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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 논란이 터지고 온 국민이 하루가 멀다하고 드러나는 사실들로 인해 탄식하고 있습니다. '민간인이 국정에 개입했다'는 한 문장만으로도 가히 충격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들 역시 거리로 나서서 박근혜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30일 광화문 광장에서 눈에 띄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는 한 남학생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부산 사는 고3 수험생 열불이 터져서 이래 올라왔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그 남학생은 오들오들 떨면서 작은 손으로 피켓을 붙잡고 8시간 동안 1인 시위를 진행했습니다. 그의 입에서 처음 떨어진 말은 이것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자로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그의 입에서 처음 떨어진 말이었습니다. 장난기 가득해 보이던 학생의 얼굴과는 다르게 눈빛에선 진지함이 묻어나왔습니다.

'열불 터진 부산 고3'의 광화문 1인시위

최민창 학생이 지난 10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최민창 학생이 지난 10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 최민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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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생은 부산 금정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최민창 학생입니다. 평소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던 최민창 학생은 '최순실 게이트' 논란에 충격을 받고 자신도 대한민국의 국민이자 주권자이기 때문에 앞장서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였지만, 정의가 우선이라 생각했답니다. 그렇게 큰 마음을 먹고 그는 긴 여행길에 오르게 됩니다.

지난 10월 30일 오후 7시께 최민창 학생은 자신의 개인 SNS에 자신의 1인시위 사진 등을 게시했습니다. 많은 이들의 응원과 격려가 이어졌습니다.

그 다음날이였습니다. 아침에 일어난 최민창군에게는 두 개의 캡쳐 이미지와 "형님 위원직 해촉될 수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카톡이 와 있었습니다. 캡쳐 이미지에는 자신을 제외하고 개설된 카톡방에 "현재 최민창군의 시국선언에 대한 개인 의견이 담긴 게시물이 SNS에 퍼지고 있습니다. 이를 보신 위원님들은 해당 게시물에 대한 댓글과 좋아요를 취하해주시고, 게시자인 최민창군에 대한 향후조치가 논의 중입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청소년특별회의 부의장'은 나라 걱정하면 안 된다?

청소년특별회의는 법령이 정한 회의체다.
 청소년특별회의는 법령이 정한 회의체다.
ⓒ 청소년참여포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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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최민창 학생은 여성가족부에서 주관하는 정부소속단체인 '청소년특별회의 소속 부의장'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습니다. 최민창 학생의 게시물을 접한 지역 청소년활동센터 담당자들은 '청소년특별회의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기관이며 청소년들을 대표하는 이들이 모인곳이기 때문에 SNS에 해당게시물을 올린 것은 옳지 못하고 정치적 중립을 해치는 행위를 한 '이라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여기서 청소년특별회의란, 청소년기본법 제12조에 의거해 2005년 설치된 여성가족부 소속의 청소년회의체입니다. 여타 회의체와는 다르게 청소년특별회의 지역회의를 구성해 의제를 발굴, 예비회의와 본회의를 통해 의제를 각 부처에 제안합니다. 또한 추후 평가회의를 통해 연간 활동 결과를 점검하는 활동도 벌입니다.

저는 정확한 사실확인을 위해 초기 단톡방에 그러한 내용의 공지를 전달한 청소년특별회의 부산지역위원장과 담당지도사에게 연락을 해봤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대답인데? "윗선에서 지시를 받은 사항..."

이번 사안에 대한 부산지역위원장은 "저도 윗선에서 지시를 받은 사항이라 자세히는 알지못합니다. 하지만 최민창군의 정치적 견해를 밝힌 SNS 게시물을 통해 다른 위원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 추측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논의를 하게된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담당 지도사는 "아직까지 최민창군의 위원직 해촉에 대한 정확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으나, 여성가족부와 청소년활동진흥원에 이 사안을 보고했으며 공식적인 입장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주길 바랍니다"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현재로서는 청소년특별회의 부산지역회의에서는 공식적인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와 같은 이야기에 대해 최민창 학생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옳지 못한 일에 옳지 않다고 나섰을 뿐이고, 정의가 우선이라 생각해서 외쳤을 뿐인데 나의 게시물로 인해 단체 분위기를 흐렸다는 말이 들리니 참 많은 생각이 든다. 사실 내 위원직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지도 몰랐다. 타 지역위원들에게서 전달 받고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다. 당사자인 나도 모르는 사안이 논의되고 있으니 당혹스럽기만 하다.

나는 청소년특별회의 부의장으로서 그 자리에 선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주권자로서 그 자리에 선 것임을 말씀드리고 싶다."

수많은 시민과 학생이 지난 10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시민 촛불' 집회에 참석해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대한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고 있다.
▲ 최순실 게이트 논란에 뿔난 시민들 "박근혜 하야하라" 수많은 시민과 학생이 지난 10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시민 촛불' 집회에 참석해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대한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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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저는 몇 가지 의문을 제기하고 싶습니다.

첫째, 최민창 학생의 게시물에선 청소년특별회의에 대한 언급이 하나도 없습니다. 어째서 단체 내 분위기를 흐리는 내용으로 비칠 수 있는 건가요?

둘째, 개인 SNS는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공간 아닐까요. 어째서 청소년특별회의에서는 위원의 사적인 공간에 대한 개입을 하여 공적인 문제로 끌어들이는 것일까요?

셋째, 이 사안을 어째서 당사자인 최민창 학생에게 전달하지 않고 타 지역 위원들에게 전달했을까요?

넷째, 왜 타지역위원들에게 '최민창군의 게시물에 좋아요와 댓글을 달지말라'는 압력을 넣었을까요?

다섯 번째, 진보-보수를 떠나 어느 누구나 공분할만한 이슈인데, 어째서 정치적 색채를 보이는 내용으로 비칠까요?

판단은 독자에게 맡겨봅니다.
첨부파일
캡처.PNG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대한민국청소년의회 기자단 사회부 게시판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최순실게이트, #청소년특별회의, #청소년정치참여, #시국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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