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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이 미세먼지와 안개에 온통 포위당하고 말았다
 제주공항이 미세먼지와 안개에 온통 포위당하고 말았다
ⓒ 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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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미세먼지와 함께 제주에 오신 장모님

오랜만에 장모님이 제주 집을 방문하셨다. 크게 몸이 불편하신 건 아니지만 고령인데다 보청기를 사용해도 귀가 잘 안 들리시는지라 혼자 비행기를 타기 어려워하신다. 때문에 비행기를 타실 일이 있으면 항상 누군가가 동반을 해드리곤 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혼자 제주에 오는데 성공하셨다.

항공사의 헬퍼 서비스 덕이 컸다. 실버케어, 헬퍼 등 각 항공사마다 부르는 명칭이 제각각인 이 서비스를 신청하면 몸이 불편한 분들이나 노약자 분들이 동반자 없이 비행기에 탑승할 경우 티켓팅부터 탑승, 목적지에서의 하차까지 항공사와 공항 전담직원이 1:1로 도와준다.

약자를 위한 서비스나 복지가 으레 그렇지만 본인이 직접 이용하기 전에는 고마운 걸 모르다가 이렇게 혜택을 보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되는 듯하다. 이 서비스 덕에 앞으로 장모님이 더 자주 제주에 내려오실 수 있을 것 같아, 와이프가 고향집에 대해 간혹 내비치는 그리움이 조금이나마 해소될 것 같아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이번 장모님의 제주 방문 일정에는 아쉬움이 많다. 하필이면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뒤덮은 시기와 겹쳐버렸기 때문이다. 정확히 기록을 한 건 아니지만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지난 6월 중순 이후 근 3달만에 처음으로 제주의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으로 떨어졌다.

제주에 이 정도의 미세먼지가 낀 건 근 석 달 만의 일이다.
 제주에 이 정도의 미세먼지가 낀 건 근 석 달 만의 일이다.
ⓒ 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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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간에는 G20 개최로 잠시 가동을 멈췄던 중국 공장들이 일제히 가동을 시작한 게 원인이라는 얘기도 있는데, 신뢰도가 가장 높다고 평가 받는 일본 기상협회 초미세먼지 예보 사이트를 보니 미세먼지를 가득 머금은 채 중국을 뒤덮고 있던 고기압이 서서히 국내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혹시나 제주도 사람들이 고등어 구이를 너무 많이 먹는 건 아닐까 의심했는데 역시나 그건 아니었던 셈이다.

일본 기상협회에서 운영하는 미세먼지 예보 사이트
 일본 기상협회에서 운영하는 미세먼지 예보 사이트
ⓒ 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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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3달만에 서울에서나 봄직한 미세먼지로 뒤덮인 하늘을 보니 절로 마음이 우울해진다. 오랜만에 제주에 오신 장모님에게 관광도 시켜드려야 하는데 괜히 기관지에 안 좋은 건 아닐지 걱정도 든다. 어디론가 놀러 갈 때면 비가 올지 말지만 걱정하면 됐던, 그 시절이 그리울 뿐이다.

바로 지난 주말 서우봉에서 촬영한 파노라마샷. 이처럼 파란 제주의 하늘이 중국발 미세먼지에 뒤덮인 것에 대해 왠지 모를 모멸감이 든다
 바로 지난 주말 서우봉에서 촬영한 파노라마샷. 이처럼 파란 제주의 하늘이 중국발 미세먼지에 뒤덮인 것에 대해 왠지 모를 모멸감이 든다
ⓒ 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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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조개잡이 체험을 하고 싶다면

지난 여름 내내 제주로 휴가를 온 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 바로 이것이다.

"나 제주 왔는데 애들하고 조개를 잡고 싶으면 어디로 가면 될까?"

어렵다. 하나하나 설명하려면 통화가 너무 길어진다. 그래서 그냥 간단하게 답할 수밖에 없다.

"숙소가 어디라고? 동쪽? 그럼 내일 오후 4시쯤 오조리해녀의집으로 내비 찍고 가봐. 거기 적당히 주차하고 바닷가 쪽으로 가면 사람들 조개 캐고 있을 테니 같이 캐면 돼. 아마 4시부터 7시 정도까지는 가능할 테니 시간 꼭 맞추고."

