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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주한미군 배치 결정과 관련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주한미군 배치 결정과 관련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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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사드 논란을 두고 "북한의 계속되는 공격압박 속에서도 지금 일부 정치권과 일각에서 사드 배치를 취소하라는 주장이 있는데, 사드 배치 외에 북한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우리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부디 제시해주셨으면 한다"라면서 "나라와 국민을 지키는 것은 대통령과 정부만이 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정치권과 국민들께서 나라를 지키고 우리 가정과 아이들을 지켜내기 위해서 힘을 모아주셔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에게 물어보고 싶다. 왜 길을 두고 산으로 가고 있느냐고. 왜 지름길을 두고 둘러 다니느냐고.

지도력의 부재, 철학의 부재로 한반도에 긴장과 전쟁의 먹구름이 떠돌고 있다. 압박과 재제와 사드가 아닌, 대화와 교류 그리고 협력이 해답이다.

숨막히는 한반도, 대화·교류·협력으로 숨통 터야

상경한 성주 군민들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평화를 위한 사드 배치 철회 성주군민 결의대회'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사드 배치 결정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상경한 성주 군민들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평화를 위한 사드 배치 철회 성주군민 결의대회'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사드 배치 결정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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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기자는 <오마이뉴스>에 '이산가족만이라도 자유왕래할 것'을 제안했다(관련 기사 : 지금, '이산가족의 자유 왕래'가 필요한 이유, http://omn.kr/kd6k). 기자는 이 글에서 남북한 정권을 두고 세상에서 가장 비정하고 비인도적이며, 반인륜적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서울을 방문한 세계평화학의 대부 요한 갈퉁 교수는 말했다. "안보를 통한 평화가 더 중요한지, 평화를 통한 안보가 더 중요한지는 극히 중요하다"라고.

그의 지론은 "평화는 평화적 수단에 의해서만 가능하지(Peace by peaceful means), 다른 전쟁이나 무기에 의한 폭력적인 수단에 의해서는 불가능하다"는 것. 기자는 한반도 평화는 군사적 해결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요한 갈퉁 교수는 한반도 문제는 북한과 미국과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한반도의 문제는 ① 평화협정체결 ② 북미 국교정상화 ③ 한반도 비핵화다. 요한 갈퉁 교수는 '미국과 대한민국은 평화협정을 반대해왔고,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한 비핵화만을 주장해온 게 문제'라고 분석한다.

갈퉁 교수의 지적을 새겨듣자... "인간안보가 더 중요하다"

궁극적으로 폭력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대화'지, 미국이나 남한이 고집하고 있는 '억압'이나 '압박' 그리고 '제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화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상대방을 비난하기보다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 폭력 현상은 줄어들거나 없어진다는 논지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북핵 금지'만을 주장하고 기회가 닿을 때마다 북한을 비난해왔다.

남한이 주도권을 쥐고 되레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며 대화와 협력을 주도해야 하나, 철학과 지도력의 부족으로 남한 정부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박근혜 정부가 사드 설치를 주장하며 말하는 '국가안보'보다 '인간안보'가 더 중요하다.

요한 갈퉁 교수는 남북한에는 독재가 존재하며(북한엔 김·김·김 독재가 있고, 남한엔 박·박의 독재가 있다), 남북한이 모두 유교적인 국가이고, 북한은 공산주의라기보다는 유교 근본주의적 국가로서 중국식 사회주의경제로 나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북한은 자주성이 너무 강해 중국의 말도 듣지 않을 정도지만, 남한은 미국에 종속적이라 '독립국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요한 갈퉁 교수는 '북한은 개방 폭이 커질수록 인권 개선이 이뤄질 것이며, 남한은 보다 민주적으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고 미국과의 관계도 중요하다'라고 짚었다. 그는 남북 문제에 있어 서독의 사례를 제시했다. 통일 전에 서독 쪽에서 먼저 사회민주당이 동독과 계속 교류하며 통합을 유도해 온 게 독일 통일을 가능하게 한 것이며, 서독에 의한 동독의 흡수통일로만 보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즉, 한반도 문제에 남한이 솔선수범해 대화·교류·협력으로 북한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야기다. 이명박 정부에 의한 5.24 조치와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페쇄 등으로 모든 문이 닫힌 상태에서 사드까지 배치한다면? 이러한 제재와 압박, 미국과의 일방적인 반핵 정책은 통일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결론이다(관련 기사 : 광주와 미국을 통해 보는 한반도 평화, 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7466).

철학·지도력·상황판단·종속의 문제

사드 고고도 방어 미사일 시험 발사 장면(2013.9.10.)
 사드 고고도 방어 미사일 시험 발사 장면(2013.9.10.)
ⓒ 미국 국방부 미사일 방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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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박근혜 정부의 철학의 문제, 지도력의 문제, 상황 판단의 문제, 종속의 문제다. 이걸 뒤로하고 사드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야당마저 '대통령이 현실을 너무 모른다'고 질타한다.

다시 말해, 문제의 핵심은 대통령이 북한이 남한에 미사일 공격을 한다는 잘못된 '가정' 아래 정책을 수립하고, 사드를 배치하려는 데 있다고 본다. 상황 판단이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북한의 핵은 근본적으로 미국으로부터 북한 정권의 생존을 보장하자는 것이지 남한을 침략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대안은 내일이라도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지름길이요, 직접적인 평화의 길이다.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면 사드 배치는 당장 그만두는 게 낫다.

박근혜 정부는 전쟁이냐 평화냐의 갈림길에서 전쟁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화해의 문은 열려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 문으로 선회하길 바란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대화와 협상의 문'이 열려 있으니 주권을 행사해 지금이라도 들어설 수 있다. 기자는 이것이야말로 앞으로 박근혜 정부가 남은 임기동안에 할 수 있는 최후이고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전쟁과 평화의 길에서 평화의 길로 나서야 한다. 해양 세력과 대륙 세력의 각축에서 중립과 중용을 택하는 지혜를 발휘하라고 주문한다. 길을 두고 메(산)로 나서고, 지름길을 두고 험한 길로 가니 해는 금방 떨어진다. 이 나라의 장래에 어둠의 장막이 깔리니 국민은 위기감과 당혹감을 떨칠 수가 없다.

전쟁과 평화는 무기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결정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정대화 기자는 부산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전 UN관리입니다.



태그:#사드, #박근혜,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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