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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피서를 소개합니다. 뜨거운 도로 위를 질주하지 않아도, 물 반 피서객 반 해운대에 가지 않아도 만족하실 거예요. 시원하게 선풍기 틀어놓고아이와 도란도란 책장 넘기며 그림책을 읽어보세요. 처음부터 다 읽는데 30분이 걸리지 않아요. 너무 두꺼우면 힘들잖아요. 얇다고, 글자가 적다고 무시하시면 안 돼요. 하나하나 꼼꼼히 뜯어보고,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새 저녁 바람이 불테니까요

<곰 사냥을 떠나자>
마이클 로젠 글, 헬린 옥슨버리 그림 / 시공주니어

곰 사냥을 떠나자 표지
 곰 사냥을 떠나자 표지
ⓒ 시공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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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잡으러 간단다.
큰 곰 잡으러 간단다.
정말 날씨도 좋구나!
우린 하나도 안 무서워."

흥겨운 노랫소리가 들려요. 뭐가 저리 즐거울까요? 딸은 덩실덩실 홉스텝을 밟고, 아들은 나뭇가지 흔들며 가요. 날씨가 화창해서 소풍 가기 딱 좋은 날인데 이 가족은 곰사냥을 떠나네요. 넘실대는 기다란 풀잎을 헤치고, 사각서걱! 언덕길을 내려와요. 어라! 깊고 차가운 강물이 나왔네요. 걱정 마세요. 텀벙 텀벙!  강물을 헤엄쳐 가면 되잖아요. 아주 겁 없는 가족이네요.

어라! 이번엔 깊고 질퍽이는 진흙탕이네요. 괜찮아요. 진흙탕 밟고 지나가면 되잖아요. 바지 걷고, 양 손에 신발 쥐고 처벅 철벅! 처벅 철벅! 소리가 점점 더 커지네요. 슥슥 잔디밭에 발 문질러 닦고 고개 드니 어라! 커다랗고 컴컴한 숲이에요. 어째 으스스한데요. 아니 아니 하나도 안 무서워요. 그냥 숲에 들어가 봐요. 아빠가 앞장 서면 나머지는 따라가요. 진짜 아무렇지도 않다니까요.(후들후들)

진흙탕을 처벅 철벅!
 진흙탕을 처벅 철벅!
ⓒ 이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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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락 부시럭!

조금 놀랐는데 겨우 낙엽이네요. 하하하 바람도 시원하네요. 다시 앞으로 가자구요. 늪을 건너고, 휭 휘잉! 눈보라를 뚫고 어라 동굴이 나왔어요. 속이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 보이네요. 일단, 들어가 보자구요. 앗! 막내가 언니 치마를 잡아끌어내요. 저기 뭐가 보이네요.

반들반들하고 촉촉한 코가 하나!
털이 덥수룩한 커다란 귀가 둘!
크고 번들거리는 눈이 둘!
으악, 곰이잖아!!!!

드디어 목표물을 만난 가족들, 곰 사냥에 성공했을까요? 사각서걱! 덤벙텀벙! 처벅철벅! 바스락 부시럭! 휭휘잉! 이 책은 꼭 소리 내어 읽어주세요. 글자 크기가 커질 땐 목소리도 키워주세요. 살금살금 곰이 사는 동굴 안을 살필 땐 살짝살짝 책장을 넘겨주세요. 그럼 어느새 곰 사냥꾼 대열에 합류해 있는 우리 모습이 보일 거예요.

<아씨방 일곱 동무>
이영경 글, 그림 / 비룡소

아씨방 일곱 동무 표지
 아씨방 일곱 동무 표지
ⓒ 비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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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 기억하시나요? 미국에 우디와 버즈가 있다면, 한국에는 아씨방 일곱 동무가 있어요.

주인아씨는 빨간 두건을 쓰고 바느질 좋아하는 아주머니예요. 아씨가 쿨쿨 잠든 동안에만 깨어난다는 일곱 동무(친구)가 있다고 하네요. 마침 아씨가 낮잠을 즐기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어요. 실례지만 잠깐 숙녀의 방으로 들어가 보도록 해요.

오~ 역시 빨간 두건 아씨가 자고 있어요. 이 분에게는 손끝을 늘 떠나지 않는 일곱 동무가 있는데 자, 가위, 바늘, 실, 골무, 인두, 다리미가 그들이에요. 근데 여기 분위기 왠지 심상치 않아요. 약간의 다툼이 있나 봐요. 키 큰 자 부인의 자랑이 말싸움의 시작이라 하네요.

"아씨가 바느질을 잘 해내는 건 다 내 덕이라구. 옷감의 좁고 넓음, 길고 짧음이 나 없이 가려지기나 할 것 같아? 흥, 어림없는 소리. 그러니 우리 중에서 제일 중요한 건 바로 나라구!"

그 말을 듣고 가위 색시가 반격을 시도해요. 입을 삐죽이며 따지네요.

"아니, 형님 지금 무슨 소릴 하고 있어요? 내 덕은 몰라라, 형님 자랑만 하는군요. 잘 재어 본들 자르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나요? 내가 나서야 일이 된다구요."

서로 잘났다고 우기는 일곱 동무들
 서로 잘났다고 우기는 일곱 동무들
ⓒ 비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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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 듣고만 있던 새침떼기 바늘 각시, 따끔하게 쏘듯 한 마디 하네요.

