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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난두 정자각
 광난두 정자각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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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니 어제보다 날씨가 좋아졌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내동과 모래울동을 지나 광난두 정자각으로 간다. 오늘은 두 시간 일정으로 서풍받이 트레킹을 할 예정이다. 트레킹 코스는 광난두 정자각에서 출발해 서풍받이 전망대, 조각바위 언덕, 하늘 전망대, 마당바위, 갈대원을 돌아 광난두 정자각으로 원점 회귀하는 방식이다. 그중 하이라이트는 조각바위 언덕이다. 그곳에서는 서로 반대편에 있는 모래울 해변과 광난두 해변을 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트레킹 거리는 2.6㎞ 정도다. 해발 고도 72m 광난두 정자각에서 시작 해발 5m 마당바위까지 내려갔다 올라오는 코스다. 처음에는 완만한 내리막길이다. 길 오른쪽에 해병할머니 무덤이 있다. 평생을 해병대 장병들을 위해 헌신하다 2012년 돌아가신 이선비 할머니의 묘다. 내리막길에서 잠시 광난두 해안이 보이는 것 같더니 방향을 바꾸니 서풍받이 해안이 보인다.

서풍받이 해안길 트레킹 안내도
 서풍받이 해안길 트레킹 안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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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풍받이 전망대에 올라 멀리 모래울 해변을 살펴보고 가까이 갑죽도를 살펴본다. 그리고 눈을 육지로 돌려 삼각산 쪽을 바라본다. 다음 행선지는 서풍받이를 돌아 조각바위 언덕이다. 이제 길은 다시 오르막이다. 다행히 계단과 말뚝 그리고 줄이 잘 만들어져 있어 위험하지는 않다. 길 주변에 들꽃이 한창이다. 우리가 보는 바위 이름이 사자웃음바위라고 하는데, 사자로 보이지 않는다. 과장이 심한 편이다.

조각바위 언덕에서 바라보는 이쪽과 저쪽

조각바위 언덕
 조각바위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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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위를 지나면 저 아래로 조각바위 언덕 전망대가 보인다. 전망대 아래로는 완만한 경사의 평지가, 뒤로는 깎아지른 낭떠러지가, 앞으로는 우뚝한 절벽이 펼쳐진다. 이제 절벽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꼭대기 하늘 전망대까지 올라가려고 한다. 절벽 꼭대기에 오르자 시야가 훨씬 넓어진다. 이곳이 하늘 전망대다. 이곳에서는 대청도의 절반쯤은 조망할 수 있는 것 같다.
 
북동쪽으로 서풍받이와 모래울동 해변, 지두리 왼창이 보인다. 바다는 잔잔하기 이를 데 없다. 서쪽으로는 일망무제로 탁 트인 서해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남동쪽으로는 광난두 해변, 해넘이 전망대, 독바위 해변이 보인다. 소청도 쪽은 생각보다 잘 보이지 않는다. 이제 다음 행선지는 해안로 남쪽 끝에 있는 마당바위다.

마당바위에서 바라보는 소청도

마당바위
 마당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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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바위 가는 길에 잠시 길을 잃어 천남성을 보기도 한다. 열매가 아직 푸르른 걸 보니 뿌리가 더 굵어질 여지가 있겠다. 10월경 천남성 열매는 붉은색으로 변한다. 천남성은 알뿌리가 약용으로 쓰인다. 과거에는 이것이 사약의 재료로 사용되기도 했다고 한다. 길을 찾아 내려가니 마당바위 표지판이 있다.

이곳에서 조금 더 내려가니 나무들이 거의 자라지 않는 경사진 바위가 나타난다. 마당바위다. 그러나 경사가 급하고 평평하지도 않으며 면적이 넓지도 않다. 그렇지만 마당바위는 대청도 서쪽 끝에 있는 가파른 절벽 형태의 바위로 꼭 한 번 찾아볼 만하다. 이곳에서도 소청도가 아주 잘 보인다. 마당바위가 서풍받이 트레킹의 종점이다.

갈대원을 지나 원점회귀하다

광난두 해변
 광난두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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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길은 광난두 해변 쪽으로 이어진다. 광난두 해변은 자갈로 이루어져 있고, 해변에 쓰레기들이 많다. 조류가 이쪽으로 밀려오는 모양이다. 어구, 부표, 그물추 등이 보이고, 생활쓰레기도 가끔 있다. 그러나 광난두 해변 역시 아늑하다. 광난두 해변 위가 갈대원이다. 그것은 이 지역에 갈대밭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갈대원에서는 다시 길이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하나의 길은 조각바위 언덕으로 이어지고, 다른 하나의 길은 광난두 정자각 쪽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광난두 정자각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이제 서풍받이 전망대를 향해 내려가던 길과 만나는 지점에 도착한다. 여기서는 방향을 오른쪽으로 틀어 정자각으로 올라간다. 두 시간 정도 여유있게 트레킹을 했다.

