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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독서량은 OECD 국가 중 꼴찌다. 물론 개인의 잘못된 습관만은 아니다. 책을 읽을 만한 여유가 없다는 뜻일 게다. 어른은 어른대로, 아이는 아이들대로 책읽기가 녹록지 않다.

어른들은 열악한 근로환경에 눈코 뜰 새가 없고, 아이들은 막대한 학습량에 시달리는 우리의 현실. 그래도 한 권의 책을 펼치는 삶의 여유는 일부러라도 챙겨야 하지 않을까. 교과서와 참고서 말고는 다른 책은 보기 힘든 청소년들과, 책만 잡으면 피곤이 몰려드는 부모 모두 함께 보면 좋을 신간 소설 책 세 권을 소개한다.

<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
한창훈/ 한겨레출판

연작소설 <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의 겉표지
 연작소설 <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의 겉표지
ⓒ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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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야기는 누군가의 가슴에 씨앗으로 남는다. 강렬한 첫인상과 함께 기억 속에 뿌리를 내리며 자라난다. 20대 시절 한창훈 작가는 우연히 신문에 실린 한 편의 칼럼을 보았다. <녹색평론>의 발행인 김종철씨가 쓴 <단 한 줄의 법조문만 있는 나라>였다.

열악한 날씨 탓에 남대서양 화산섬에 주둔했던 영국군이 철수하려는데, 한 하사관 가족이 남아 공동체를 만들었다는 기사였다. 그곳의 법이란 단출했다.

"누구도 특권을 누려서는 안 되고,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간주된다."

한창훈 작가는 그 칼럼을 오랫동안 읽고 또 읽었다. 잦은 이사로 신문 기사는 분실됐지만, 그 기억은 우화풍 소설로 재탄생 되었다. 소설 속 무인도 섬나라의 법조문도 단 한 줄이었다.

"어느 누구도 어느 누구보다 높지 않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나라에 왜 행복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을까. 행복이란 이미지가 강조될수록 그 사회는 불행한 사회인지도 모른다. 행복 역시 소비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린 건 아닐는지. 행복의 실체란 과연 무엇일지, 이 소설을 통해 청소년과 부모들이 깊은 대화를 나누는 계기를 마련해보면 좋을 듯싶다. 

-책 속 이 문장
참 혼란스러워요. 어릴 때부터 전 늘 준비하면서 살았어요. 준비를 해야 행복해진다고 배워서. 그래서 그런지 행복한 순간이 지금까지 없었던 것 같아요.

<바그다드에 내린 하얀 기적, 백색지대>
캐롤린 마스던/ 스콜라

청소년소설 <바그다드에 내린 하얀 기적, 백색지대>의 겉표지.
 청소년소설 <바그다드에 내린 하얀 기적, 백색지대>의 겉표지.
ⓒ 스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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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배경인 무타나비 거리는 이라크 바그다드 구 시가지에 있는 유명한 책방 골목이다. '세상의 모든 책이 당신을 기다린다'는 무타나비의 슬로건처럼, 이 거리는 세계 각국의 많은 지성인들과 예술인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이라크의 끊임없는 분쟁에서도 특별한 예외지역으로 간주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곳에서는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도 없었다. 그러나 2007년 3월, 무타나비의 평화가 깨어지고 말았다. 이 거리에서 자동차 폭탄이 터졌다.

그 사고로 소설 속 누리의 외삼촌이 죽었다. 무타나비 거리를 공격한 사람은 수니파의 자살 폭파범이었다. 사촌인 누리네 가족과 집안은 시아파였지만, 탈리브의 엄마는 수니파였다.

아빠는 시아파지만 엄마가 수니파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쫓겨난 탈리브는 아빠가 운영하는 무타나비 거리의 헌책방에서 놀았다. 어느 날 누리는 한 밤중에 탈리브가 자고 있는 방을 향해 돌을 던지는데... 이 참혹한 분쟁의 갈등은 어떻게 끝이 날까. 평화는 어떻게 찾아오는지, 그 놀라운 결말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책 속 이 문장
새로운 세상은 책의 하얀 페이지 같았다. 세상은 글이 쓰여 있지 않은 페이지, 금방이라도 쓰일 준비가 되어 있는 빈 페이지 같았다.

<강아지와 나의 10가지 약속>
사이토 아카리/ 슬로미디어

소설 <강아지와 나의 10가지 약속>의 겉표지.
 소설 <강아지와 나의 10가지 약속>의 겉표지.
ⓒ 슬로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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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의 강아지를 키우기 위해 10가지나 되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면. 일명 "견십계"로 통하는 첫 번째 약속은 "저와 이야기를 많이 나눠 주세요"다. 가족끼리도 좀처럼 대화가 없는 바쁜 세상에 강아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두 번째 약속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많은 시간을 함께 해 주세요"다. 요사이 가족들이 다 함께 모이는 날은 특별한 기념일이 아니면 힘들 때가 많다.

엄마가 제안하는 까다로운 규칙을 들으면서도 아카리는 좋았다. 병원에서 퇴원한 엄마는 어린 딸을 위해 강아지와 행복하게 지낼 방법을 알려주었다. 엄마가 없다면, 아카리는 아빠 대신 식탁 의자에 앉은 곰 인형과 저녁식사를 해야 했다.

의사인 아빠는 병원일로 바빴다. 하늘나라로 떠난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줄 강아지와의 특별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아빠와 딸, 그리고 강아지가 만들어내는 좌충우돌 가족성장기, 그 속에 가족의 의미가 새록새록 피어난다.

-책 속 이 문장
사람을 알고 싶다면 일단 동물을 알아야 해. 만약, 이 세상에 동물이 없었다면 우리는 자기 자신을 아는 방법조차 찾아내지 못했을 거야.

덧붙이는 글 | <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 한창훈 글/ 한단하 그림/ 한겨레출판/ 2016년 7월 4일/ 값 12000원
<바드다드에 내린 하얀 기적, 백색지대> 캐롤린 마스던 글/ 김옥진 옮김/ 스콜라/ 2016년 7월 5일/ 값 9800원
<강아지와 나의 10가지 약속> 사이토 아카리 지음/ 박현아 옮김/ 슬로미디어/ 2016년 7월 29일/ 값 13000원



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

한창훈 지음, 한단하 그림, 한겨레출판(2016)


태그:#<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 #<바그다드에 내린 기적, 백색지대>, #<강아지와 나의 10가지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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