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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에 나온 정치학 석학들의 발언
 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에 나온 정치학 석학들의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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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1조 1항이다.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는데 민주주의는 얼마나 잘 이뤄지고 있을까? 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 5부작"에서 민주주의란 자원배분의 통제권을 시민이 갖는 것인데, 언제부터 민주주의가 '선거'에 국한됐다며 민주주의의 본질은 자원배분에 있음을 얘기한다.

1982~1984년 아프리카에 큰 가뭄이 들어 대규모의 식량난이 발생했다. 에티오피아는 가뭄에도 곡물 총생산량이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100만 명이 식량난으로 사망했고, 반면에 보츠와나는 가뭄으로 식량 생산량이 1/4로 줄었지만 식량난으로 사망한 사람은 없었다.

차이가 무엇이었을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티아 센은 "민주주의 국가에선 기근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이 두 나라의 차이를 민주주의에서 찾았다. 당시 군부독재였던 에티오피아와 민주주의가 발전한 보츠와나에서 자원배분의 포커스가 달랐기 때문에 같은 조건에서 사망자의 차이가 이렇게 많이 나타났다고 본 것이다.

우리는 얼마나 민주적인 국가에서 민주시민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를 보고 풀(별칭), 보드카(별칭), 라파(별칭), 이점장(별칭) 네 명의 청년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눠봤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자원배분에 있다?

이점장: 민주주의의 핵심이 '분배'에 있다는 게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분배'는 굉장히 좌파스러운 색깔이 짙고 분배=진보 공식이 성립된다. 다큐멘터리에서 민주주의의 핵심을 분배에 맞춰 설명하는 게 굉장히 놀라웠다. 언제부터 '분배'가 좌파스러운 단어가 되었을까?

풀: 사회주의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다. 생산 수단을 사회적으로 공유하고 평등하게 분배한다. 이게 사회주의의 핵심 가치였다.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에 반대되는 사상이고 지금 우리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혼합된 사회에서 살고 있으니까 사회주의를 배척함과 동시에 '분배'도 같이 배척된 건 아닐까?

보드카: 하나하나 밑에서부터 위로 따지다 보면 결국 북한이 나오는 것 같다. 그래서 더 예민한 거 아닐까? 우리나라 바로 위해 북한이 있고 본질과는 아주 많이 퇴색됐지만 사회주의를 좇는 나라였으니 북한과 멀어지면서 '분배'라는 단어 역시 '빨갱이'스러운 단어가 된 것 같다.

라파: 신자유주의나 자본주의 관점에서 보면 분배의 문제는 "시장에 경제 논리에 의해 이루어지는 게 맞다" 이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민주주의나 사회적 제도를 통해서 분배를 하는 것을 사회주의나 좌파의 논리로 몰아가려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

이점장: 민주주의의 시작이 아테네였다는 건 누구나 다 안다. 하지만 아테네에서 민주주의가 어떻게 시작됐는지는 모른다. 대규모 은광을 발견한 아테네 시민들은 은광의 수입을 시민들에게 나눠주자는 측과 그 수입으로 전쟁을 대비하자는 측, 즉 어디 쪽에 분배할 것이냐에서 아테네 민주주의가 시작됐다. 전쟁을 대비하자는 의견에 힘이 실렸고 그 결과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민주주의의 시작이라고 불리는 아테네에서 '자원의 분배'로 민주주의가 시작했다. 이게 민주주의의 핵심이었다.

라파: 분배의 문제 이전에 민주주의는 먹고사는 문제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위 전쟁 얘기도 전쟁에서 지면 죽는 거니까 결국 죽고 사는 문제이고, 아프리카의 기근 문제도 먹는 문제, 즉 민주주의는 생존의 문제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결국 우리 삶의 생존이 걸려있는 문제니까 우리가 살게 해달라고 정치권에 말하는 것이 곧 우리에게 분배해달라라고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다.

보드카: 민주주의는 갈등을 조율하는 효과적인 제도이다. 갈등을 없애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자유를 아예 없애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두 똑같은 생각을 함께 하는 것이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조정이 필요하다. 갈등의 범위를 넓히면 다양한 정파와 이익을 수용한다. 그러면 다수파가 다른 시민의 권리를 침해할 시도도 줄어든다.

