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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민들이 황성공원에 설치한 천막. 현재 15동이 남아 있다. 경주시는 3일까지 자진철거를 요구했다.
▲ 지진 대피 천막 경주시민들이 황성공원에 설치한 천막. 현재 15동이 남아 있다. 경주시는 3일까지 자진철거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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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가 지진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며 황성공원에 대피용 천막을 치고 생활 하고 있는 시민들에 대해 철거를 요구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10월 3일까지 자진 철거 하지 않을 경우 법적 조치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경주 황성공원에는 지난 9월 12일 규모 5.8 지진이 발생한 이후 불안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대피용 천막이 한두 동씩 들어서다가 지난달 20일 규모 4.5 지진이 발생한 이후에는 더욱 많은 천막이 설치돼 있다. 한때 60여 동 이상이 설치되기도 했지만 현재는 15동가량 남아 있다.

대피용 천막을 친 시민들은 대부분 낮에는 출근 등 일상생활을 하고 퇴근 후부터 다음날 출근 때까지 천막생활을 한다.

경주시는 9월 30일자로 보낸 계고장에서 이들의 행위를 '야영행위'로 규정하고 철거를 요구했다. '야영행위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도시공원 등에서 금지사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어 시는 오는 3일까지를 자진철거 기간으로 통보하고, 기간 내 철거하지 않을 경우 강제철거 및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우리가 세월 좋게 야영하는 줄 아느냐"

철거를 요구한 경주시 계고장
 철거를 요구한 경주시 계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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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의 이같은 조치는 9월 12일 이후 400회 이상의 여진이 계속되는 데 따른 시민들의 불안감을 외면한 조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경주에서는 10월 1일에도 오후 1시 4분 규모 2.0, 오후 5시 규모 2.3 등 2회의 여진의 발생하는 등 10월 2일 낮12시까지 총 453회의 여진이 발생했다.

거기에, 5.8 규모의 여진이라는 기상청의 설명에도 더 큰 지진의 전조라거나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문가의 전망도 끊이지 않고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에 많은  시민들은 극도의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경주시가 대피용 천막 철거를 요구하자 천막을 친 시민들은 경주시의 계고장 사진을 SNS에 올리며 경주시를 비판하고 있으며, 이들의 SNS계정에도 응원글이 연이어 게시되고 있다.

박**씨는 "(경주시에서는) 우리가 세월 좋게 야영을 하는 줄 아나 보다, 지진대피 중인 걸 싹 무시당한 기분"이라며 경주시 조치에 황당해했으며, 심**씨는 "(경주시가) 지진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 달래서 나라에서 선포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데 집에 들어가서 죽으란 말이냐, 니(경주시)가 책임질래?"라며 비난했다.

페이스북 사용자 정**씨는 "정부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고 아직 여진도 계속되고 있어 시민들의 트라우마와 불안감도 장난 아닌데 마음 편히 텐트 생활도 못 하게 하네요"라며 "정부에 문의해야 하나?"고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최**씨는 "시민들이 덜 불안하게 잠을 자려고 하는 욕구, 원전으로부터 안전하려는 욕구, 그걸 존중하는 게 공익 아닌가요? "라며 경주시를 비판했다.

시민들이 텐트친 곳은 시가 지정한 '지진대피소'

동시에 천막을 설치한 황성공원이 경주시가 지정한 지진대피소라는 점을 들어 경주시의 행정 조치가 자가당착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경주시가 최근 지정한 읍면동별 지진대피소. 황성공원은 황성동 주민의 주요 대피소다. 사진은 경주시청 홈페이지.
 경주시가 최근 지정한 읍면동별 지진대피소. 황성공원은 황성동 주민의 주요 대피소다. 사진은 경주시청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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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는 9월말 지진 발생 후속대책으로  읍면동별로 대피할 수 있는 공원, 운동장, 공터 등 대피소 158개소를 지정하고 이를 시청홈페이지에 게시해 시민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시민들이 대피용 천막을 설치한 황성공원은 경주시가 황성동 황성지구 대피소로 지정한 곳이다.

경주시의 이같은 조치는 경주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불안감을 조기에 해소하고 관광경기를 활성화하려는 경주시 방침에 이들 대피용 천막이 걸림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경주시의회 일부 의원들이 경주시에 황성공원 대피용 천막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며 사실상 철거를 요구하기도 했다.

최덕규 시의원(새누리당)은 9월 28일 열린 경주시의회 전체의원 간담회에서 대피용 천막을 지목해 "그런 부분이 매스컴을 타게 되면 경주는 살기가 어렵고 집에서 거주할 수 없다는 게 되어 버린다"라며 "일부인 것이 전체인 것처럼 침소봉대 돼 전체시민이 노숙하는 것 처럼 되는 것은 문제다"라며 경주시의 대응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발언 직후 경주시 담당자가 10여 동의 천막이 있는 곳을 방문해 자진철거를 요구했다고 알려졌다.
 
경주시는 1일 공무원, 사회단체 회원 1만여명을 동원해 대대적인 시가지 청소를 했다. <사진.경주시 제공>
 경주시는 1일 공무원, 사회단체 회원 1만여명을 동원해 대대적인 시가지 청소를 했다. <사진.경주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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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는 지난달 28일 이상욱 부시장 주재로 관광업계 대표 30여 명과 경주관광정상화 대책회의를 하는가 하면 1일 공무원과 관변, 사회단체 회원 1만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경주시가지 대청소를  했다.

최근 경주시시가지 곳곳에는 각종 단체 명의의 '안전 경주', '관광홍보' 현수막이 내걸렸다. 지진 상처를 극복하자며 대대적인 관광홍보 몰이에 나선 것이다.

9.12 지진 이후 한반도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진 데다 여진이 계속되고 있고, 상당수 국내외 지진전문가들이 9월 12일 발생한 지진보다 더욱 강력한 지진이 가까운 시일 내에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주시의 대피 텐트 철거 요구는 지나치게 성급하거나 관광업계의 우려만을 반영한 일방적인 행정이라는 지적도 팽배하다.

일부 시민들은 대대적인 대피용 천막설치 운동 이라도 전개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경주시를 비판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신문 경주포커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경주, #지진, #경주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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