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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의 동성애 범죄자 사후 사면을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영국 정부의 동성애 범죄자 사후 사면을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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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가 과거 동성애로 처벌받은 수천 명의 남성을 사후 사면(posthumous pardons)하기로 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각) 영국 법무부는 성명을 통해 "과거에는 동성애가 범죄였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며 "동성애로 기소된 이들을 자동으로 사면한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법무부는 이번 사면에서 사망한 사람도 포함하기 위해 '앨런 튜링 법'(Alan Turing law)을 거론했다. 튜링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암호기 '에니그마'를 해독한 영국의 수학자이며, 이는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튜링은 연합군의 승리에 기여했으나 동성애로 체포된 후 강제로 화학적 거세 치료를 받았고, 결국 1954년 독극물을 투여해 자살했다. 그러나 영국 왕실은 지난 2013년 튜링의 명예 회복을 위해 사후 사면을 발표했다.

영국은 1967년 잉글랜드와 웨일스가 먼저 21세 이상 성인의 동성애와 양성애를 합법화했으며 1980년 스코틀랜드, 1982년 북아일랜드가 이를 따르면서 뒤늦게 성 소수자를 법적으로 인정했다.

샘 지이마 법무부 차관은 "지금은 더 이상 범죄가 아니고 결백한 사람들을 사면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라며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는 약속을 스스로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면 아닌 사과 필요"

그러나 일각에서는 영국 정부의 사면이 아닌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1974년 동성애로 기소된 조지 몬타뉴라는 남성은 BBC 인터뷰에서 "사면을 받아들이면 나의 유죄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나의 죄가 있다면 오직 잘못된 시대에 태어나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진 것"이라며 "나는 사면이 아니라 정부의 사과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태그:#동성애, #앨런 튜링, #사후 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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