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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폰토초 밤 풍경입니다. 굳이 길옆에 있는 술집에 들어가지 않고 이 길을 걷는 것만으로 교토를 느끼기도 한답니다.
 폰토초 밤 풍경입니다. 굳이 길옆에 있는 술집에 들어가지 않고 이 길을 걷는 것만으로 교토를 느끼기도 한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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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시 시조도리 게이한 전차 기온가와라마치역과 가와라마치역 사이 다리 서쪽 파출소 옆에 폰토초라는 간판이 있습니다. 폰토초(先斗町)는 어떻게 생겨난 이름일까요? 일본에서 폰토초라는 이름이 이곳 뿐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폰토초라는 이름이 생겨난 이유는 아직 확실히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다만 이곳이 원래 강가에 위치한 장 바닥이었다는 점에서 사람이나 물건을 사고 팔면서 도박도 성행하였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폰토(ponto), 폰타(ponta)는 포르투갈 말로 앞, 선두라는 뜻으로 노름에서 쓰인다고 합니다.

혹은 이곳이 가모가와(鴨川) 강과 다카세가와((高瀬川) 강 사이에 낀 곳이기 때문에 땅 생김새가 두 장 가죽 사이에 끼어있는 북과 비슷하다고 하여 북의 음색('폰')을 따라서 폰토초라고 이름 지었다는 말도 있습니다.

    폰토초 지도입니다. 위쪽 ⓢ에서 아래 체크 표시가 있는 500 미터 쯤이 폰토초입니다. <야후 지도>
 폰토초 지도입니다. 위쪽 ⓢ에서 아래 체크 표시가 있는 500 미터 쯤이 폰토초입니다. <야후 지도>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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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장이 열려 사람들로 흥청스러웠을 거리가 지금은 말끔히 정돈되어 돌로 된 길바닥에 사람들이 끊이질 않습니다. 길 양 옆에는 오래된 술집이 가득합니다. 굳이 술집에 들어가지 않아도 돌길을 걷는 것만으로 오랜 전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간 느낌입니다.

고급스런 폰토초 거리 술집은 미리 포기하고, 폰토초 북쪽 맞은 편에 스튜집이 있어서 들어가 보았습니다. 스튜(stew)는 프랑스 요리입니다. 스튜는 감자, 토마토, 콩 따위 푸성귀나 고기, 닭고기, 물고기를 포도주 따위와 같이 넣어서 끓여낸 요리입니다.

취향에 따라서 향신료를 더 넣기도 합니다. 일본에는 1800년대 후반 영국을 비롯한 유럽 사람들과 사귀면서 시작되어 1945년 전쟁 이후 일반에 보급되었다고 합니다.

    폰토초 위쪽 스튜 식당에서 맛본 스튜입니다. 오른쪽 사진은 71세 식당 할머니가 손님을 기다리면서 접은 종이학으로 손님들에게 주었습니다.
 폰토초 위쪽 스튜 식당에서 맛본 스튜입니다. 오른쪽 사진은 71세 식당 할머니가 손님을 기다리면서 접은 종이학으로 손님들에게 주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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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삶아서 부드러워진 고기를 입에 넣자 스스로 녹아버렸습니다. 그래도 고기와 같이 넣어서 요리한 여러 가지 향신료가 여운처럼 입안에 맴돌았습니다. 익힌 감자나 당근, 옥수수, 콩 따위가 더해져 진한 맛이 났습니다. 고기를 넣어서 만드는 요리는 향신료를 넣어서 고기 노린내를 없애고, 푸성귀를 넣어서 섬유질을 보충합니다.

서양사람들이 스튜라고 부르는 요리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주 먹는 찌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쩌면 고기를 넣어서 만드는 육개장이나 갈비탕, 설렁탕 따위는 유목민족의 영향으로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특히 헝가리 사람들이 즐겨 먹는 굴라시(Goulash)는 육개장과 조리법이나 맛이 비슷합니다.

스튜 식당에 들어가자 일본 전통 옷을 입은 할머니가 손님을 맞이했습니다. 약간 굳은 얼굴로 주문을 받으며 자신은 스튜 요리가 전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스튜와 맥주를 주문하고, 할머니에게 옷매무새가 예쁘다면서 말을 이어갔습니다.

스튜 식당 할머니로 71세가 되는 지금까지 43년간 같은 곳에서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른쪽 사진은 스튜 식당 앞에 세워놓은 간판입니다.
 스튜 식당 할머니로 71세가 되는 지금까지 43년간 같은 곳에서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른쪽 사진은 스튜 식당 앞에 세워놓은 간판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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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맞이해준 분은 이곳에서 처음 장사를 시작한 지 43년이 되었고, 이 집에서는 31년 째 장사를 하고 계시는 71살 할머니였습니다. 처음엔 굳은 얼굴이었으나 우리가 말을 걸자 기꺼이 응해주셨습니다.

밤늦게까지 장사를 하기 때문에 피곤하시겠지만 기꺼이 응해주시는 할머니가 대단했습니다. 자신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 일을 계속하겠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폰토초의 폰토라는 말은 교토를 비롯한 일본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 말입니다. 폰토초는 어떤 이유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포르투갈에서 온 말에 이름이 붙여지고, 전통 거리로 바뀌었습니다.

폰토초 입구에서 서양식 스튜를 맛보았습니다. 70살이 넘은 할머니가 만드셨다고 합니다. 전혀 다른 것들이 한 곳에 모여 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것이 교토스러움인지도 모릅니다.

    스튜 식당에서 일하는 할머니와 식당을 찾은 일행입니다.
 스튜 식당에서 일하는 할머니와 식당을 찾은 일행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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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우다가와(宇田川政喜, 遠藤智子, 加藤綾子, 橋村弘美, 日仏料理協会) 외 편집, 프랑스 먹거리 사전, 백수사, 2007.
참고 누리집> 교토 폰토초 연회 사무국, http://www.ponto-chou.com/info/index.html, 2016.7.11.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교토시 폰토초 , #스튜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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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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