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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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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모처에 글을 쓸 때였다. 꽤 오랜 날을 하루에 두 편씩 꼬박꼬박 썼는데 글 한 편 올릴 때마다 전화통이 불이 날 지경이었다. 글을 올리자마자 곧바로 '따르릉 따르릉'

"조 선생, 두 번째 절에 맞춤법 틀렸는데 국어사전 찾아봐요."

고맙다는 인사와 수정해서 올렸다. 전화기가 또 울린다.

"조 선생, 글 쓰면서 웬 점을 그렇게 많이 찍어요? 어지러워서 읽을 수가 없어요. 문장기호도 하나의 글자예요. 주의하세요."

잘 알겠습니다. 정중한 인사와 다시 수정을 해서 올렸다. 쯧쯧, 올린지 1분도 안 돼서 또 전화가 울린다.

"조 선생, 띄어쓰기할 줄 몰라요? 한글프로그램 사용한다면서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검사 안 해요? 아무리 글의 내용이 좋아도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안 되면 의미전달이 반감됩니다."

글 써서 밥 먹고 사는 사람도 아니고 에지간하면 슬쩍 넘어가도 좋으련만 글만 올렸다하면 수십통의 지적질 전화에 시달려야만 했다. 아무튼 이러한 지적질이 6개월 동안 하루도 안 빠지고 계속 되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많은 전화요금을 감내해가며 지적질하는 분이나 그 지적질을 단 한 번의 싫은 내색없이 받아들이는 나나 참 대단했다는 생각이다. 그분이 아무에게나 그렇게 지적질하시는 분이 아니라는 걸 잘 알기에 더 죽을 맛이었다.

어찌되었든 그분의 지적을 싫은 내색없이 모두 받아들여 내 것으로 만든 덕분에 한때는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써서 메인 톱에도 여러번 오르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었다. 그때 원고료 받아서 아내에게 금반지도 해줬다. 지금도 아내는 만나는 사람마다 끊임없는 자랑이다.

"이 반지? 우리 남편이 신문에 글 써서 받은 원고료로 해분 반지야."

이제 와 얘기지만 내가 그분의 끊임없는 지적질을 견딜 수 있던 것은 그분이 자신의 지식을 뽐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와 내 글에 대한 전폭적인 애정 때문에 그랬단 걸 알아서였다.

또 하나, 아주 오래전에 그분께서 오마이뉴스에 글을 보내라고 하셨는데 '내 글이 무슨 신문에?'라는 생각으로 웃고 말았다. 그런데 그분은 집요했다. 결국 견디다 못해 글을 쓰기 시작한 게 여기까지 왔다. 다른 시민기자에 비하면 조족지혈만도 못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대단한 일이다.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내 글이 신문에 실리다니? 놀랍다. 신기하다.

* 자전거를 타고 중랑천 뚝방길을 달리다가 잠시 물 한 잔 마시며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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