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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생물학자의 우리 땅 생명 이야기> 책표지.
 <야외생물학자의 우리 땅 생명 이야기> 책표지.
ⓒ 뜨인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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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는 여름을 상징하는 곤충이다. 매미 소리는 개구리 소리, 귀뚜라미 소리 등과 함께 계절에 따라 듣지 않으면 서운하고 생태를 걱정하는 사람들까지 있을 정도로 우리에게 매우 친근한 소리 중 하나다.

그런데 모든 매미 소리가 이처럼 친근한 것은 아니다. 전형적인 시골인 고향마을과 어린 시절의 여름날들을 떠올릴 정도로 정겨운 매미 소리도 있지만, 고막을 찌를 듯 유난히 크게, 그리고 줄기차게 울어대 그만 좀 울었으면 싶은 매미 소리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친근하게 느끼는 매미 소리는 그리 높지 않은 톤으로 '맴~맴~맴 매애애애~~앰', 이렇게 일정의 리듬을 맞춰 우는 참매미다. 반면 무더운 한낮 '치이이이~'로 시작해서 소리가 점점 강해져 '취이이이~'로 한참동안 시끄럽게 울어대는 것은 말매미이다.

우리나라에는 참매미와 말매미, 애매미, 유지매미, 쓰름매미 등이 산다고 한다. 이중 말매미 소리는 유난스럽다. 그래서 오늘날 도심의 소음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밤낮없이 울어대는 지라 창문조차 열 수 없다는 사람들도 많고, 잠을 설친다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다.

풀과 나무를 좋아하게 되면서 깃들어 사는 곤충들에게도 일종의 애정과 관심이 생겼다. 그럼에도 말매미 소리는 영 반갑지 않다. 그렇잖아도 줄기차게 우는 녀석들이 요즘처럼 더울 때면 더위를 달구며 우는 것만 같아 더욱 덥게 느껴지는 소리이기도 하다.

진동막은 수컷에게만 있으며, 따라서 노래도 수컷만 할 수 있다. 매미의 노랫소리가 종마다 다른 데엔 이유가 있다. 노래를 잘못 부르거나 잘못 인식하면 서로 다른 종의 암컷과 수컷이 짝짓기를 하게 된다. 이럴 경우 자손이 생성되지 않거나 잡종이 형성될 수 있다.

그러면 암컷과 수컷 모두 번식에서 막대한 손해를 입는다. 종별로 구분되는 독특한 신호는 같은 종의 암컷과 수컷이 짝을 짓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짝짓기 신호가 종마다 독특한 것을 '종특이성'이라 한다.



<야외생물학자의 우리 땅 생명 이야기>(뜨인돌 펴냄)는 한 야외생물학자가 우리 땅에서 살아가는 여러 생물들의 생태를 기록한 책이다.

매미 관련 이야기는 231쪽부터 257쪽까지 두 편의 글. '참매미 새벽 대합창'이란 제목으로  매미의 생태구조와 생태 특성 등 유독 크게 우는 곤충인 매미의 노랫소리 관련한 다양한 것들을 들려준다. 이어서 '요즘 매미는 왜 시끄러울까?'라는 제목으로 1990년대까지만 해도 그리 많지 않았던 말매미가 서울을 비롯한 도심 곳곳에 특히 많아진 이유와 원인 등을 다양한 실험과 관찰 그 결과에 의해 들려준다.

책에 의하면 '말매미의 울음소리가 유독 거세고 큰 이유는 한 마리가 울면 주변의 말매미들까지 덩달아 함께 울며 합창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참매미가 주로 나무 아랫부분에서 서식하며 우는 것과 달리 말매미는 나뭇가지나 나뭇잎에 의해 소리가 흩어질 가능성도 훨씬 줄어드는데다가, 소리가 그만큼 멀리 퍼지게 되는 나무 가장 높은 곳에서 울기 때문이다.

