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일본에서 '맛 좋은 술의 고장'으로 통하는 곳이 있다. 교토에서 전철로 10분 거리인 후시미(伏見)가 바로 그 곳. 후시미 내에만 사케 양조장이 20여개나 되며 각 양조장에선 역시나 본인들의 술을 홍보하느라 여념이 없다.
한 집 건너 술집과 양조장이 이어지만 흥청망청한 느낌이 없다.
▲ 후시미의 거리 풍경 한 집 건너 술집과 양조장이 이어지만 흥청망청한 느낌이 없다.
ⓒ 길정현

관련사진보기


후시미의 양조장들은 술을 팔기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하는데, 양조장마다 그 방법이 제각각이다. 그 예로 겟케이칸(月桂冠)은 술 박물관을, 야마모토혼케(山本本家)는 이자카야를, 기자쿠라(黄桜)는 갓파 기념관을 운영하고 있다.

사케의 대명사로 통하는 겟케이칸의 술 박물관에는 주조 과정을 알 수 있게끔 꾸며놓은 전시실과 각종 도구들, 예전의 술병 디자인과 광고 포스터 등 제법 볼거리가 많다. 붉은 벽돌로 만들어진 굴뚝이 인상적인 안뜰에서는 술을 만들 때 쓰인다는 원천수도 맛볼 수 있다.

술을 만드는 과정과 각 과정에 사용되는 도구들.
▲ 겟케이칸 오쿠라 기념관 술을 만드는 과정과 각 과정에 사용되는 도구들.
ⓒ 길정현

관련사진보기


느낌상 물에서도 향긋한 향이 나는 것 같다.
▲ 겟케이칸 오쿠라 기념관의 원천수 느낌상 물에서도 향긋한 향이 나는 것 같다.
ⓒ 길정현

관련사진보기


야마모토혼케에서는 술 창고로 쓰이던 공간을 개조하여 이자카야로 운영 중이다. 이 곳에서는 무려 생(生)사케를 맛볼 수 있으며,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요리들도 있어 요기하기에 좋다. 이 집에서 제일 만만한 안주는 꼬치요리인데, 그 맛이 웬만한 꼬치요리 전문점 못지않다.

술 보관 창고를 개조하여 이자카야로 운영 중이다
▲ 야마모토혼케의 이자카야 <도리세이 혼텐> 술 보관 창고를 개조하여 이자카야로 운영 중이다
ⓒ 길정현

관련사진보기


생(生) 사케를 맛볼 수 있으며, 가게 바깥에는 원천수가 흐른다.
▲ 야마모토혼케의 이자카야 <도리세이 혼텐> 생(生) 사케를 맛볼 수 있으며, 가게 바깥에는 원천수가 흐른다.
ⓒ 길정현

관련사진보기


기자쿠라는 '갓파'라는 요괴 기념관을 운영한다. '갓파'는 일본에 산다는 요괴 중 하나로 물 속에 살며 녹색 어린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한다. 손발엔 물갈퀴가 달려있고 주둥이는 새 부리처럼 뾰족하며, 정수리에 물이 고여있다고 하는데 사실 한국인들이 보기엔 조금 생소하다.

아무튼 기자쿠라의 마스코트가 갓파이다 보니 갓파가 주목을 받게 되면 갓파가 그려진 기자쿠라의 상품들도 덩달아 주목을 받을 테고, 판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 직접적이라기 보다는 연쇄적인 방식의 홍보라고 볼 수 있다.

기자쿠라 갓파 칸츄리.
 기자쿠라 갓파 칸츄리.
ⓒ 길정현

관련사진보기


갓파에 대한 전시실을 둘러본 뒤, 상품을 보니 어느덧 갓파가 친숙하게 느껴진다.
▲ 기자쿠라 갓파 칸츄리에서 만난 갓파 갓파에 대한 전시실을 둘러본 뒤, 상품을 보니 어느덧 갓파가 친숙하게 느껴진다.
ⓒ 길정현

관련사진보기


세 곳 모두 홍보 방식이 다른 점이 재미있다. 이렇듯 각 브랜드에서 제각각 다른 홍보 방식을 활용하는 것도 후시미의 특징이라면 특징이겠다. 만약 한 마을 안에서 다들 비슷비슷하고 뻔한 방식으로 홍보를 하고 있었다면, 그것도 꼴이 우스웠을 듯하고 관광객 입장에선 흥미도 떨어졌을 것 같다.

세 브랜드가 제각각의 차별성을 갖고 홍보 활동을 하는 모습은 서로 본인들의 상품을 팔기 위한 경쟁을 하면서도 마치 함께 협력하여 후시미라는 동네를, 더 나아가서는 사케를 홍보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결국 궁극적인 대의는 같은 느낌이랄까. 그런 점에서 한국의 홍보 방식은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아 아쉽다.

덧붙임. 전통적인 사케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젊은 세대의 입맛과 관심을 사로 잡기 위한 노력도 돋보였다. 예쁘장하고 귀엽게 만들어 놓은 감주는 더 이상 전통주가 "아재"들만 공략해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했고, 사케가 아닌 맥주와 와인들도 많이 개발되어 있는 모습. 

새로운 수요층을 공략하기 위한 예쁜 디자인
▲ 앙증맞은 디자인의 감주 새로운 수요층을 공략하기 위한 예쁜 디자인
ⓒ 길정현

관련사진보기


젊은 세대를 겨냥한 게 분명해보이는 할로윈 기념 맥주
▲ 다양한 맥주들 젊은 세대를 겨냥한 게 분명해보이는 할로윈 기념 맥주
ⓒ 길정현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저의 네이버 블로그에 작성된 포스팅들을 기반으로 하였습니다.
후시미엔 지난 9월 중순에 다녀왔습니다.



태그:#후시미, #교토, #사케, #경쟁, #협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