민주주의 2부에 나왔던 말인데 이 부분이 확 와 닿았다. 우리 사회는 갈등이 있는 걸 용납하지 않는 것 같다. 갈등을 일으키는 순간 문제시 시작하고 갈등 자체를 문제로 취급한다. 갈등을 해결하는 점에서 민주주의가 시작한다. 수많은 갈등 속에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성장한다.

누구에게 분배해야 할까?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

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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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민주주의의 핵심이 분배에 있다는 게 이 다큐멘터리의 핵심이었다. 분배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복지를 얘기할 수밖에 없다. 한동안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가 뜨거운 이슈였다. 지금 청년들 사이에서 뜨거운 복지 이슈는 '청년수당'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점장: 그러고 보니 성남시 청년수당은 보편적 복지이고 이번 서울시 청년수당은 선별적 복지에 가깝다. 청년수당을 포퓰리즘이라며 여당이 줄곧 반대하고 있는데 나는 청년수당은 좋은 포퓰리즘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인은 표를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모든 정책이 따지고 보면 포퓰리즘이다. 좋은 포퓰리즘이라고 얘기한 이유는 '실현 가능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노인 기초연금 인상안은 나쁜 포퓰리즘으로 볼 수 있다. '실현 불가능'한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실현 가능한 좋은 포퓰리즘의 정책들을 내놓는 게 정치인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여당 의원들도 제발 좋은 포퓰리즘 정책을 내놓길 바란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몇 점일까?

라파: 10점 만점에 7점 정도 될 것 같다. 최소한 우리나라는 투표를 하니까 이것만으로도 5점은 넘는 것 같다. 적어도 우리 손으로 대통령, 국회의원을 뽑으니까.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은 있다. 정치의 문화, 선거 절차 이런 부분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 지금도 선거가 끝나면 잡음이 꽤 있다. 부정선거였다, 투표함이 사라졌다 등등 잡음이 많다. 정치인, 국회의원들이 정치권에서 보여주는 행태 역시 아쉬운 점이 많다. 그래도 10년 20년 전과 비교했을 때 많이 나아졌고 앞으로도 나아질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7점을 줬다.

보드카: 저는 투표하는 걸 감안하더라도 4점이다. 우선 우리나라 헌법대로만 국가를 운영한다면 7점까지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법으로 명시해 둔 헌법도 못 지키고 있는 게 사실이다. 선거 때마다 부정선거에 대한 의혹이 아직도 끊임없이 나온다. 투표를 할 때 내 투표가 정말 반영이 될까? 이런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한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 민주주의가 정치가 후퇴했다는 것 아닐까?

언론이 장악되어 있다는 점도 큰 문제다. 권력자 입맛대로 뉴스가 돌아간다. 이정현 의원의 KBS 외압 사건 하나만 봐도 언론이 장악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시민들의 정치 참여를 권장해야 하는데 지금 우리나라 시스템은 참여를 제한하는 것 같다. 선거 운동 기간이 정해져 있는 것도 웃긴 일이다. 국민들의 투표율을 높일 방법을 고안해야 하는데 지금은 어떻게 하면 우리 젊은이들을 투표장에 못 가도록 할까 이 방법을 더 고안하는 것 같다.

국민들의 정치 참여 기회도 아주 적다. 우리는 만 19세가 넘어야 첫 투표를 할 수 있다. 그제야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 미국은 초등학생 때부터 선거 기간이 되면 대통령 모의선거를 한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정치에 참여할 기회를 많이 제공해야 한다. 19년을 투표 안 하다가 20살 돼서 투표 안 한다고 20대들에게 개새끼라고 얘기하는 건 곤란하다.

라파: 역사적인 배경도 정치 참여에 한몫한다. 유럽이나 미국의 민주주의 역사는 우리나라에 비해 굉장히 오래됐다. 우리나라는 이제 30년 정도 됐다. 민주주의가 아직 한 세대를 다 넘어가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에 대한 교육도, 피부로 느끼는 민주주의도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사실상 우리 부모님 세대 때는 민주주의가 없었다. 그제야 정착했기 때문이다.