제주 뿐 아니라 바닷가에 가면 아이들은 무언가를 채집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해지기 마련이다. 때문에 해수욕장에서도 물놀이는 뒤로 제쳐두고 작은 게나 소라게, 조개를 잡겠다고 하루 종일 바위 근처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하지만 인파가 몰리는 해수욕장 주변에서 무언가를 잡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서식하고 있는 개체 자체도 적거니와 굵직한 씨알은 알 만한 사람들이 먼저 걷어가기에 남아있는 건 대부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작은 개체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제주에서 채집활동을 하고 싶다면 좀 더 공부가 필요하다. 사실 공부라고 하기는 좀 거창하고 간단한 앱 하나와 대략적인 정보숙지가 필요하다고 보면 된다.

표선 해수욕장에서 채집한 비단조개와 모래게. 조개는 무침으로, 게는 라면 육수로 승화되었다.
 표선 해수욕장에서 채집한 비단조개와 모래게. 조개는 무침으로, 게는 라면 육수로 승화되었다.
ⓒ 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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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채집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물 때를 알아야 한다

초등학교 교과 과정에서 누구나 다 배웠지만 대부분이 잊어버린 밀물, 썰물 즉 만조와 간조 때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조개나 게 따위를 잡는 것은 물이 빠지는 간조 때에 맞춰야 가능하다.

간단한 어플 하나 소개하겠다. '바다타임'이라는 어플인데, 제주도의 각 바다별 간조와 만조시간을 간단하게 알 수 있다. 이 어플을 실행하고 찾아갈 바다를 선택한 후 간조 시간에 맞춰 가면 된다. 보통 간조 시간 기준 -1시간부터 +2시간까지는 채집이 가능하다.

바다낚시를 위해 만들어진 어플인데 채집활동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물론 무료다.
 바다낚시를 위해 만들어진 어플인데 채집활동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물론 무료다.
ⓒ 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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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체험 가능한 곳인지 파악하자

제주도 해안 중 상당수는 마을 어촌계에서 관리하는 양식 어장인 경우가 많다. 당연히 이런 곳은 채집이 불가능하다. 채집 불가 팻말이 붙었는지 잘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각 해수욕장 주변은 모두 개방 어장이며, 일부 마을 어장 중에서도 체험활동을 위해 개방해놓은 곳도 있다. 아무런 표기도 없다면 그 곳 역시 채집이 가능한 곳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인에게 공개된 체험어장은 이렇게 표지판이나 팻말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일반인에게 공개된 체험어장은 이렇게 표지판이나 팻말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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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어디 가면 채집을 많이 할 수 있을까

사실 일반인들에게 개방된 체험어장의 개체수는 어딜 가나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채집 가능한 개체의 종류가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어 조개의 경우 곽지나 이호테우, 삼양, 함덕, 김녕, 표선 등 대부분의 해수욕장 백사장에서도 간조 때가 되면 채집이 가능한데 여기서 나오는 조개는 비단조개라 부르는 종류다.

모양도 예쁘고 맛도 꽤나 그럴 듯하지만 해감에 시간이 오래 걸려 별로 인기가 없다. 반면 성산 오조리 해변에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바지락을 채집할 수 있다.

때문에 아이들 재미를 위해서 채집을 하는 거라면 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간조 때가 되면 채집으로 전환하는 것이 편하다. 제대로 채집을 해서 라면에라도 넣어 먹고 싶다면 바지락을 캘 수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신풍 풍차해안도로 안쪽 산책길에 마련된 체험어장에서는 이렇게 다양하고 풍부한 개체들을 만날 수 있다.
 신풍 풍차해안도로 안쪽 산책길에 마련된 체험어장에서는 이렇게 다양하고 풍부한 개체들을 만날 수 있다.
ⓒ 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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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채집활동은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그 맛을 알면 금세 빠져드는 놀이 중 하나다. 대부분의 도시인들이라면 무언가를 직접 키우거나 잡아 요리를 해먹는다는 것 자체가 생소하면서도 즐거운 경험이기 때문이리라.

우리 역시 제주 이주 후 한동안 직접 잡은 바지락으로 끓인 조개탕과 갓 잡은 모래게를 튀겨 맥주 한 잔을 곁들이는 그 맛에 빠져 시간만 나면 호미를 들고 바닷가로 향하곤 했다.

8월 31일 해수욕장 폐장과 함께 물놀이의 시즌이 끝났다. 9월 추석연휴를 맞아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라면 채집활동에 한 번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태그:#제주이주, #조개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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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 : 제주, 교통, 전기차, 복지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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