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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 년전 어느날, 당시 중학생이던 여동생이 현관문을 열고 집안으로 뛰어들었다. 벌벌 떨며 흐느끼는 동생을 보며 온가족이 놀라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하지만 동생은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너무 놀란 듯했다. 달래고 달랜 끝에 동생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이것이었다.

"고…골목… 골목에, 벼… 변태…."

단번에 무슨 일인지 알아차린 나는 곧바로 집 앞 골목으로 뛰어나갔다.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하게 걸어 다니고 있었다. 절대로 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동생을 달래는 일에 매진할 수밖에 없었다. 그날로부터 몇 년 후, 고등학생이 된 동생은 어느 날 집에 들어오며 이런 말을 했다.

"오는데 바바리맨 봤어."

 언젠가부터 바바리맨의 아이템으로 인식되는 버버리 트렌치 코트.
 언젠가부터 바바리맨의 아이템으로 인식되는 버버리 트렌치 코트.
ⓒ wiki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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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와 표정으로 일상 안에 몇 번이나 있었다는 식으로 방금 눈앞에서 펼쳐진 '성범죄 피해'를 이야기했다. 이제 동생의 심장은 그런 일에 놀라지 않는다. 많이 경험한 탓이다. 하지만 놀라지 않는다고 사소한 일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동생은 말했다.

"그 앞에서 놀라서 얼어붙으면 정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더라고."

여성들에게 이런 경험은 상당히 많다. 이 글을 쓰기에 앞서 주변 여성들에게 경험담을 들려달라고 했더니 여기 저기서 경험담과 당시 느낌들이 터져나왔다. 특별한 경험이 아니었다. 그만큼 주변에 '바바리맨'으로 불리는 성범죄자가 많다는 이야기다. 하기사,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도, 야구선수 김상현도 동일한 성범죄자다. 지금 이 순간에도 퇴근 후 골목길을 누빌 생각을 하는 직장 동료가 있을 수도 있다.

한화의 '이상한' 광고... 이건 아니다

이들을 성범죄의 카테고리로 넣는 이유는 '성적 자기 결정권'을 순식간에 침해하기 때문이다. 법리적 판단이야 공연음란죄가 대부분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강제추행으로 구분될 수도 있는 명백한 성범죄다.

그런데 이 성기 노출 범죄를 희화화 하고 홍보영상으로 소비한 황당한 기업이 있다. 바로 한화다(관련 영상 보기, 굳이 영상까지 기사 안에 삽입하지 않겠다, 대략 1분 5초부터). 불꽃축제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이 영상의 중반부에는 여고 앞에서 성기를 노출하는 성범죄자와 그를 무시하고 어디론가 달려가는 교복입은 여고생들 그리고 성기를 덜렁거리며 뒤를 쫓는 성범죄자가 묘사돼 있다. 성범죄를 '유머코드'로 소비한다.

 한화의 불꽃축제 홍보 영상 캡처화면. 성기 노출 범죄자를 마케팅에 활용 중이다.
 한화의 불꽃축제 홍보 영상 캡처화면. 성기 노출 범죄자를 마케팅에 활용 중이다.
ⓒ 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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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의 불꽃축제 홍보 영상 캡처화면. 성기 노출 범죄자를 마케팅에 활용 중이다.
 한화의 불꽃축제 홍보 영상 캡처화면. 성기 노출 범죄자를 마케팅에 활용 중이다.
ⓒ 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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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문제에 대한 감수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 영상을 만든 감독도, 이것을 내보내기로 한 한화의 임직원들도 '바바리맨은 성범죄자다'라는 문제의식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그렇기에 버젓이 이런 영상을 페이스북과 트위터, 유튜브 등을 통해 유통하고 있다. 지난 9월 8일에 게시된 이 영상은 9월 19일 현재 유튜브 조회 수 24만 건을 기록 중이며 페이스북에서는 1000건이 넘는 좋아요와 300건 이상이 공유돼 돌아다니고 있다. 사회적, 성적 감수성이 결여된 이들이 장난스럽게 소비한 바바리맨은 이렇게 문제없이 전파돼 누군가의 타임라인에 게재되고 있다.

자사의 마케팅을 위해 성범죄를 사용하는 그 인식에 혀를 내두른다. 참 '대단한' 기업이고 '대단한'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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