"형님들, 자로 재고 가위로 자른대서 옷이 되나요? 내가 이 솔 저 솔 꿰매고 나서야 입을 옷이 되지 않나요? 내가 없으면 바느질은 절대로 할 수 없어요."

요조숙녀 홍실 각시가 코웃음을 쳐요. 제법 여유 있는 말투로 바늘 각시에게 면박을 줍니다.

"호호호 얘, 그것이 어떻게 너의 공로니? 너, 아무리 이 솔 저 솔 누비고 다녀 봐라. 실없는 바늘이 일을 잘도 하겠구나? 한 땀 반 땀이라도 내가 들어서야 하지 않니? 그러니 나야말로 주인공이 아니겠어? 호호호"

헉헉헉 숨 쉴 틈도 없이 치고받네요. 다들 말발이 장난 아니에요. 나름 잘난 이유가 확실해 우열을 가리기 힘들겠어요. 세상에 쓸모없는 물건이 어디 있겠어요. 아씨방 일곱 동무 말싸움을 듣다 보니 수납장마다 그득 들어찬 동무들에게 미안해지네요. 모두들 주인에게 예쁨 받고 싶고, 쓰이고 싶어 할 텐데요.

책장을 덮고 나면 우리 집에 사는 물건 동무는 누구인지 아이와 이야기해보세요. 이 동무는 언제 우리 집에 왔는지, 얼마나 자주 쓰는지 떠올려 보세요. 깜빡 잊고 지냈던 동무들이 이렇게나 많았구나 하고 놀라실 거예요. 삐약이, 토순이, 빡빡이처럼 물건에 이름을 붙여 주시면 더 좋아요. 다정하게 이름 부르며 동무들을 소중히 대할 테니까요.

<구리와 구라의 대청소>
나카가와 리에코 글, 야마와키 유리코 그림 / 한림출판사

구리와 구라의 대청소
 구리와 구라의 대청소
ⓒ 한림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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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인데 아이들이 집 청소는 잘 하나요? 싫어해요, 어려워해요, 도망가요... 네에 예상한 대로군요. 방인지 마구간인지 구분이 안 된다는 분도 계시군요. 그렇다면 '구리와 구라의 대청소'를 같이 읽어 봐요. 청소는 지겹고 귀찮다는 생각이 달아날 거예요. 베갯머리에 아침 햇살이 비추면 구리는 벌떡 일어나 커튼을 열어요.

"야아, 눈부신 아침이다."

햇살이 방 안 가득히 퍼지며 이곳저곳을 환하게 비춰요. 아침 식사 시간, 가만히 보니 뭉치가 된 먼지들이 데굴데굴 굴러다니고 있어요. 자녀 방 책장과 책상 구석을 살펴보세요. 비슷한 광경을 보시게 될 거예요. 구리와 구라는 조끼를 벗고 옷소매를 걷어 부치고 대청소 시작!

해님은 방긋방긋
행복한 미소
먼지는 팔랑팔랑 
춤을 추네요
우리들은 지금부터
대청소해요

노래하다 먼지를 마시고는 "에취-" 하고 재채기를 해요. 청소도구를 꺼내려 창고를 열어 보니 빗자루도, 먼지떨이도, 걸레도 상태가 영 별로네요. 도저히 쓸 수 없을 지경이에요. 이대로 포기할 구리와 구라가 아니죠. 해진 옷과 낡은 천을 모아둔 보따리를 잡아 끌어냈어요.

커다란 보따리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커다란 보따리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 한림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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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보따리엔 구멍 난 양말, 장갑과 스웨터, 오래된 손수건과 타월 등이 가득 들어 있었어요. 구리가 손뼉을 치며 말했어요.

"내가 걸레가 되는 거야."

양말을 세 겹으로 덧신고, 구멍 난 스웨터를 걸치고, 찢어진 바지를 입고, 장갑을 끼고, 장갑을 끼고, 커튼을 둘둘 휘감고는 배로 미끄럼을 슝~ 엉덩이로 슝~ 까르르 이렇게 놀기만 해도 청소가 되네요. 잠깐! 아까 분명 대청소한다고 말했는데 왜 다시 어지르고 있냐는 분 계시죠?

네. 처음부터 입주청소 전문 용역을 기대하지 말자구요. 대신 청소는 아주 당연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습관이라고 접근해 보면 어떨까요? 철 지난 티셔츠 물 묻혀 바닥도 닦아보고, 올 풀린 머플러로 먼지도 털고. 이번 주말 청소 놀이 한바탕 해보자고요. 하루, 이틀 지날수록 반짝반짝 윤이 나는 방을 볼 수 있을 거예요.

이상으로 그림책 휴가를 위한 책 소개는 끝이에요. 마음 같으면 100권 소개하고 싶은데 그럼 휴가가 책만 읽다가 끝나잖아요? 나머지 시간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충분히 대화하시라고 3권만 골라봤어요. 후딱 읽어 치운다고 상 주는 거 아니니까 느긋하게 즐겨보세요.

그림책과 함께 무더운 여름을 이겨내 보아요!



곰 사냥을 떠나자

헬린 옥슨버리 그림, 마이클 로젠 글, 공경희 옮김, 시공주니어(1994)


태그:#휴가, #그림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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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구하는 가계부, 산지니 2021>, <선생님의 보글보글, 미래의창 2024> 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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