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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산 작가의 캘리그라피는 매우 특별한 느낌을 준다.
 이 산 작가의 캘리그라피는 매우 특별한 느낌을 준다.
ⓒ 갤러리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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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우리는 주변의 영화포스터들이 컴퓨터 서체가 아닌 '손글씨'로 바뀌는 걸 확인했다. 그렇다면 그 많은 손글씨는 누가 쓰는 것일까. 이런 글씨를 '캘리그라피'라고 부른다. 캘리그라피의 역사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일부 자료에는 '서예'를 영어로 번역한 것을 '캘리그라피'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손으로 그린 그림문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캘리그라피 작업을 하는 사람을 '캘리그라피스트'로 부를 정도로 지금은 전문 분야로 자리 잡았다.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센터 홍순두 대표는 "현재 캘리그라피에 관심을 가지고 배우려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며 "향후 캘리그라피 인구가 점차 증가하면 캘리그라피를 활용한 상품, 디자인 등 각종 콘텐츠들이 그 범위를 넓혀나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캘리그라피, 작품과 상품 사이에서 

현재 캘리그라피를 상품화 하는 작업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작게는 소주나 각종 생활용품 로고부터 영화포스터, 팬시용품 디자인, 북 디자인 등에 활용되고 더 넓게는 각 방송사들이나 공공기관 등의 슬로건, 광고카피, 정부와 지자체 등에서 사용하는 로고 디자인까지. 우리 주변 거의 대부분이 지금은 '캘리그라피'로 바뀌고 있고, 그만큼 친숙하게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캘리그라피가 상품이나 광고에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캘리그라피는 그 자체로 작품성을 지니고 있고 일부 작가들의 작품은 상당히 고가에 거래되기도 한다. 작가들의 작품을 전문적으로 전시하는 갤러리 또한 점차 늘어나는 추세고, 일부 카페에서는 이들 작품을 갖고 인테리어를 하기도 한다.

국내 대표적인 캘리그라피스트로 알려진 이산 작가는 캘리그라피 자체 수준이나 예술성을 매우 높이 평가한다. 그는 최근 캘리그라피 전문매거진에 기고한 글에서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의 글씨예술이 붓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자형 변화를 자유롭게 하기 어려운 환경에 있다"며 "캘리그라피는 그런 서예의 제한적 표현방식을 넘어서서 한글 자체를 활용한 디자인 포인트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이산 작가는 최근 부산의 한 캘리그라피 전문 갤러리에서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왔던 작품들을 선보이는 전시회를 열었다. 15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센터(대표 홍순두)가 주관하는 것으로, 이산 작가는 이 센터의 서울 대표를 맡고 있다. 전시회 준비를 위해 부산을 찾은 이산 작가를 만났다.

"화려한 획의 글씨가 아닌 글자들이 모인 패턴작품 중심으로 전시"

이산 작가를 잘 모른다면 '참이슬' 소주병을 보면 된다. 그가 만든 BI(브랜드 이미지) 작품이다. 단순한 필체가 투박하지만 소주 이미지와 잘 맞고, 친근감을 더해주면서 캘리그라피와 상품의 절묘한 결합을 이뤄냈다. 이 작가는 이 뿐 아니라 모 아이스크림 화보에 등장한 송중기의 카피를 제작했고, 지난 2014년 2월부터 지금까지 <무한도전>을 비롯한 각종 TV와 드라마, 영화, 광고 등에서 '손글씨'로 대중들과 만나고 있다.

원래 북디자이너였던 이 작가는 우연히 만난 캘리그라피의 세계에 빠져 본격 창작활동을 시작했지만, 누구나 그렇듯 더 이상 창의적인 작품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 닥쳤다. 하지만 그는 캘리그라피의 개념을 바꿔놓는 전환기를 맞는데, 그게 바로 '패턴'이다.

기존의 캘리그라피는 붓으로 획을 그어 글씨를 완성하지만, 이 작가의 '패턴'은 전체 지면에 글씨들을 조합해 절묘한 조화를 이루게 하고, 그 전체가 하나의 '패턴'이 되도록 한 것. 따라서 이 작가의 패턴작품들은 기존 캘리그라피스트들의 상상력을 뛰어넘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특히 그는 가장 한국적인 전통문양들과 캘리그라피를 접목시키는 시도를 하고 있는데, 전통창틀문양, 화선지를 활용한 전등 등 그의 작품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번 '꼴' 갤러리에서는 그의 대표 작품 20여 점과 자신이 창작해낸 캘리그라피 조명도 함께 전시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꼴' 갤러리 홍순두 대표는 "이산 작가는 국내 대표적인 캘리그라피스트일 뿐 아니라, 상업용 제품과의 협업과 아울러 자신의 독특한 작품을 만들어 내면서 캘리그라피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기획의도를 전했다.

