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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에 일본에 존재하는 제국주의의 잔재를 조명하고 이들의 인식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일본 내에서 방치되고 있는 독립 운동가의 유적지의 현황을 알리기 위해 기사를 작성했다. - 기자 말

지난달 25일 일본으로 출국해 1주간 여행을 했다. 본래 목적은 재미를 위한 자유 여행이었지만 그 안에서 눈살을 찌푸리는 많은 것을 봤다. 프로 야구 등 일상생활에도 현존하는 제국주의의 잔재와 전범기(욱일기), 야스쿠니 신사 등 매년 문제시되는 상징물에 대해서도 느끼는 점이 많았다.

울리는 기미가요, 일어서는 일본 국민

▲ 기미가요 나고야돔에서 울리는 기미가요 지난달 26일 나고야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경기에서 기미가요가 울리고 있다.
ⓒ 백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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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동안 두 번 프로야구 경기장을 찾았다. 한 번은 나고야 돔에서 열린 주니치 드래건스, 나머지는 도쿄돔에서 열린 니혼햄 파이터스의 경기였다. 두 경기 모두에서 기자를 당황케 한 것은 경기 시작 전 울리는 기미가요였다.

기미가요는 일본의 국가(國歌)로 천황 시대의 영원을 염원하는 노래다. 일제강점기 때 조선총독부는 조선인들에게 하루에 1번 이상, 또는 각종 집회 등에 반드시 부르게 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상당히 치욕적인 노래인 것이다.

야구 경기가 시작되기 전 장내 아나운서는 모든 관중들에게 기립을 지시했다. 당황스러웠지만 침착하게 일어서지 않았고, 일부 사람들은 "이 사람 뭐지"하면서 쳐다봤다.

일본 사람들이 기미 가요의 의미를 알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한편으로 국가 대항전이 아닌 프로 경기에서 국가를 연주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됐다. 같은 기간 관람한 프로 축구에서는 기미 가요를 틀지 않았다.

갈등의 중심 야스쿠니 신사와 전범기

야스쿠니 신사 지난달 28일 일요일 아침 야스쿠니 신사를 찾은 시민들이 참배를 하고 있다.
 야스쿠니 신사 지난달 28일 일요일 아침 야스쿠니 신사를 찾은 시민들이 참배를 하고 있다.
ⓒ 백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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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일요일 오전,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를 찾았다. 매번 신사 참배 문제로 떠들썩한 곳을 직접 보고 싶었다. 신사는 TV에서 본 그대로 정갈하면서 정돈된 모습을 보였다.

일본 국민들은 신사에 들어가기에 앞서 묵례를 하거나, 어떤 이는 허리까지 깊게 숙여 인사를 했다. 일요일 오전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다. 대부분의 방문객들은 신사 앞에 모여 기도를 올렸다.

신사 내 보안은 철저했다. 사진 및 영상 촬영에 대해 제재를 가했고, 지난해 일어났던 화재에 대해서도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관리인들은 신사 앞을 지키면서 수상한 사람이 없는지 철저히 감시했다.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 입장에서 주요 전쟁에서 숨진 이들을 모신 현충원일 테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전쟁에 대한 반성을 보여주지 않는 분쟁의 씨앗이다. 특히 야스쿠니 신사는 제2차 대전 A급 전범들의 위패가 보관돼 있어 군국주의를 조장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또한, 야스쿠니 신사는 한·일 갈등의 과거이자 현재이다.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무상과 마루카와 다마요 올림픽 담당상은 지난달 15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면서 아베 정권이 침략 전쟁을 미화하다는 비판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한국 정치인들이 현충원을 찾아 아픈 기억에 애도를 표하는 의도와 달리 야스쿠니 신사를 찾은 주요 각료들은 일본의 전쟁 승리 기억을 끄집어내 제국주의의 합당함을 드러내기 위한 야욕을 펼치는 상징물로 쓰고 있다.

특히 최근 위안부 합의 등으로 시끄러운 정세로 볼 때 한국, 중국 등 주변국들이 현명하지 않은 행동이라고 우려를 표하고 있음에도 일본 정부는 꾸준히 신사 참배를 강행하고 있다.