풀: 저는 5점 정도 되는 것 같다. 기대치가 높아서 실망이 더 큰 것 같다. 교과서에서 배우는 건 굉장히 이상적인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국가는 민주정부고 합리적인 국가라고 배웠는데 현실을 그렇지 않다. 그래서 더 실망스러워하는 것 같다. 교과서가 아이들의 기대치를 높인 것 같다. 이코노미스트 산하 연구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에서 전 세계 민주주의 상태를 조사한 결과가 있는데 놀랍게도 우리나라가 7.97로 조사한 160여 국 중에서 22위(2015년 기준)에 선정됐다. 평가 항목은 선거 절차 및 다원주의 시민의 권리, 정부의 기능, 정치 참여, 정치 문화 이렇게 다섯 개 범주다.

TOP10은 주로 복지국가들이 들어가 있고 우리보다 한 단계 높은 21위는 이탈리아 23위는 일본이다. 20위에는 미국이 있다. 미국도 사실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다. 우리 선배 세대가 이룬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낮은 점수를 줬지만 사실 짧은 시간 내에 이렇게 민주주의가 성장한 나라도 드물다. 전 세계에 우리나라가 유일하지 않을까?

우리는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느끼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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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카: 일상에서 민주적이다라고 느끼는 순간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지만 선거가 민주주의의 전부는 아니다. 일상에서 민주적인 것들 가령 무슨 사건이 터졌을 때 익명 게시판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문화, 댓글 쓸 때도 왠지 이런 거 써도 되나? 하는 생각, 개인 페이스북에도 이런 글 써도 되나 싶을 때 등 이런 부분에 대한 일상적인 생활에서의 민주주의가 없는 것 같다.

풀:  유교문화, 가부장적인 문화도 보면 자녀들이 한 개인으로서의 의사가 존중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어른, 부모님의 결정에 의해 따라야 하고 회사에서도 권위적인 문화가 있어서 윗사람의 지시에 무조건 따라야 하는 걸 보면 전방위적으로 민주적인 문화가 없는 것 같다. 민주적인 문화라면 누구든 상관없이 사원도 적극적으로 의견 내는 문화여야 하는데 그런 문화는 아닌 것 같다.

이점장: 우리는 민주주의를 어디서 처음 접할까? 바로 초등학교 반장선거에서 처음 접한다. 그런데 여기에도 문제점이 있다. 학생들이 뽑은 반장이 뽑고 나면 학생들을 지휘한다.
뽑아놨더니 한다는데 "차렷 열중쉬어 선생님께 경례" 뭔가 이상하다. 분명 내 손으로 뽑았는데 내게 명령을 한다. 이게 과연 민주적일까? 이런 문화가 쌓이고 쌓여서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뽑고 나니까 국민들에게 명령하는 문화가 생긴 게 아닐까?

보드카: 고등학생에게도 투표권을 주고 정당 가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웃음)

라파: 사실상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소환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 내가 뽑은 대표가 그룹의 리더 역할을 못 하면 자를 수 있다는 것도 배워야 한다. 언제든지 반장을 바꿀 수 있다, 재신임을 물을 수 있다는 걸 배워야 한다. 그래야 커서도 정치인 더 감시하고 비판할 수 있지 않을까? 어려서부터 정치교육이 필요하다.

민주주의는 늘 최선을 뽑지는 않는다

이점장: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보수정권이 들어선 지 9년 차다. 이 두 정부 기간 동안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감이 많이 들었다.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인데 어떻게 이렇게 못 할 수가 있을까? 이 부분에 굉장한 회의감이 들었다. 최선을 뽑는 것 최선이 없다면 차선을 뽑는 것, 최악을 피해 차악을 뽑는 것이 선거인데 우리는 최악을 뽑았다. 과연 민주주의가 잘 돌아가고 있는 걸까?

보드카: 반대로 생각하면 두 분이 민주주의에 기여한 바도 많다(웃음).
덕분에 온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 민주주의의 부재를 느끼게 해줬다. 씁쓸하다.

나에게 민주주의란?

풀: 민주주의는 사랑입니다.

이점장: 민주주의는 나로부터 시작한다.

라파: 민주주의는 내 문제다.

보드카: 민주주의는 공백이다. 우리가 채워나가야 한다.

청춘사이다 듣기 http://www.podbbang.com/ch/9879

페이스북 청춘라떼 https://www.facebook.com/youthlatte


태그:#민주주의, #다큐프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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