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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3당 대표 회동에서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이날 회동에서는 순방 결과 비롯해서 북한의 5차 핵실험 감행으로 인한 현재의 엄중한 안보 상황과 대응 방안 등을 주로 논의했다. 왼쪽부터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박근혜 대통령,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 자리 안내하는 박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3당 대표 회동에서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이날 회동에서는 순방 결과 비롯해서 북한의 5차 핵실험 감행으로 인한 현재의 엄중한 안보 상황과 대응 방안 등을 주로 논의했다. 왼쪽부터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박근혜 대통령,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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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야당 사이의 '거리'만 여실히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1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3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야당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 배치 반대를 일축했다. 대북제재만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북핵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문에도 불가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시각차는 안보문제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야당 대표들이 제기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사퇴 및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활동기한 연장 요구 역시 수용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처음부터 북한의 위험성을 강조하면서 단결을 주문했다. 비공개 전환 직후 이어진 모두발언에서 "북한이 핵탄두를 탄도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도록 표준화·규격화 했다고 공언했듯이 북한의 핵·미사일은 단순한 협박이나 협상용이 아니라 우리를 겨냥한 현실적이고 급박한 위협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한 것이 대표적이었다.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수용을 요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미국의 핵우산을 포함해 모든 군사적 능력과 우리 군의 대북 응징능력을 강화해야 하겠다"며 "주한미군 사드 배치도 이러한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자위권적인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임을 다시 한 번 말한다, 지금 우리는 과거와는 다른 매우 엄중한 안보상황에 처해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야당의 경제실정 비판에 대해서는 "전세계적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경제규모가 세계 13위에서 11위로 올라섰고 최근 선·후진국 모두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추세임에도 우리만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며 일축했다.

20대 국회 들어 처음 열린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만남이었지만 '불통'만 확인한 셈이다.

사드 국회 비준 거부하고 특사 제안엔 북한 의도 말려든다 일축

이후 이어진 논의 과정에서도 이 같은 기조는 유지됐다. 회동에 배석했던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사드 찬반 당론을 물은 뒤, "사드는 국회의 비준 사안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북한은 어떻게든 핵보유국이 되겠다는 것"이라며 "북핵을 포기시키겠다는 국제사회의 의지와 북한의 핵개발 의지가 충돌하는 상황으로 여기서 우리가 기필코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했을 때 북의 반발에 대비해 우리가 국민의 안위를 보호할 수 있는 대비태세를 확실하게 구축하는 것이 전제조건"이라며 "사드는 이미 군사적으로 효용성이 입증된 체계다, 최소한 우리를 지키기 위한 차원에서 다른 대안이 없는 한 이것은 안 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반발도 설득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가 중국의 전략적 이해를 해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오히려 잘 지내자고 하는 판인데 이번에도 설득하고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이 위협에 노출됐는데 누가 뭐라 해도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추 대표가 '안보 상황을 국내 정치에 이용하면 안 된다'고 하자, "이것이 이용하는 것으로 보이나"라며 "미국, 일본, 국제사회가 북한을 규탄하고 대북제제를 하고 있는데 그 나라들도 안보를 이용하는 것인가"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박 위원장이 제안했던 여·야·정 안보협의체 구성은 거부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와 소통하고 필요하면 가서 설명도 드리고 상임위 차원에서 여러가지 논의도 하고, 필요하면 더 할 수 있다"면서도 "근본적으로 (안보 문제는) 대통령 중심으로 결정되는 사안이고 모든 나라가 이 문제는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러니까 안보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은 좀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북특사 제안도 거부했다.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 "우리가 대화를 제의했지만 북한이 거부하면서 핵 보유국이 되려고 시간벌기를 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우리와 대화 중에 핵고도화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특사 파견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방북했던 것을 예로 든 것에 대해 "특사가 아니라 민간단체 신분으로 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병우 수석 문제나 세월호 특조위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박 위원장은 이날 박 대통령에게 "우 수석 본인이 억울하더라도 공직 기강 확립을 위해 사퇴해야 한다, 우 수석 해임으로 정치 정상화 신호탄을 올리셔야 한다"고 건의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검찰) 특별조사팀에서 수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우 수석 문제로 부각된 공수처 문제에 대해서도 "사법개혁은 자체 개혁안을 마련 중이니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것인지 고려해달라"고만 말했다.