"한글書, 한글化" 기획작품전, 캘리그라피의 색다른 작품

 부산의 갤러리 <꼴>에서 열리는 이산 작가의 전시회 포스트
 부산의 갤러리 <꼴>에서 열리는 이산 작가의 전시회 포스트
ⓒ 갤러리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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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 작가는 이번 기획전에서 몇 가지 주력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우선 첫째는 한글을 그림 요소로 다뤘고 글자 획과 그 사이에 만들어진 공간을 하나의 요소로 본 것이다. 즉 공간도 글씨라는 의미다.

둘째는 한글자의 화려한 획이 아니라 글자들이 모여 만들어진 패턴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관람자는 하나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한글을 쓰는 한국사람은 이런 작품을 보면 우선 읽어내려는 습관이 있는데 전체를 봐야만 작품이 보인다.

셋째 몇 작품은 우리나라 전통소재에서 모티브를 찾았는데 조각보의 면 분할을 활용해 한글을 넣은 것이라든지 문창살의 공간을 활용한 작품 등이 그것이다.

이를 한글書, 즉 한글그림, 한글패턴이라 부른다. 이 작가는 "캘리그라피는 한글의 외출복" 이라고 강조했다. 한글이 쓰여 누군가에게 보여진다면 잘 입고 나가는 외출복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서 한글의 활용성이 패션, 인테리어 등 다양한 분야로 쓰여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글을 '패턴'에 기반을 둔 작품으로 캘리그라피의 변화를 시도한 전시회다.
 한글을 '패턴'에 기반을 둔 작품으로 캘리그라피의 변화를 시도한 전시회다.
ⓒ 진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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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이산 작가와의 인터뷰 내용과, 전시회를 하루 앞둔 지난 14일 갤러리 모습이다.

- 캘리그라피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원래 북아티스트로 활동을 해왔다. 책을 디자인한다는 매력도 크지만 그 당시에 캘리그라피라는 장르가 시작되던 때여서 함께 공부를 하게 됐고,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캘리그라피스트로 활동하게 됐다."

- 캘리그라피를 생각하면 예쁜 손글씨가 떠오른다. 이 작가는 이에 변화를 시도했다는데 어떤 내용인가.
"캘리그라피는 원래 서예에서 시작됐다. 정형화된 글씨체가 아닌 자유롭고 파격적인 모양의 글씨가 매력적이지만, 서예가 가진 어떤 규칙이나 전통을 벗어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서예가들은 그리 반기지 않는 눈치다. 하지만 캘리와 서예의 만남은 그 한계가 있다. 이제 어느 누가 글씨를 써도 서로 비슷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보다 개성있는 한글씨를 연구했다. 그 결과가 바로 '패턴'이다. 패턴이란 글씨와 단어가 그 자체 뿐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면을 이루고, 그 면들을 모아서 하나의 또 다른 공간을 만들어 나간다."

- 캘리그라피 작품을 활용한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영어에 비해서 아직 규모가 크지 않다고 하는데 이유는 뭐라고 보나.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캘리그라피를 보면 일단 '읽기'를 시도한다. 즉 글씨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영어는 그 의미를 잘 모르기 때문에 그걸 '디자인'으로 보는 것이고, 뜻을 모르지만 셔츠를 입는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볼 때 이상한 글도 많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은 한글을 반드시 읽어야 하는 것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그걸 셔츠와 옷에 새기면 뜻을 알아서 잘 안 입는 경향도 있다. 그래서 한글도 이제는 '글'이 아닌 '디자인'으로 변화시켜보자는 시도를 했다. 생각보다 반응은 좋다."

- 이번 갤러리 <꼴>에서 열리는 전시회는 어떤 특징이 있나.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센터 홍순두 대표와는 오랜 인연이 있었다. 부산에서 작은 갤러리를 하면서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많은 캘리그라피스트들을 배출했다. 특별히 캘리그라피의 대중화와 활성화에 노력해 오면서, 이번 여름을 맞아 캘리에 관심있는 부산 분들에게 개인 작품을 선보이고, 캘리그라피를 보다 활성화 하기 위해서 추진하게 됐다. 이번 전시회에는 특별히 전통문양을 접목한 작품들이 다수 전시될 계획이고, '패턴'이라는 특징을 잘 나타내는 작품들이 전시될 전망이다. 많은 분들이 한글 뿐 아니라 한글 '디자인'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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