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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저녁 울산광역시 동쪽 해역 52km 지점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지진을 감지하고 대피를 할 만큼 이번 지진의 강도는 셌습니다. 1978년 국내에서 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래 5번째로 강한 지진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곳이라는 통념이 지배적입니다만, 사실 그렇지도 않습니다. 낮은 수준의 지진이지만 지진은 매년 일어나고 있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6월 한 달간 지진이 7차례나 발생했습니다.

지진은 항상 발생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지진의 규모가 적어 우리나라가 지진 안전지대라고 착각한다.
▲ 2016년 6월 이후 국내 지진 현황 지진은 항상 발생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지진의 규모가 적어 우리나라가 지진 안전지대라고 착각한다.
ⓒ 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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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지진이 일어나자 울산 지역에선 일부 시민들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피신하는 등의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은 안일했습니다. 지진이 일어난 후 정부가 특별한 대응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신 분, 아마 없을 것입니다.

지진 발생 시 이를 예측하고 조속히 알리는 것, 최소한 여진에 대한 준비나 향후 대응 방안을 계획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정부의 책무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긴급 재난 메시지조차 울산광역시 4개 구와 양산, 의령 등 8개 시군 등에만 발송되었습니다.

이를 돌아보면 차후 큰 지진이 발생했을 때 정부의 초기 대응이 얼마나 미숙할지 눈에 선합니다. 세월호 참사보다 몇천 배, 몇만 배나 많은 사람이 정부가 부재한 상황에서 목숨을 잃을지도 모릅니다.

재해는 언제나 갑작스럽게 우리를 찾아옵니다. 우리는 그래서 늘 사전에 재해에 대비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의 지진 대비 계획은 미흡합니다. 오히려 지진 가능성이 큰 지역에 원전을 추가로 설치하는 등의 무리수를 두고 있습니다.
 
2011년 소방방재청과 박영아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내진 설계 대상 건축물 중 18% 정도만 내진 설계가 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 비율을 빠르게 올려야 할 필요가 있고, 지진 시 취해야 할 요령에 대한 홍보도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울산·부산 지역에 건립된 원전에 대해서 깊이 고민해봐야 합니다. 지진에 의해 원전이 파괴된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전이 모인 곳, 울산·부산 지역

정부는 최근 신고리 5호기와 6호기 건설을 위한 가속페달을 밟으며 원전을 지속적으로 지어나가려 합니다. 세계적으로 원전 폐기 움직임이 높고, 원전의 비효율성이 드러난 마당에 원전을 또다시 짓겠다는 정부의 행태는 더는 비판할 가치도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울산, 부산 지역에 너무나 많은 원전이 밀집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울산, 부산 인근에 현재 12개의 원전이 있습니다. (고리 1~4호기, 신고리 1~2호기, 월성 1~4호기, 신월성 1~2호기) 거기에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3~4호기와 건설 예정인 신고리 5~6호기까지 합하면 이 좁은 지역에만 16개의 원전이 존재하게 됩니다. 이들이 동시에 파괴된다면 어떨까요?
 
국제 환경 보호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고리 원전은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다수 호기 핵발전소입니다. 원자로 개수가 무려 8개에 달하며 30km 내 반경 인구 수 역시 341만 명에 이릅니다.

정부는 이들 핵발전소가 내진 설계가 되어 있기에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 고리 원전은 6.5 규모의 지진에, 신고리 원전은 6.9 규모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건설됐습니다. 하지만 6.5 규모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다면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도 큰 규모의 지진 기록 존재

지난 5일 고리 원전 인근인 울산 앞바다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원전의 안전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6일 부산지역 시민단체와 정당은 신고리 5,6호기 추가 건설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지난 5일 고리 원전 인근인 울산 앞바다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원전의 안전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6일 부산지역 시민단체와 정당은 신고리 5,6호기 추가 건설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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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7.0 규모 이상의 지진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할 리 없다고 주장합니다. 이 주장이 제발 사실이길 바랍니다만, 원전 파괴 시 일어날 엄청난 재앙을 생각하면 단 0.01%의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합니다.

재해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어 찾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의 경우를 봐도 그렇습니다. 그간 일본에선 9.0 규모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습니다만 2011년 동일본대지진의 경우 그 수치를 넘어섰고, 이로 인해 일본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울산부 동쪽 13리 밀물과 썰물이 출입하는 곳에서 물이 끓어올랐는데, 마치 바다 가운데 큰 파도가 육지로 1, 2보 나왔다가 되돌아 들어가는 것 같았다.      
                                                                                                  - 승정원일기 -

기록을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조선시대에 왕명의 출납을 관장하던 승정원에서 매일매일 취급한 문서와 사건을 기록한 <승정원일기>에는 1643년 7월 울산지역에서 일어난 지진을 묘사한 부분이 있습니다. 미국국립지구물리자료센터는 당시의 지진이 6.5 규모였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국내에서도 언제든지 큰 지진이 일어날 수 있는 셈입니다. 이에 대비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미래는 참혹한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재해는 인간의 힘으로 막기 힘들 만큼 엄청난 규모로 예고 없이 우리에게 찾아옵니다. 우리가 이 거대한 자연의 힘으로부터 우리를 지킬 방법은 과학의 힘을 빌려 이들을 예측하고, 사전에 철두철미한 대비를 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저는 정부에 묻고 싶습니다. 고강도 지진에 대비한 어떠한 준비를 하고 있느냐고.

정부는 안일함에 파묻혀 언젠가 일어날지도 모를 재앙에 눈 감지 말고, 지금부터 단 0.01%의 위협에 대해서도 대비를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장에 핵발전소 추가 건설부터 자제하고, 점차 친환경 발전을 모색해야 합니다. 또 내진설계가 된 건물을 짓도록 강제하고 지진에 대한 교육도 병행해야 합니다. 안일함은 언제나 큰 폐해를 낳습니다. 5천만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한때의 안일함 때문에 어느 날 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을 정부는 잊지 않길 바랍니다.


태그:#울산지진, #원전지진, #신고리, #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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