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세종청사간 을지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우병우 민정수석도 자리에 배석해 앉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세종청사간 을지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우병우 민정수석도 자리에 배석해 앉아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청와대의 '입단속'이 통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22일 정국 최대 현안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 일절 거론하지 않았다.

이정현 당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이날 오전 7시 30분부터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비공개로 3시간 가까이 머리를 맞댔다. 지난 18일부터 우 수석에 대한 당대표·원내대표 투톱 간 입장 차가 불거졌던 만큼 '결과'를 기대할 만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예상은 틀렸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우 수석 문제가 논의됐느냐"는 질문에 "오늘 우씨 성을 가진 사람 얘기는 안 나왔다"며 "오늘은 정책, 민생 얘기만 밀도 있게 논의했다"고 답했다.

최고위 직후 열린 의원총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정현 당대표 취임 후 처음 소집된 의총이었다. 그러나 공개 발언에서 우 수석 얘기는 일절 나오지 않았다. '서별관회의 청문회' 증인 채택 문제로 불발된 추가경정예산 처리와 관련, 야당의 책임을 묻는 성토만이 이어졌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 등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우병우 민정수석의 사퇴를 요구하는 야당의 목소리가 거센 데 반해 이날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는 우병우의 '우'자도 꺼내지 않았다.
▲ 우병우의 '우'자도 꺼내지 않은 새누리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 등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우병우 민정수석의 사퇴를 요구하는 야당의 목소리가 거센 데 반해 이날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는 우병우의 '우'자도 꺼내지 않았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이러한 여당의 반응이 더욱 주목된 까닭은 바로 전날(21일) 나온 청와대의 메시지 때문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21일 <연합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우병우 죽이기의 본질은 임기 후반기 식물정부를 만들겠다는 의도"라면서 "힘 있고 재산이 많은 사람은 무조건 검은 구석이 있거나 위법·탈법을 했을 것이라는 국민 정서에 터 잡아 청와대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일부 언론 등 부패 기득권 세력과 좌파 세력이 우병우 죽이기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우 수석 의혹에 대해 입증된 것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이는 지금까지 우 수석 의혹과 관련된 청와대의 반응 중 가장 수위 높은 표현이었다. 특히 '우병우 흔들기=식물정부 만들기'로 규정하면서 여당 내에서 우 수석의 거취를 문제 삼는 이들을 '이적 세력'으로 평가한 것이나 다름 아니었다. 즉, 지도부뿐 아니라 여당에 속한 누구라도 우 수석의 문제를 쉽게 거론치 못하게 된 셈이었다.

"특별감찰관법상 수사 의뢰 대상 아냐", '우병우 지키기'만 강화

실제로 우 수석의 사퇴를 촉구했던 비박 측은 이날 위축된 분위기를 보였다.

지도부 내 유일한 비박계인 강석호 최고위원은 이날 의총 비공개 전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최고위에서 다루는 정책 과제가 41개나 돼 (우 수석 거취 논란에 대해 말할) 그럴 겨를이 없었다"며 "많은 분들이 얘기했으니 조급해 말고 조금 기다리면 안 되겠나"라고 말했다. "당장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는 질문에도 "그건 (우 수석) 본인의 뜻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도 비공개 전환 직후 의총장을 나섰다. 그는 "당에서 공식 입장을 빨리 정해야 한다"면서도 우 수석의 즉각 사퇴가 아닌 직무정지만을 말했다.

하 의원은 "청와대와 국민들 사이에 (우 수석에 대한)의견 차가 큰 게 핵심인데 청와대는 (우 수석을) 죄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일단 직무를 내려놓고 검찰 수사 결과 혐의가 없다면 직무에 복귀시키고 검찰에서 기소를 한다면 사퇴를 시키는 절충안이 가능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다시 (민정수석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면 수사가 제대로 되겠느냐"는 질문에는 "전 국민이 보고 있으니 검찰이 사실관계를 엄정하게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답했다.

친박 비주류로 분류되는 한선교 의원은 아예 우병우 수석 관련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반면,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기밀누설' 의혹을 문제 삼으며 '우병우 지키기'에 앞장 선 친박 주류들의 태도는 보다 당당해졌다.

김진태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 "저도 (우 수석이) 정권 흔들기의 희생양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신문에 났으니까 무조건 옷 벗고 내려오라고 하는 형편인데 만약 이게 사실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 그 신문사는 폐업할 건가"라고 반문했다. 또 "(특별감찰관이 검찰에 수사 의뢰한) 직권남용은 백보 양보하더라도 법 이론적으로 민정수석의 권한이 아니다, 처가 회사의 횡령 문제도 (특별감찰의) 범위에서 벗어난 것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안전행정부 장관 출신인 정종섭 의원도 이날 비공개 의총에서 "이번 사건은 특별감찰관의 수사 의뢰 대상이 아니다, (특별감찰관법) 안의 여러 법적 사항을 잘 검토해봐야 한다"며 사실상 우 수석을 두둔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사퇴보다 진상규명이 먼저다"는 입장을 펼친 조원진 최고위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내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면서도 이 같은 정 의원의 주장을 인용했다. 또 "내 얘기는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며 기존 입장과 다르지 않음을 시사했다.

투톱 갈등도 '입단속' 앞에 사라졌나?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 등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우병우 민정수석의 사퇴를 요구하는 야당의 목소리가 거센 데 반해 이날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는 우병우의 '우'자도 꺼내지 않았다.
▲ 우병우의 '우'자도 꺼내지 않은 새누리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 등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우병우 민정수석의 사퇴를 요구하는 야당의 목소리가 거센 데 반해 이날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는 우병우의 '우'자도 꺼내지 않았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이 같은 분위기는 정진석 원내대표의 침묵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 수석은 대통령과 정부에 주는 부담감을 고려하여 자연인 상태에서 자신의 결백을 다투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그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에서 우 수석에 대한 얘기를 일절 꺼내지 않았다. 특히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날 우 수석의 문제와 관련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을 공식 요구한 것에 대해서도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내가 얘기했던 것은 앞으로 국정감사 등에서 운영위 일정이 잡히면 여야 의원들이 우 수석의 입장을 들어보려 할 것이니 민정수석의 국회 불출석 허용 관례를 양해해주기 어렵다는 것"이라며 "지금 논란이 불거졌다고 해서 (우 수석 관련 운영위를) 별도로 따로 열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정현 대표는 여전히 침묵으로 청와대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의총 직후, 오찬 직후 기자들로부터 우 수석 거취 논란에 대한 질문을 받았지만 "지난번에 얘기하지 않았느냐"며 더 이상 답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19일 우 수석 문제와 관련, "논평식으로 얘기하지 않겠다"면서 "진상규명해서 문제가 나온다면 당연히 조치해야 한다"고 원론적으로 말한 바 있다.


태그:#우병우, #이정현, #정진석, #청와대, #박근혜
댓글1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