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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 서로의 인연을 약속 할 때 들었던 '검은 머리 파 뿌리 될 때까지 살아라.' 그 때는 그 말이 아득히 멀게만 느껴졌다. 그 순간이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50년, 어느덧 백발이 무성해졌다. 고왔던 손과 얼굴엔 세월의 흔적으로 주름이 가득이다. 세월이 야속하지만 그래도 50년 동안 꿋꿋이 옆에 있어준 이가 있다. 한 평생을 함께 살아온 이와 함께 오늘 다시 한 번 결혼을 한다.

금혼식에서의 노부부들
 금혼식에서의 노부부들
ⓒ 한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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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입어 볼 것 같았던 드레스

당진시여성단체협의회(회장 문정숙)가 주최한 사랑과 봉사로 함께한 동행 50주년 '행복금혼식'이 지난달 28일 당진시청 대강당에서 열렸다. 올해로 3회 째를 맞이한 이번 금혼식에는 17팀의 노부부가 50주년을 축하하는 식을 올렸다. 이 가운데 14개 팀은 각 읍·면·동에서 추천한 노부부이며 나머지 3팀은 여성단체협의회가 추천한 지역 봉사자다.

류지환 전 새마을운동 당진시지회장의 아내인 이순희 씨는 "살면서 평생 드레스는 못 입어 볼 줄 알았다"며 "늦은 것 같지만 그래도 이렇게 입어보니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봉사하며 즐겁게 살고 싶다"며 "남편에게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금혼식 풍경
 금혼식 풍경
ⓒ 한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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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 감돌던 대기실

행사 시작에 앞서 대기실에는 우황청심환이 오갔다. 긴장이 역력한 얼굴들은 금혼식 시작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혹여나 곱게 차려 입은 드레스가 바닥에 끌려 얼룩지지 않을까 수시로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너무 늦은 나이에 드레스를 입어 어울리지 않을지, 평생 입어본 적 없는 드레스라 어색한 건 아닐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곱다"는 말 한 마디에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금혼식 모습
 금혼식 모습
ⓒ 한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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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객에게 손 흔들기까지

이어 순서를 알리는 안내가 이어지고 입장에 맞는 노래가 흐른다. 한 손에는 부케를 들고 또 한 손에는 한 평생 함께 한 남편에게 팔짱을 낀다. 또는 세월이 흐름으로 허리가 아파 부케 대신 지팡이를 손에 쥔 노부부도 있다. 그렇게 노래에 맞춰 조심히 한 발, 한 발을 떼어 본다. 이들의 결혼을 축하해 주기 위한 가족과 친구들이 박수와 환호를 던지고 그 전 긴장감은 어디 갔는지 하객에게 손을 흔드는 여유까지 보인다.

공연·축하선물 이어져

17팀의 노부부가 자리에 앉고 본격적으로 식이 시작됐다. 먼저 한복을 차려 입은 김홍장 시장과 노미정 사모가 큰절을 올렸으며 각각 가족 대표가 나와 식을 올리는 부모님에게 절을 올렸다. 이어 행사를 축하하며 어린이집 원아와 공연단 느티나무가 축하공연을 선보였다. 함께 결혼에 축하하며 당진시여성단체협의회가 커플룩을, 농협중앙회 당진시지부(지부장 최석동)가 이불을, 당진감리교회(담임목사 방두석)와 당진장례식장(대표 서영훈)이 내의를 선물했다.

공연을 준비하는 어린이집 원아들
 공연을 준비하는 어린이집 원아들
ⓒ 한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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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연 이어 허니문까지

금혼식을 마친 이후에는 여협에서 준비한 피로연이 진행됐으며 축하해주기 위해 찾은 하객들이 꽃을 선물하며 함께 사진을 찍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 1박2일의 일정으로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남이섬으로 허니문을 떠났다. 당진3동의 김진훈 씨는 "내가 이 자리에 있어도 되는지 모를 정도로 감사하다"며 "지난날은 참으로 힘들었지만 이렇게 경사스러운 자리에 함께 할 수 있어 너무 기쁘다"고 전했다.



태그:#당진, #당진시대, #노인, #노부부, #금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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