참매미는 한 곳에서 짧게 울다가 이동하지만, 말매미는 한 장소에서 오랫동안 운다고 한다. 이 또한 함께 우는 말매미들이 늘어가면서 소리가 점점 더 커지게 되고, 듣는 우리가 질리도록 줄기차게 느끼는 이유가 된다.

노래곤충은 노래할 때 선호하는 온도 범위가 있다. 예를 들면 매미는 한여름에 출현하고 주로 대낮에 노래를 한다. 반면 귀뚜라미는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출현하고 주로 밤에 노래한다. 매미가 노래할 때의 온도는 귀뚜라미보다 훨씬 높다. 같은 매미라도 종에 따라 노래하는 온도 범위에 차이가 나는데, 가장 대조적인 예가 말매미와 참매미다.

참매미는 여름에 온도가 올라갈수록 합창할 확률이 점점 낮아진다. 반대로 말매미의 합창 확률 곡선은 온도가 올라갈수록 높아진다. 27℃ 이하에서는 거의 합창을 하지 않다가 27℃ 이상으로 올라가면 온 동네의 개체들이 일제히 합창을 시작한다. 말매미는 27~28℃ 근처에서 마치 스위치처럼 합창을 켜고 끈다.



글을 쓰는 현재 시각은 새벽 5시 38분. 참매미들이 30분 가까이 울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지난 이삼일 전과 달리 5분가량 늦은 5시 8분부터 울기 시작한 참매미들이 늦은 시간 그만큼 늦게까지 울고 있다는 것이다. 이 문장 첫 부분을 쓰기 시작하던 1분 전쯤보다 소리의 크기나 거리를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소리가 작아지고 아득해진 것도 흥미롭다.

책 덕분에 이른 새벽부터 매미가 울면 '오늘도 또 얼마나 더울까?'라며 지레짐작, 듣곤 하던 그동안과 달리 올해는 이처럼 촉각을 세워 비교하며 들을 수 있음이 여간 흥미롭고 고마운 것 이 아니다. 그러고 보니 참매미가 울기 직전까지 들리던, 아마도 매미보다 낮은 온도를 선호하는 밤벌레 소리들이 어느새 사라지고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여하간 덕분에 올 가을 귀뚜라미 소리도 이전과 달리 들리리라. 

책 표지는 수원청개구리가 논 한가운데의 벼, 그 잎을 부여잡고 우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이 수원청개구리는 세계희귀종이자 우리 고유종으로 멸종위기종이기도 하다. 지난 봄 수원청개구리의 서식지가 발견되었다는 반가운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 책 표지 그림은 저자와 함께 서식지 발견에 중요한 역할을 한 '시민참여과학수원청개구리탐사대' 로고이기도 하다.

저자는 수원청개구리의 생태 연구를 해오고 있는데, 이 책에 수원청개구리 서식지를 발견하기까지의 좌충우돌 우여곡절과 수원청개구리의 생태가 34쪽에 걸쳐 소개되고 있어서 매우 인상 깊게 읽었다. 관심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기대하며 덧붙인다.

<야외생물학자의 우리 땅 생명 이야기>는 곤충이나 생물에 그리 큰 관심이 없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매력이 많은 책이다. 여름을 달구는 매미소리나, 최고의 천적이 될 수 있는 사람의 보금자리 한쪽을 선택함으로써 오히려 사람의 보호를 가장 많이 받는 존재가 된 제비, 매스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끈 제돌이(삼팔이, 춘삼이와 함께 야생순응훈련을 마친 후 2013년 7월 19일 제주도 감녕 앞바다에 방류된 돌고래), 비가 오면 우는 청개구리 등처럼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생물들을 주인공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들려주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야외생물학자의 우리 땅 생명 이야기>(장이권) | 뜨인돌 | 2015-12-28 |정가 1만6500원



야외생물학자의 우리 땅 생명 이야기

장이권 지음, 뜨인돌(2015)


태그:#매미소리, #참매미, #말매미, #수원청개구리, #제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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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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