세월호 특조위 활동기간 연장에 대해서는 "특별법의 취지와 재정·사회적 부담을 고려해서 국회에서 판단해달라"고 말했다. 현재 새누리당이 특조위 활동기간 연장을 위한 특별법 개정을 반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 역시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관련기사 : 박 대통령, 우병우-세월호-공수처 모두 거부).

추 대표가 "일본의 사과와 배상 그리고 소녀상 문제는 전혀 별개의 것"이라며 제기한 위안부 소녀상 철거 문제에 대해서는 "소녀상 철거 등 여러 가지 일본의 언론 플레이에 말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이면 합의는 없다'고 강조했다.

"장관들 발언 들어보라 해서 황당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3당 대표 회동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자리에 앉고 있다. 이날 회동에서는 순방 결과 비롯해서 북한의 5차 핵실험 감행으로 인한 현재의 엄중한 안보 상황과 대응 방안 등을 주로 논의했다. 왼쪽부터 홍용표 통일부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 유일호 경제부총리,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박근혜 대통령,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이원종 비서실장, 김재원 정무수석.
▲ 박 대통령, 여야 3당 대표와 회동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3당 대표 회동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자리에 앉고 있다. 이날 회동에서는 순방 결과 비롯해서 북한의 5차 핵실험 감행으로 인한 현재의 엄중한 안보 상황과 대응 방안 등을 주로 논의했다. 왼쪽부터 홍용표 통일부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 유일호 경제부총리,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박근혜 대통령,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이원종 비서실장, 김재원 정무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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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선을 달린 만큼 회동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 박지원 위원장이 "대통령의 의견을 직접 듣고 우리도 직접 견해를 말씀드렸기에 대단히 성과가 있었다, 북한 핵실험에 대한 초당적 규탄이 큰 성과"라면서도 "오늘은 상당히 경직된 분위기였다"고 자평할 정도였다.

특히 이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 것은 청와대의 일방적인 태도가 한몫했다는 평가다. 윤관석 더민주 수석대변인은 "대통령 모두발언 이후에 장관들 발언을 들어보라고 해서 황당했다, 그때부터 분위기가 꺾였다"면서 "잠시의 정적과 냉랭함이 돈 거다, '이건 뭐지? 결국 이런 것이었나' 하고 해서 (야당 대표들이) '안 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변인은 앞서 한 회동 브리핑에서도 "배석자인 장관들을 여야 3당 대표와 한 테이블에 앉혔다, 참석자에 준하는 이런 배치는 영수회담의 형식으로 보기 어려웠다"며 "결론적으로 민생의 열쇠는 아무리 얘기해도 찾을 길이 없었고 소통의 높은 절벽만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또 "한 마디로 만사불통이었다, 영수회담이라고 보기에는 대통령의 안보교육강의 같았다"면서 "박 대통령은 야당이 제기한 민생문제, 정치현안에 대해 철저하게 외면했다"고도 지적했다.

이날 회동에 참여하지 못한 정의당도 논평을 통해 "박 대통령은 앞으로의 국정운영 방향을 바꿀 의지도, 능력도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오늘 회동은 대통령의 일방적인 담화문 발표와 전혀 다를 것이 없었다"고 혹평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을 적극 거들었다. 이정현 당대표는 이날 회동 관련 브리핑에서 "북한이 핵 실험을 한 직후에 야당 지도자들이 사드 배치에 반대한 데 대해서는 아쉬웠다"고 밝혔다. 또 야당 대표들이 대북 특사 등 대화 필요성을 주장한 것에 대해 "국민 생명을 담보로 한 대화는 정말 허용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직접 반박했다"고도 밝혔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지금 대화를 가장 원하는 집단은 바로 북한일 것"이라며 "북한은 대화를 하자는 게 아니라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은 뒤 남한과의 대화가 아닌 미국과의 대화를 요구하면서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그:#박근혜, #사드, #북핵, #추미애, #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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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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