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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중화권 베스트셀러인 '룽잉타이 인생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입니다. 룽잉타이는 대만의 사회문화비평가이자 에세이스트로서, 대만의 민주화 과정에도 기여한 바 있으며 문화부 장관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눈으로 하는 작별>의 표지.
 <눈으로 하는 작별>의 표지.
ⓒ 양철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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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3부작 중 첫번째 권인 <사랑하는 안드레아>는 점점 자기 곁을 떠나 독립하려 하는 성년의 아들과 나눈 편지를 모은 책이었습니다. 이 책 <눈으로 하는 작별>은 작가가 일상에서 마주친 여러가지 것들에 대한 단상을 모은 책입니다. 주제에 따라 3부로 나뉘어 묶여 있지요.

1부 '목송(目送)'의 주제어는 시간입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인간 관계, 즉 부모 자식 관계, 형제 관계, 친구 관계에 관한 생각들이 담겨 있습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의 어처구니 없는 일화, 부모와의 관계에 비추어 본 자기와 아들들의 모습, 학창 시절 친구들과 함께 한 시간 등을 돌아보며 스스로도 늙어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됩니다.

이어지는 2부 '풍경'의 주된 관심사는 공간입니다. 홍콩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둘러 본 홍콩의 도시 공간과 자연 환경이 품고 있는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아시아 여러 나라들의 현실과 역사적 아픔을 차근차근 짚어 나간 다음, 둘째 아들과 여행 간 라오스에서 보고 느낀 것들로 마무리됩니다.

어떤 공간이 주는 느낌을 순간의 감정으로 기록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정연한 논리로 파고들어 그곳이 지닌 현실적 문제와 역사적 고난에까지 가 닿는 작가 특유의 사고 과정이 돋보이지요.

다소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는 1, 2부에 비해, 3부 '시간'은 아주 치밀하게 구성된 연작 에세이입니다. 아버지의 병환과 죽음의 과정을 따라가면서, 아버지에 대한 자신의 기억을 특유의 이성적인 태도로 고찰한 끝에, 그의 전 생애를 관통하고 있는 망향의 슬픔을 길어 올립니다. 인륜을 강조한 눈물 짜내기를 하는 대신, 아버지를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진심으로 이해하려 하기 때문에 더욱 깊이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안드레아>에서도 그랬듯, 작가는 부모 자식 관계를 고루한 '효(孝)'의 관점으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누구의 자식, 누구의 부모라는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독립된 인간 대 인간으로서 서로의 삶을 냉철한 태도로 바라봅니다. 그런 과정을 거친 후에야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영역도 넓어진다고 믿지요.

이렇게 전통과 선입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사고와 논리적인 분석, 그리고 따뜻한 인간애를 바탕으로 한 공감 능력 같은 것들이 룽잉타이의 글이 지닌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 <눈으로 하는 작별>이 생생한 일화를 통해 깊은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오랫동안 지속되는 가슴뭉클함을 선사하는 이유 역시 그 때문일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눈으로 하는 작별> 룽잉타이 지음 / 도희진 옮김 / 양철북 펴냄 (2016. 5. 10.)

권오윤 시민 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cinekwon.wordpress.com/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눈으로 하는 작별 - 가족, 일상, 인생, 그리고 떠나보냄

룽잉타이 지음, 도희진 옮김, 양철북(2016)


태그:#룽잉타이, #에세이, #대만, #중화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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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책에 관심 많은 영화인. 두 아이의 아빠. 주말 핫케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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