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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칠곡군 왜관읍에 위치한 미군기지인 '캠프 캐롤'.
 경북 칠곡군 왜관읍에 위치한 미군기지인 '캠프 캐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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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칠곡군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배치할 최적지로 꼽히고 있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국방부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나섰지만 지역 주민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동아일보>는 5일자 신문을 통해 "사드 배치를 논의 중인 한미 공동실무단은 군사적 효용성과 배치 지역 인구, 용지 조성비용, 주한미군 접근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드 배치 최적지에 대한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며 경북 칠곡군을 지목했다(관련기사 : 한미 '사드 최적지 칠곡' 접근).

수개월 전부터 칠곡군은 사드 배치의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면서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이날 보도가 나오자 주민들은 상당히 불안해하거나 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북 칠곡군 왜관읍 석적리 '캠프 캐롤' 후문 근처의 도로변에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걸려 있다. 이곳 주민들은 미군들을 상대로 옷을 팔거나 음식을 팔기도 하면 생활하고 있다.
 경북 칠곡군 왜관읍 석적리 '캠프 캐롤' 후문 근처의 도로변에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걸려 있다. 이곳 주민들은 미군들을 상대로 옷을 팔거나 음식을 팔기도 하면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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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군 왜관읍 미군기지인 '캠프 캐롤' 후문이 있는 석적리 한 도로변에서 주민 서너 명이  의자에 앉아 사드 배치 논란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이들은 미군기지가 있어 장사를 하면서 살고 있지만 사드 배치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방관석(59)씨는 "주민들이 모이면 사드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며 "사드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방어할 수 있을지 검증되지도 않았는데 칠곡에 배치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칠곡 군민 90%는 사드 배치에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씨는 "미군기지가 들어온 후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었다"며 "지난 2011년에는 고엽제가 매립되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지역 농산물은 하나도 팔리지 않았고, 지금도 주변에 암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지만 왜 죽는지 원인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진수(75)씨도 도로변을 가리키며 "지금 지나가는 사람도 하나 없어 경기가 최악"이라며 "언론에서 전자파가 굉장히 위험하다고 하던데 사드가 배치되면 지금보다도 더 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왜관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김정수(44)씨는 "사드가 이곳에 배치된다면 나는 미련 없이 왜관을 떠날 것"이라며 "아마 젊은이들은 모두 떠나가고 나이 많은 사람들만 남아 유령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소장사를 하는 장대균(42)씨도 "사드가 들어와도 피해가 없다면 반대하지 않겠지만 엄청난 피해를 줄 게 뻔한데 누가 찬성하겠느냐"며 "이 골목에 있는 젊은이들은 모두 반대 한다"고 강조했다.

경북 칠곡군 왜관읍 왜관역 앞에 손님들을 태우려는 택시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경북 칠곡군 왜관읍 왜관역 앞에 손님들을 태우려는 택시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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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칠곡군 왜관읍 로얄사거리에 사드 배치 반대 현수막이 내걸렸다.
 경북 칠곡군 왜관읍 로얄사거리에 사드 배치 반대 현수막이 내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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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관역에서 만난 택시기사 이원건(63)씨도 "지금도 경기가 최악인데 사드가 배치된다면 누가 이곳으로 오겠느냐"며 "아무리 애국심이 중요하더라도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대책도 없이 일방적으로 배치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설이 나오면서 지역의 부동산 경기가 들썩이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칠곡군청에서 만난 한 공무원은 "사드가 칠곡에 배치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오면서 아파트 값이 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누가 이 곳으로 이사 오고 싶어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왜관읍에서 부동산업을 하고 있는 박아무개씨는 "가뜩이나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면서 가격이 떨어졌는데 지금은 거래 자체가 없다"며 "사드가 배치된다고 하면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부 나이가 많은 주민들은 정부의 정책에 따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왜관읍 석적리에서 35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는 박명수(69)씨는 "오늘 오전에 70대 이상 노인 5명이 모여 사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며 "처음보다는 조금 누그러진 상태"라고 말했다. 박씨는 "미군들이 가까이 있으면 좀 덜 불안하지 않겠느냐"며 사드 배치에 찬성한다고 대답했다.

주민 일부는 지역 정치인들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왜관읍에서 만난 김아무개(63)씨는 "우리 지역 국회의원이 힘이 없어 사드를 배치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와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경북 고령·성주·칠곡)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오전에 국회에서 국방부장관을 만나 확정되지 않은 오보라는 대답을 들었다"며 "만일 우리 지역에 사드가 배치된다면 지역 주민들과 협의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칠곡군 관내에 사드 배치를 반대하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이날 오후부터 나붙기 시작했다. 왜관읍 이장협의회는 '평화적 생존권 위협하는 칠곡 사드 배치 결사 반대 한다'는 현수막을 로얄사거리에 내걸었고 민주평통 칠곡군협의회도 사드 배치 반대 현수막을 내걸었다.

백진기 칠곡군수와 조기석 칠곡군의회 의장 등은 5일 오전 칠곡군청에 모여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백진기 칠곡군수와 조기석 칠곡군의회 의장 등은 5일 오전 칠곡군청에 모여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 칠곡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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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시민단체들은 5일 오후 경북 칠곡군 왜관읍 칠곡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드 배치를 반대했다.
 대구경북 시민단체들은 5일 오후 경북 칠곡군 왜관읍 칠곡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드 배치를 반대했다.
ⓒ 칠곡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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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칠곡군과 칠곡군의회, 시민단체도 사드 배치에 대해 반대하고 나섰다. 백진기 칠곡군수와 조기석 칠곡군의회 의장, 칠곡군의원 등은 이날 오전 칠곡군청에 모여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그동안 국가안보 수호에 많은 헌신과 기여를 해 온 우리 칠곡군에 더 이상 무책임한 헌신을 강요하는 사드 배치를 강력히 반대 한다"며 "국가위기 상황 때마다 칠곡군을 오로지 국가 안보의 희생양으로만 몰아가는 현실에 13만 군민들은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도 이날 오후 칠곡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미공동실무단 즉각 해체와 사드 배치 논의를 중단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국방부 스스로 인정한 것처럼 사드는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막는데 효용이 없다"며 "사드가 남한 방어에 군사적 효용성이 있다는 주장은 국민을 현혹하는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사드 배치가 레이더로 탐지한 북·중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조기경보를 미국과 일본에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국과 일본의 안보를 지켜주기 위해 주민을 희생시키면서 땅과 시설을 제공하는 것은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그:#사드 배치 반대, #경북 칠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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