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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9일 청계광장
▲ 대통령 탄핵 시위 10월 29일 청계광장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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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탈 수 없을 정도로 신경쇠약에 걸려 있고, 심장이 굉장히 안 좋아 병원 진료를 받고 있다. 딸아이가 심경의 변화를 보이고 있어서 두고 가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서 한국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다." (10월 27일자 <세계일보> 최순실 인터뷰)

이랬던 최순실씨가 30일 아침 런던발 비행기로 돌연 귀국했다. 놀라운 일이다. 비행기를 탈 수조차 없을 정도로 좋지 않던 건강상태가 이틀 만에 호전됐다는 얘긴가. 게다가 딸을 두고는 귀국할 수 없다더니 혼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아무튼 인터뷰에서 밝힌 '귀국 불가 사유'는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런던발 비행기가 도착한 시간은 30일 오전 7시 37분. '최순실 귀국' 사실이 알려진 시각은 9시 30분. 최씨가 도착한지 두 시간이 지나서다. 입국 사실을 발표한 곳은 검찰이 아니라 최씨의 법률대리인이었다.

최씨는 공항 입국장에서 3부요인에 준하는 대접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은 "최씨가 탑승한 영국항공 비행기가 공항에 도착할 때 이미 검찰 수사관 10~20명이 나와 있었다"고 보도했다. 또 인천공항 관계자의 말을 빌려 "최씨가 내린 뒤에는 검찰 직원 5~6명이 데리고 나갔다"고 밝혔다.

이상한 일이다. 최씨는 국정개입, 국가기밀문서 유출, 횡령, 외환관리법 위반, 부정입학, 인사개입, 수백억 원 기금 모금 의혹을 받고 있는 '범죄 혐의자'다. 그런데도 검찰은 최씨를 공항에서 체포하지 않았다. 체포는커녕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디가드 역할까지 해준 모양이다.

'여독' '시차'까지 챙기며 최순실 배려한 검찰

'비선 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60)씨가 30일 오전 영국 런던 히드로 공항발 브리티시에어웨즈 BA 017 통해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이동하고 있다.
▲ 입국하는 최순실 '비선 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60)씨가 30일 오전 영국 런던 히드로 공항발 브리티시에어웨즈 BA 017 통해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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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검찰은 "오늘은 최씨를 소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씨의 법률대리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내가 수사 담당자에게 '최씨가 건강이 좋지 않고 장시간 여행, 시차 등으로 매우 지쳐있으므로 하루 정도 몸을 추스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혐의자를 그냥 풀어준 것이다.

최씨가 청와대 기밀자료를 미리 받아봤다는 의혹을 제기한 고영태씨와 이성한씨의 경우와는 완전 딴판이다. 검찰은 이들 두 사람을 귀국 즉시 신병을 확보했으며, 이틀이 넘도록 검찰청에 붙잡아 두고 조사를 했다.

최씨는 명백한 중대 범죄자다. 그런데도 검찰은 공범들과 입을 맞추고, 증거를 인멸하거나 혐의사실을 은폐-축소할 수 있는 시간을 내줬다. 눈물겨운 배려다. 이런 검찰이 청와대를 압수수색하겠단다. 어느 쪽이 검찰의 진짜 모습일까? 청와대 압수수색은 국민과 언론에게 보여주기 위한 기획된 '쇼'에 불과해 보인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는다. 정씨를 둘러싼 혐의도 가볍지 않다. 이화여대 부정 입학 및 부정 학사관리, 재벌기업으로부터의 금품수수 의혹 등 제법 굵직한 혐의가 있다. 하지만 검찰은 최씨가 딸을 빼돌려 놓고 입국한 것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을 분위기다. 딸을 보호하려는 최씨의 의도에 맞춰 검찰이 무언의 협조를 제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씨 변호인의 발언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최씨와 관련된 각종 혐의와 국정농단 의혹에 대해 "상상을 초월하는 의혹들"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것 자체에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한다. 최씨에게 제기된 의혹들이 지나치게 부풀려 있는 데다, 언론이 과장된 보도를 하고 있다는 항변으로 들린다. 최씨 변호인의 자신만만함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뇌관' 쥔 최순실, 두려워하는 저들

최순실은 박근혜의 뇌관을 쥐고 있다.
▲ 박근혜와 최순실 최순실은 박근혜의 뇌관을 쥐고 있다.
ⓒ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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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이라는 이름 앞에서 뭉그적대는 검찰. 수사관을 청와대 정책조정실과 부속실에까지 보내면서도 최순실씨와 관련해서는 여독과 시차까지 고려해 수사를 미룬다. 최순실씨가 뇌관을 쥐고 있기 때문에 그런가. 하기야 그냥 뇌관이 아니다. 터지면 어디까지 파편이 튈지 모르는 아주 민감한 뇌관이어서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가 보다.

맞다. '최순실 뇌관'은 수많은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다. 혐의가 광범위하고 그 내용도 심각한데다, 각계각층의 인물들이 연루돼 있다. 박 대통령은 물론, 청와대 핵심 비서진, 정부부처 장차관 등 고위급 공무원, 재계 인사, 재벌, 게다가 일부 정치인들과 법조계 인사까지 이 뇌관을 두려워하고 있을 것이다. 

'뇌관'을 쥔 사람은 최순실씨다. 그래서 박 대통령까지 최순실씨를 함부로 어쩌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최순실 게이트'를 컨트롤하는 곳은 대통령도, 청와대도, 검찰도 아니란 얘기가 된다.


태그:#최순실 게이트 , #최순실 귀국, #최순실 셀프콘트롤, #최순실 뇌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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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시사 분야 개인 블로그을 운영하고 있는 중년남자입니다. 오늘은 어제의 미래이고 내일은 오늘의 미래입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미래를 향합니다. 이런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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