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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미래라이프 단과대학 설립에 반대하는 이화여대 졸업생과 재학생 100여명이 2일 오후 5시경부터 이화여대 정문부근에서 졸업증서를 학교측에 반납한다는 의미로 졸업증서 사본을 벽에 붙이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지난 8월, 미래라이프 단과대학 설립에 반대하는 이화여대 졸업생과 재학생 100여명이 2일 오후 5시경부터 이화여대 정문부근에서 졸업증서를 학교측에 반납한다는 의미로 졸업증서 사본을 벽에 붙이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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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이상했다. 이화여대가 교육부가 추진하는 프라임-코어 사업, 여성공학인재양성 사업 그리고 평생교육단과대학 사업에 연속으로 선정된 것 말이다. 물론, 이화여대가 지표 관리를 잘해서 그렇게 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 대학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어 각 대학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했다. 여러 사업을 한 번에 진행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이화여대의 연속 사업 선정은 의문을 자아냈다.

이화여대가 교육부 사업을 독식하면서 학내에선 큰 마찰이 생겼다. 이화여대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논란이 그것이다. 이화여대는 교육부의 평생단과대학 사업에 추가 선정돼 사업을 급하게 추진했다. 결국 학생들은 이에 반발해 본관을 점거했고, 학교 측은 학내 경찰 투입이라는 악수를 두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이화여대 구성원들은 아직까지도 본관을 점거하며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관련 기사 : 이화여대 논란, 알아야 할 5가지).

이렇게 이화여대를 시끄럽게 만들었던 프라임 사업 논란은 뜻밖의 사건과 엮이게 된다. 청와대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논란이 그것이다.

최순실 딸 특혜 의혹와 교육부 사업 독식의 상관 관계

1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교내 곳곳에 ‘비선실세’ 최순실 딸 정유라(승마특기생)의 부정입학 및 학사 특혜를 규탄하는 각종 대자보가 붙어 있다.
▲ '비선실세' 딸 각종특혜에 분노한 이대생들 1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교내 곳곳에 ‘비선실세’ 최순실 딸 정유라(승마특기생)의 부정입학 및 학사 특혜를 규탄하는 각종 대자보가 붙어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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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씨는 승마 특기자 전형으로 이화여대에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학교 측이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흘러나오고 있다. 정유라씨는 수상실적 반영 가능 기간(9월 15일)을 넘긴 후(9월 20일) 받은 인천 아시안게임 승마 단체전 금메달을 면접 때 가지고 왔다. 당시 입학처장이 "금메달을 가져온 학생을 뽑으라"고 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심지어 교수들이 정씨의 학업을 관리해줬다는 의혹도 있다. 학교에 출석하지 않았음에도 학사 경고를 부여하지 않고 학점을 인정해줬다는 것이다(관련 기사 : "금메달 가져온 학생 뽑아라" 이대 교수협 "최순실 딸 특혜의혹 밝혀야").

이 때문에 이화여대 내부에서는 학교 측이 교육부 사업을 독식하는 대가로 정유라씨를 부정 입학시켰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고 있다. 교수협의회 게시판에 특혜 의혹을 뒷받침하는 폭로성 글까지 올라오면서 이러한 소문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9월 2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교육부 대상 국감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왔다.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대가 프라임 사업과 코어 사업, 평생교육단과대학 사업 등 교육부의 대규모 재정 지원 사업에 연이어 선정된 것은 최순실씨에 대한 특혜를 제공한 대가성"이라고 주장했다.

권력과 대학의 부당거래, 왜 낯설지 않을까

이명박 정부 당시 중앙대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지난 2015년 4월 29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박 전 수석은 직권남용과 횡령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 박범훈 전 수석, '여유로운 검찰 출석' 이명박 정부 당시 중앙대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지난 2015년 4월 29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박 전 수석은 직권남용과 횡령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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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와 권력의 '부당거래' 논란을 바라보고 있자니, 어떤 기시감이 든다. 지난해, 중앙대는 본분교 통폐합 특혜 논란으로 한차례 홍역을 앓았다. 중앙대학교 총장을 역임한 박범훈 전 총장이 임기를 마치고 청와대 교육문화 수석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중앙대학교 서울-안성캠퍼스 통폐합 사업이 수월하게 진행되도록 도운 것(관련 기사 : '중앙대 특혜' 박범훈 구속기소, 박용성 불구속 기소).

결과적으로 중앙대학교는 단일 교지를 승인받고 서울캠퍼스의 정원을 늘렸다. 단일교지 통합으로 지표상 면적이 상승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박범훈 전 총장이 특혜를 제공하는 대가로 1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면서 밝혀졌다.

결국 교육부는 '본·분교 통합 승인 조건을 이행했다고 허위로 보고했다'는 이유로 중앙대학교에 행정처분을 내렸고, 중앙대는 서울캠퍼스 일반대학원 정원 190명을 안성캠퍼스로 이전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 때문에 학교 측은 생명공학대학을 안성으로 이전하는 방침을 세웠고, 현재 중앙대학교 생공대학원 구성원들은 캠퍼스 이전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범훈 전 총장의 잘못된 행동으로 구성원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셈이다.

대학 발전이 중요하다지만, 발전을 추구하는 방식은 공정해야 한다. 중앙대가 공정성을 상실한 채 반칙으로 이뤄낸 발전은 구성원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와 후폭풍을 남겼다. 권력자를 위한 입시 비리로 특혜를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화여대는 중앙대보다 더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할 수도 있다.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학생이다.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ECC 이삼봉홀에서 최경희 총장이 최순실 딸 정유라 부정입학 및 학사특혜 의혹관련 학내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해명하는 자리를 마련한 가운데, 학생들이 행사장밖에서 총장 사퇴 촉구시위를 벌이고 있다.
▲ 최경희 총장 사퇴 촉구하는 이대생들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ECC 이삼봉홀에서 최경희 총장이 최순실 딸 정유라 부정입학 및 학사특혜 의혹관련 학내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해명하는 자리를 마련한 가운데, 학생들이 행사장밖에서 총장 사퇴 촉구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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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대 , #프라임사업, #최순실, #정유라, #중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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