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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몰이' 논란에 휩싸여, 강제퇴거 처분을 받은 '재미동포아줌마, 북한에 가다' 저자 신은미 시민기자.
 '종북몰이' 논란에 휩싸여, 강제퇴거 처분을 받은 '재미동포아줌마, 북한에 가다' 저자 신은미 시민기자.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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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미국 시간 7월 6일) 언론사의 기자들로부터 내가 대한민국 법무부를 상대로 제기한 '강제추방 및 입국금지 취소' 소송에서 패소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건의 발단은 2014년 11월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소위 '종북콘서트'로 명명된 '통일토크콘서트'였다. 첫 토크콘서트가 끝나기 무섭게 일부 언론은 내가 "북한은 지상낙원"이라는 말을 했다는 허위보도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이어 마녀사냥식 종북몰이가 계속됐다. 아무리 충격적인 뉴스도 1~2주일을 넘기지 않는데, 종북몰이에 편승한 허위보도는 무려 두 달간이나 지속됐다.

박 대통령의 말, '종북콘서트'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됐고, 검찰과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나는 출국금지를 당한 채 네 차례에 걸쳐 무려 50여 시간에 달하는 검·경의 조사를 받아야만 했다. 나는 왜 내가 이러한 조사를 받아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심지어 나를 심문하는 경찰 수사관은 내 눈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질문했을 정도였다. 담당 검사는 "내 위에 총장있고 그 위에 또 있습니다"라고 말하면서 내게 '어서 대충 끝내고 미국으로 돌아가라'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도 고맙게 생각하는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신 선생님, 세상을 살다보면 자기의 의도와는 달리 왜곡되는 일도 많이 있습니다. 지금이 그런 상황이니 모국에서 있었던 일은 훌훌 털어버리고 미국으로 돌아가십시오."

주위 사람들은 내게 당시 문제가 되고 있었던 청와대 정윤회 스캔들, 통합진보당 해산 등을 희석시키기 위한 '공작'이라고 귀뜸해줬지만, 설마 나같이 하잖은 해외동포 아줌마를 그 대상으로 삼았을까…. 하여튼 나는 지금도 그 광적인 허위보도와 종북몰이의 이유를 모르고 있다.

'통일콘서트' 무죄 판결... 하지만 모순된 판결

전북 익산에서 열린 '신은미·황선 통일 토크콘서트' 도중 한 고등학생이 저지른 사제폭탄테러로 화상을 입은 콘서트 진행팀 곽성준씨가 지난해 12월 18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철저한 진상규명과 관련자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전북 익산에서 열린 '신은미·황선 통일 토크콘서트' 도중 한 고등학생이 저지른 사제폭탄테러로 화상을 입은 콘서트 진행팀 곽성준씨가 지난해 12월 18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철저한 진상규명과 관련자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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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예정하고 있었는지, 아니면 조사 결과 혐의가 없다고 판단돼서 그랬는지 모르겠으나 법무부는 나를 기소유예 처리하고 5년간 입국금지와 함께 강제출국 시켜버렸다. 미국의 집으로 돌아온 나는 무료 변론을 자원해준 민변 변호사들의 도움으로 '강제퇴거'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내가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세 가지였다.

첫째, 나는 대한민국의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적이 없다.

둘째, 무엇보다도 내겐 모국에 두 분의 노모님들이 계신다. 한 분은 85세의 시어머님이시고 또 한 분은 81세의 친정 어머님이시다. 혹시라도 두 노모님들께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길까 하루하루를 불안 속에 살고 있다. 나는 며느리로서, 딸로서 천륜의 도리를 다하고 싶다.

셋째. 나는 의문의 폭탄테러마저 당한 피해자다.

물론 내가 대한민국의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는지는 내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사법부가 판단하는 것이다. 내 소송을 담당한 판사도 '통일콘서트 문제로 기소된 황선씨의 재판 결과에 따라 이 행정소송의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기다려보자'고 했다. 그래서 나는 나와 함께 통일토크콘서트를 진행하다 구속된 황선씨의 재판 결과를 기다렸다. 지난 2월 마침내 대한민국 사법부는 소위 '종북콘서트'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에서 통일콘서트가 무죄로 판결이 내려졌고 나에 대한 '강제추방 및 입국금지'의 원인이 됐던 통일토크콘서트로 인한 국가보안법 위반 사항이 사라졌다. 나는 당연히 '강제추방 및 입국금지 취소' 소송이 받아들여지리라 믿었다. 그런데 결과는 기각이었다. 어떻게 사법부가 이러한 모순된 판결을 내렸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당신은 사회갈등 야기했으니 입국 마시오'... 이게 무슨 논리인가

서울 서초구 행정법원.
 서울 서초구 행정법원.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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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 중 "국가보안법은 문제가 없지만 원고가 사회갈등을 야기했다"라는 대목이 있다. 사회 갈등은 '언론사를 대동한 허위보도로 종북몰이를 한 주체'가 야기한 것이다. 이 대목을 두고 내가 사회갈등을 야기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내가 추방된 이유는 "국가보안법을 위반함으로서 사회의 안녕을 저해했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7일 나온 판결은 "국가보안법은 문제가 없지만..."이라니, 그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또한 판결문 중에는 아무리 곱씹어 읽어봐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미국에 생활의 기반이 마련돼 있는 상태이고, SNS와 출판물 등으로 본인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열려 있다."

이 말이다. '본국과 연락할 방법이 있으니 입국을 금지해도 된다'는 말일까.

이런 논리가 인권을 존중한다는 나라에서 나올 수 있는 판결일까. 그리고 한 해외동포 아줌마의 북한 여행기가 사회갈등을 야기하고 국가 안위를 위태롭게 할 정도로 대한민국은 허약한 나라인가!


태그:#신은미, #통일콘서트, #종북콘서트, #강제퇴거,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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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음대 졸업.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 음악박사. 전직 성악교수 이며 크리스찬 입니다. 국적은 미국이며 현재 켈리포니아에 살고 있습니다. 2011년 10월 첫 북한여행 이후 모두 9차례에 걸쳐 약 120여 일간 북한 전역을 여행하며 느끼고 경험한 것들 그리고 북한여행 중 찍은 수만 장의 사진들을 오마이뉴스와 나눕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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