전범기 관련 상품 야스쿠니 신사 내 기념품 판매숍에서 전범기를 포장으로 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전범기 관련 상품 야스쿠니 신사 내 기념품 판매숍에서 전범기를 포장으로 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 백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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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에서 발길을 돌려 찾은 박물관에서는 눈을 의심케 하는 관련 상품을 발견했다. 전범기(욱일기)를 모양으로 한 각종 기념품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논란의 중심인 전범기가 사탕 포장 등으로 재탄생해 관람객들에게 판매되고 있었다. 과거에 대한 반성은 뒤로한 채 자신들의 정당함과 체제의 안정성으로 대외적으로 어필하는 듯이 보였다.

전범기는 2차 대전 동안 일본 육군과 해군의 군기로 사용된 것으로 일본의 국군주의 상징하는 표식이다.

같은 2차 대전 패전국인 독일은 나치스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기 사용을 금기시했다. 교육에서도 스스로 저지른 만행에 대해 끊임없이 자각하면서 지난날에 대한 반성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은 패전 이후 전범기의 사용이 일시적으로 중단했지만, 1952년 이후 육상자위대와 해상자위대가 창설되면서 전범기를 다시 군기로 사용하고 있다.

전범기의 지속적인 사용에 대해 과거 군국주의에 대한 반성이 없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축구 등 스포츠 경기에서 응원을 위한 깃발로 사용되는 것을 비롯해 일상 속에서 전범기가 사용되면서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는 실정이다.

박물관을 찾은 일본인들은 별다른 거부감 없이 전범기가 사용된 제품을 구매했다. 별다른 배경 지식이 없는 외국인들도 스티커로 만들어진 전범기 제품을 구입했다. 사실상 아무런 거리낌 없이 유통되는 제품이 시간이 흘러 제국주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감소시켜줄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아무리 거부감이 있는 물건이라 한들 일상화된다면 상대적으로 기피하는 마음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잊힌 독립 영웅 이봉창 의사의 흔적을 만나다

이봉창 의사가 체포돼 순국한 이치가야 형무소 부지에 세워진 비석. 지난 5월 서경덕 교수에 의해 쓰레기장으로 방치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이봉창 의사가 체포돼 순국한 이치가야 형무소 부지에 세워진 비석. 지난 5월 서경덕 교수에 의해 쓰레기장으로 방치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 백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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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교수에 의해 이봉창 의사의 순국지가 쓰레기로 둘러싸여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여행 동안 시간을 내 도쿄 신주쿠 주에 위치한 요초마치 놀이터를 찾았다. 이 놀이터는 이봉창 의사가 1932년 1월 8일 일본 천왕이 참석한 도쿄 신년 관병식에서 일왕을 향해 수류탄을 던진 뒤 체포돼 순국했던 이치가야 형무소가 있던 자리다.

지난 5월 이봉창 의사의 순국 장소가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진 당시, 서경덕 교수는 형무소와 형사자위령탑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한국어와 일본어로 된 안내문구 설치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날 찾은 놀이터에서는 과거 형무소가 있었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놀이터 한구석에 허름한 비석 하나가 서 있을 뿐이었다. 비석에는 1964년 일본 변호사연합회에서 세운 '형사자위령탑(刑死者慰靈塔)'이라는 글귀만 적혀 있었다.

다행히도 서경덕 교수의 민원에 의해 쓰레기장은 철거된 상태였다. 하지만 여전히 이곳이 어떤 장소였고,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역인지에 대한 설명과 표식이 없었다.

어찌 보면 일본 입장에선 자기 나라에 해를 입히려고 했던 사람들을 가두었던 형무소를 보존하고 싶은 마음이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런 사실을 감추고 쉬쉬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클 테니까 말이다.

일련의 경험 속에서 우리가 국내에서 바라보는 일본에 대한 시각과 전쟁에 대한 일본 스스로의 반성은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우리는 일본이 어느 정도 전쟁에 대해 반성을 하면서 흔적을 지워나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제국주의의 흔적은 일상에 남아 이어지고 있었다.

대외적으로 보는 신사 참배 등은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어쩌면 가장 무서운 것은 평범한 일상에 남아 사람들의 생각을 잠식하는 것이다. 자주 보면 부정적인 것도 무뎌지게 된다. 일본이 의도하는 것은 전 국가적인 제국주의 부활이 아닌 서서히 스며드는 것을 의도하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그:#기미가요, #일본, #제국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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