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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 입구에 세워놓은 구호탑. 종이박스로 만들었다.
▲ 대덕댐 건설 백지화를 위한 면민 한마당 행사장 입구에 세워놓은 구호탑. 종이박스로 만들었다.
ⓒ 구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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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9일 김천시 대덕면 대덕초등학교에서 대덕댐 반대 대책위원회(위원장 문희준, 이하 대책위) 주관으로 '대덕댐 건설 백지화를 위한 면민 한마당'(이하 한마당) 행사가 면민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후 5시부터 4시간 남짓 진행되었다.

대덕 면민들이 댐 반대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지난 3월 16일 대덕댐 건설을 반대하는 면민 궐기대회가 시작이었다. 이날 시위 이후 근 백일이 넘도록 시청 잔디밭에서 두 명씩 교대로 농성을 이어갔다.

농성장을 만들기부터 어려웠다. 천막을 쳤지만 시에 뺏기고, 비닐을 쳤지만 그마저 걷어내자 그때부터 잔디밭에 그대로 죽치고 앉아 공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교대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농성을 했다.

처음 어려움은 추위였다. 추위가 물러나자 찌는 듯한 더위가 왔다. 며칠전 장마엔 비와 함께 바람이 세차게 퍼부어 물 내려가는 게 무서울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한 가운데도 면민들은 파라솔과 낚시용 의자를 갖고 꾸준히 버텨왔다.

6월부터는 노인들이 번갈아 나와서 (여기선 5, 60대는 젊은이 소리를 듣고, 7,80대는 되어야 어르신 대접을 받는다.) 이른바 '젊은이'들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차라리 밭에서 일하는 게 덜 힘들다"는 것이 당번 서고 난 다음 한 노인분이 하신 말씀.

시청 앞 농성을 하는 동안에도 국토교통부, 경북도청, 부산국토청 등으로 다니며 꾸준히 댐 반대의사를 표시했으며, 김천민주시민·단체협의회(의장 김대성)와 함께 시민대상 홍보전을 펼치는 한편 박보생 김천시장, 이철우 국회의원에게 반대의사를 밝혔고, 댐이 백지화될 때까지 이러한 행동들을 지속적으로 할 예정이라고 한다.

대책위 사람들은 댐 관련 예산 93억이 반납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일견 희망을 가졌지만 동시에 걱정도 했다. 연말까진 댐 공사가 더 진행되지 않을 듯 보이지만, 내년도 예산이 또 책정되니 댐 반대 운동은 내년까지 이어져야 하지 않겠는가 하고 내다보았기 때문이다.

6월까지 댐 타당성 검토가 중단되었는데 7월이 되어서 시에서 이렇다 할 얘기가 없기도 하고 지금까지 상황을 면민들과 함께 나누고 마음을 모으는 자리가 필요하다 해서 기획한 것이 이 한마당 행사라고 한다.

한마당에 참가한 면민들
▲ 대덕댐 건설 백지화를 위한 면민 한마당 한마당에 참가한 면민들
ⓒ 정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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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 댐반대 활동 내용
▲ 대덕댐 건설 백지화를 위한 면민 한마당 그동안 한 댐반대 활동 내용
ⓒ 구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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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행사는 마을 잔치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다. 입구에는 사진과 관련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젊은이'들은 안내와 음식준비, 손님접대로 바쁘게 왔다갔다 했다. 몇몇은 안 보는 동안 살도 빠지고 얼굴이 까맣게 타기도 했다. 얼마나 마음 고생했는지 몸으로 보이는 것 같았다.

'젊은이'들은 농사하랴, 농성과 항의방문하러 가랴 바쁘기도 했지만, 님비현상으로 취급하는 시장의 태도와 냉담한 다른 지역 사람에 지치기도 했다. 농사일이 밀리면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찬성농민들과 거리가 벌어지는 것도 마음 걸려 했다.

이들 중에는 새로 축사를 짓고 빽빽하게 나무도 심어 놓아서 보상을 노리는게 아닌가 눈총을 받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들과 점점 사이가 벌어지니 무엇보다 공동체로서 함께 할 일이 많은데 그게 무너져가고 있어 힘들다 한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열심히 싸울까? 그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댐이 필요없어서."
"내 어린 시절 자랐던 이 아름다운 곳이 훼손되는 것이 싫다."
"도시에서 귀농했는데 여기서 밀려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솔직히 어르신들이 농사지어도 수입이 별로 안 되니 보상이나 받으려는 생각도 이해한다. 지금까지 고생하셨으니 그 돈으로 좀 편하게 여생을 보내셨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그 돈으로 어디 가서 뭘 할 수 있을까? 자식들에게 나눠주고 본인은 어떻게 여생을 보낼 수 있을까?"
"(국토부에서 댐 계획은 가장 홍수가 심했던 때의 강수량을 기준으로 한다고 하자)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에 수도 없이 댐을 지어야 한다. 그러면 땅은 어떻게 되는가?"

왜 박보생 시장은 댐을 건설하려 하며, 이철우 국회의원은 예산을 받아왔을까? 마침 시청에서도 나왔기에 담당자인 하천계장에게 물어보았다.

"2010년 산바 태풍 이후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장기 계획에 의거한다."
"하천 정비관계로 홍수피해는 그다지 없다는 주장이 있기는 하나 그럼에도 재해를 예방하려면 (댐을) 해야 한다."
"(공고하기 전 연구는 어느 정도 했느냐는 질문에) 연구는 (시에서) 따로 한 게 아니고 국토부에서 이미 용역을 주어 한 것이다."
"(공모했기 때문에 국토부에서는 시가 결정할 사항이라 했으나), 그것은 국토부가 원론적으로 말했을 따름이지, 댐 공사는 국토부 계획에 들어 있어서 하는 것이다."

마을별 저녁 식사 후 대책위 자녀들이 풍물과 국악으로 부모나 조부모들을 격려하는 공연을 하였고, 대책위에서 만든 영상물을 보는 것으로 이날 행사는 마무리를 지었다.

"농부는 희망이다. 농부는 밥이고 땅이고 하늘이다. 농부의 생명은 땅이다."
"대덕면민은 시민이 아닌가? 댐 건설에 대덕면민에게 물어 보았는가?"
"콘크리트 건설 말고 농사짓는 땅으로 해달라."

한마당 행사를 줄여 말하면 이 말이 아닐까?

대덕면민들의 간절한 마음을 담은 글귀
▲ 대덕댐 건설 백지화를 위한 면민 한마당 대덕면민들의 간절한 마음을 담은 글귀
ⓒ 구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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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천, #대덕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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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퇴직하고 새 인생을 살고자 합니다. 제2의 인생은 이웃과 더불어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삶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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