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터키 현지시각으로 16일 새벽 에르도안 대통령이 아이폰 페이스타임 어플을 통해 CNN 투르크에 출연, 시민들에게 저항할 것을 촉구했다.
 터키 현지시각으로 16일 새벽 에르도안 대통령이 아이폰 페이스타임 어플을 통해 CNN 투르크에 출연, 시민들에게 저항할 것을 촉구했다.
ⓒ CNN Turk

관련사진보기


터키 군부의 쿠데타가 실패로 끝났다. 원인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신속한 대처와 그를 지지하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저항으로 요약된다. 주요 방송사가 점령당한 상황에서 스마트폰을 활용한 임기응변도 큰 역할을 했다.

쿠데타 전, 에르도안 대통령은 남서부의 휴양지 마르마리스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쿠데타가 발생하자 방송을 통해 시민들의 저항을 촉구하고 나섰다.

쿠데타 발발 직후인 16일 오전 0시 24분 (현지 시각) 에르도안 대통령은 케이블 뉴스 채널 CNN 투르크와 생방송으로 인터뷰했다. 스튜디오 출연이 아닌 스마트폰을 활용한 긴급 생방송 인터뷰였다. 기자가 손에 든 아이폰의 화상 통화 앱 페이스타임 화면에 나타난 그는 시민들에게 거리로 나서서 저항하라고 촉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 방송을 통해 "앙카라 광장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피신하는 것이 아니라 수도로 복귀해 쿠데타 진압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실제 그는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에 착륙해 직무에 복귀했다. 

맨 몸으로 탱크 막고 경찰 살수차로 쿠데타 군에 맞서

터키 이스탄불 시민들이 16일 군부 쿠데타에 맞서고 있다.
 터키 이스탄불 시민들이 16일 군부 쿠데타에 맞서고 있다.
ⓒ EPA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여러 터키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쿠데타 소식이 알려진 뒤 이스탄불 곳곳의 모스크(이슬람교 예배당)는 시민들에게 거리로 나서서 쿠데타에 저항하라고 촉구했다. 이슬람주의 성향의 에르도안을 지지해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스탄불과 앙카라를 비롯한 터키 곳곳에서 쿠데타 군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이 이어졌다. '안전을 위해 집 밖으로 나오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쿠데타 군의 계엄령은 무력화됐다. 

시민들은 아타튀르크 공항과 탁심 광장에 모였다. 쿠데타 군은 탱크를 앞세웠지만 맨 몸으로 맞서는 시민들에게 제압됐다. 탁심 광장에선 쿠데타 군이 시민들을 향해 발포하기도 했다.

쿠데타 군은 보스포루스 해협에 걸쳐있는 보스포루스 대교와 술탄메메트 대교에 탱크와 군용 차량을 세워놓고 점령했지만 이 또한 오래 가지 않았다. 이스탄불 경찰과 시민들은 시위 진압에 사용되는 살수차량을 앞세워 진압에 나섰고 쿠데타 군은 항복했다.

터키의 주요 방송사와 신문사를 장악한 쿠데타 군은 CNN 투르크에도 진입해 방송을 중단시켰다. 이 곳 직원들은 스튜디오 밖 뉴스룸에서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방송했다. 하지만 약 한 시간 만에 시민들과 정부측 군인들은 CNN 투르크를 장악하고 있던 쿠데타 군을 제압했다.

터키 서북부 사카리야 주지사 집무실도 쿠데타 군이 점령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저항에 부딪혔고, 이 과정에서 8명이 부상 당했다. 시민들은 정부측 군인들과 함께 쿠데타 군을 무장해제시키고 체포했다.

터키 시민들은 각지의 쿠데타 군의 동향과 이에 저항하는 시민들 소식을 트위터 등 SNS로 공유했다.

터키 정부는 쿠데타 진압을 공식 선언했다. 터키 시각으로 16일 오전 7시쯤 주미 터키 대사관은 에르도안 대통령과 정부가 건재하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민주 정부를 전복하려는 시도는 터키 시민들의 결속과 연대에 의해 좌절됐다"고 논평했다.

시민들의 저항으로 군부 쿠데타는 무력화 됐지만 희생도 적지 않았다. 미국 동부 시각으로 16일 자정, 터키 현지 시각으로 16일 정오 현재 터키 정부는 쿠데타에 따른 사망자를 161명, 부상자를 1440명으로 집계했다.


태그:#터키, #쿠데타, #에르도안
댓글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