주민센터에서 대청면지를 얻다

대청면 주민센터
 대청면 주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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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풍받이 트레킹 후 우리는 면사무소가 있는 선진동으로 간다. 그곳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서다. 점심식사 후 나는 면사무소에 잠깐 들른다. 대청도 관련 자료를 얻기 위해서다. 마침 김준성 부면장이 있다. 그는 나에게 <대청면지>, 대청면 고유 지명 유래, <옹진군의 사계> 같은 책과 자료집을 준다. 그중 <대청면지>가 글을 쓰는 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1996년 2월에 발행된 것이다.

그곳에 보니 대청팔경이 나온다. 1920년 만든 것으로 7언 율시 형태로 되어 있다. 대청팔경은 다른 지역처럼 구체적인 지명이 나오는 팔경이 아니다. 지명이라야 장안(長安)과 삼각(三角) 정도다. 장안은 내동을 말하고, 삼각은 대청도에서 가장 높은 삼각산을 말한다.

대청도 백사장
 대청도 백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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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의 노송 위로 흰 눈이 꽃처럼 내리고      長安老松白雪花
남산의 푸른 솔에서 백로가 춤을 추네.         南山靑松白鷺舞
아침에 떠오르는 해 백사장을 비추고           朝日反射白沙場
석양에 떨어지는 해 버드나무를 비추네.       夕陽落照楊柳花
깊은 밤 삼경에 고기잡이배 불을 켜고          深夜三更漁撈燈
만선에 귀항하는 어부들 노래를 부른다네.    滿船歸港漁夫歌
천산에 진달래꽃은 만 가지로 붉디붉고        千山萬紅杜鵑花
삼각산 정상에는 운무만 가득하네.              三角頂上雲霧戴

선진포 선착장을 떠나며

선진포 선착장
 선진포 선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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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과 대청도 간에는 배가 하루 2회 운행한다. 아침 7시 50분 인천항 연안여객 터미널을 출발하는 하모니 플라워호와 8시 30분에 출발하는 코리아 킹호가 그것이다. 인천에서 대청도까지는 3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그리고 백령도까지는 3시간 50분 정도 걸린다. 우리는 아침 8시 30분에 떠나는 코리아 킹호를 타고 백령도를 거쳐 대청도로 들어왔다. 그리고 오후 1시 55분에 대청도를 출발하는 코리아 킹호를 타고 인천으로 나갈 것이다.

1시 30분에 선진포 선착장에 도착한 나는 잠시 항구를 살펴본다. 이곳 항구는 어항과 여객항이 연결되어 있고, 어항이 안쪽에 여객항이 바깥쪽에 위치하고 있다. 어선은 별로 크지도 않고 많지도 않다. 그것은 섬 주변의 연안어업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선진포 등대
 선진포 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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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915년부터 해방 전까지 태청도에는 포경회사가 설치되어 고래를 잡았다고 한다. 포경업의 전성기는 1920~1930년대였다. 이때 매년 적게는 30마리 많게는 80마리 정도의 고래를 잡은 것으로 나와 있다. 그리고 홍어, 청어 등이 잡혔다고 하나 이제 모두 옛날 얘기가 되고 말았다. 

이곳 선착장에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대청도의 관문이기 때문이다. 나는 시간이 있어 잠시 등대 쪽으로 가본다. 등대는 흰색과 빨간색 두 개가 있다. 빨간색은 답동 쪽에 있고, 흰색은 선착장 끝에 있다. 이들 등대는 야간에 항구로 들어오는 배의 이정표 역할을 한다. 등대 기둥에는 배와 갈매기가 그려져 있다. 건너편 답동으로는 해안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고, 그 끝에 검은낭 갯바위가 있다.

인천행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
 인천행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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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동에는 넓은 잔디 광장과 운동장이 있어, 대청도의 큰 행사는 이곳에서 열린다고 한다. 해안을 따라 나무 데크를 놓아 600m 정도의 해안 산책로를 만들었으며, 왕복하는 데 30분 정도면 충분하다. 그러나 우리는 그곳을 가보지는 못한다. 이곳 선착장에는 해병대 군인들도 보인다. 그들은 면회 온 애인들을 보내기도 하고, 휴가를 떠나기도 한다. 말 그대로 이별의 선진포항이다.

이곳 선착장을 떠나는 사람들은 스티로폼 상자를 하나씩 들고 있다. 이곳에서 생선과 꽃게 등을 사가는 것이다. 또 대청도 미역을 산 사람도 있다. 백령도가 까나리 액젓과 약쑥으로 유명하다면, 대청도는 꽃게와 미역이 유명하다. 백령도를 1시 30분에 출발한 배가 1시 50분쯤 선진포항에 도착한다. 우리는 배에 올라 2박 3일의 백령도 대청도 여행을 마친다. 1시 55분 출발한 배는 오후 5시 20분이면 인천항에 도착할 것이다. 


태그:#서풍받이 해안길, #광난두 정자각, #조각바위 언덕, #마당바위, #대청8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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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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