공개 여부를 두고 고성과 막말을 주고받았던 당 주류(친박)와 비주류(비박) 측은 지도부 사퇴와 그 시기 등을 두고 팽팽히 맞섰다.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발언에 나선 총 43명의 의원 중 즉각 사퇴를 주장한 이와 그에 반대한 이들이 5 대 5에 가까웠다고 전했다. 

또 "이정현 대표가 최순실씨를 과거부터 알았다는 기사를 놓고 진위를 묻는 과정에서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면서도 "처음에는 (의총) 분위기가 많이 우려됐지만 진지하고 차분하게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강석호 "나 혼자라도 먼저 사퇴" vs. 김진태 "애꿎은 선장, 제물 삼아서야"

그러나 '진지하고 차분한 분위기'란 설명이 무색하게도 서로 주고 받은 말들은 날카로웠다.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후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 굳은 표정의 김무성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후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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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 측은 당대표의 결단을 요구했다. "오늘 당대표가 사퇴하는 것이 가장 명분 있는 모습이다. 촛불에 밀려서 사퇴하는 것이 올바른지 당 스스로 결정해 사퇴하는 것이 좋은지 판단해달라(황영철)", "대통령이 세 번째 사과를 검찰청 앞에서 하게 될지 누가 아나. 대통령을 1년 지키려 하지 말고 영원히 지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윤한홍)" 등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앞서 당직(대변인)을 내놓았던 김현아 의원의 경우, 당 지도부의 퇴진을 요구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도부 내 유일한 비박계인 강석호 최고위원은 "거국내각 마무리 잘못됐고 이 정도면 현 지도부가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끝까지 안 물러나면 7일 최고위 때 저라도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항상 사직서를 품고 다녔지만 혼자 기자회견을 하고 물러나는 것은 당 분열만 보이게 하는 것 같아 못했다. 오늘 얘기를 들어보니 시기는 달라도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종구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당·정·청에 충신이 너무 없었다. 간신들이 많아서 사태가 이런 지경이 됐다는 취지로 발언했다"면서 "당이 이렇게 지지율이 떨어지는데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나. 사퇴를 반대하는 의원들도 꽤 있지만 국민들의 소리를 들어야지"라고 주장했다.

장제원 의원도 "사태 수습 후에 떠나겠다는 말은 사태를 좀 안이하게 보는 것 아닌가"라며 "4선 이상 최고중진의원들이 회의하는 중에 국무총리를 발표하는 참혹한 현상이 있었는데 거기에 대해 '이건 아니다'라고 한 마디도 못하는 지도부를 국민들에 어떻게 신뢰하겠나"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이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후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 의총장 나서는 최경환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이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후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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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친박 측은 정반대였다. '배(새누리당)가 난파할지도 모르는데 '선장(당대표)'을 내리라고 할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김진태 의원은 "새누리호는 난파 직전이다. 난 그냥 여기서 죽겠다.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대통령 나가라, 당 대표 나가라' 하지 안고 배와 함께 가라앉겠다"라면서 비박을 비판했다. "박지원과 싸울 때는 윤리위 제소 도장 하나 안 찍어주던 분들이, 문재인 대북결재사건 때는 성명서 하나, 그 흔한 SNS 한 줄 안 올리던 분들이 지금 당 대표 물러나라고 엄청난 '전투력'을 보여주고 계신다"면서 비꼬기도 했다.

특히 그는 "언젠가는 폭풍이 그칠 것이다. 문재인은 대북결재가 기억 안 난다고 버티는데 우린 왜 단 일주일도 못 버티나"라면서 "당이라도 살아야겠다고 발버둥치는 건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애꿎은 선장을 제물로 바다에 밀어 넣어선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김태흠 의원은 "(당장 사퇴해야 한다는) 비박계의 주장은 소수"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당 지도부를 사퇴시키는 것보다 (사태에 대한) 안을 마련해 내놓는 게 우선"이라며 "지금 물러나는 것은 난파 직전 배에 선장이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진석 "새해 예산안, 거국내각 구성 마무리되면 사퇴"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후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예산안이 처리되고 거국내각 구성이 마무리되면 사퇴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 조건부 사퇴의사 밝힌 정진석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후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예산안이 처리되고 거국내각 구성이 마무리되면 사퇴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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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대표는 마무리 발언을 통해 '즉각 사퇴'를 거부했다. 의총 시작 당시 모두발언을 통해 "저는 어떤 책임도, 정치적인 책임도 피할 생각이 없다. 저야말로 전형적인 친박이고 그래서 모든 부분에 있어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한 것과 달리 '사태수습이 우선'이라는 입장은 변하지 않았던 셈이다.

민 원내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표는 "자리에 연연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오히려 내려오는 것이 쉬운 결정이다"면서도 "중진의원들과 많은 얘기를 나눈 다음에 결정하겠다. 오늘 꼭 제가 사퇴한다는 얘길 들어야 되겠냐"라고 사퇴 거부 입장을 밝혔다. 구체적인 협의 시기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이에 대해 비박 측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병국 의원은 "할 얘기가 뭐 있겠나"라면서 국회를 떠났다. 김무성 전 대표도 "얘기 안 하겠다"면서 기자들의 질문을 거부했다. 하태경 의원은 "이정현 대표가 계속 하겠다는데 뭐"라며 말끝을 흐렸다. 반면, 친박 최경환 의원은 "사태가 엄중하기 때문에 사태부터 수습해야 한다는 충정을 이해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정진석 원내대표는 "정기국회 회기 중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일정인 새해 예산안 처리, 그리고 거국내각 구성 등 이런 중요한 일들이 마무리 되면 원내사령탑에서 물러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태그:#이정현, #최순실, #김진태, #박근혜, #지도부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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