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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각)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법원이 94살의 아우슈비츠 경비원에게 징역 5년형을 선고했다. 범죄를 방조하고 이에 침묵한 이들도 무죄일 수 없다는 의미다. 이 재판에서 독일 법원은 불충분했던 자신들의 과거사 청산에 대해서도 반성했다.

법원은 70년이 지난 범죄를 단죄할 수 있는가? 법원은 홀로코스트 범죄에 협조 혹은 방조한 이들에게 그에 상응하는 벌을 내릴 수 있는가? 나치 희생자들을 위한 정의 구현이란 가능한 것인가?

나치 과거 청산에 대해서 오늘날까지도 꼬리를 물었던 이 질문에 독일은 드디어 대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

나치 친위대 한닝의 판결을 다룬 독일 주간지 <슈피겔> 기사 갈무리
 나치 친위대 한닝의 판결을 다룬 독일 주간지 <슈피겔> 기사 갈무리
ⓒ 슈피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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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역사적인 판결은 한가지 명백한 사실을 보여준다. 아우슈비츠의 나치 친위대들은 어떤 논리로 변호를 하든지 무죄일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우슈비츠 경비원으로 일했던 라인홀트 한닝(Reinhold Hanning)은 대규모 학살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도움을 줬다. 학살은 손쉽게 이루어졌다. 그는 거기에 큰 기여를 하지는 않았고 그저 부수적인 역할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는 그곳에 있었고, 그래서 그는 유죄다.

안케 그루다(Anke Grudda) 판사는 말했다.

"피고인은 2년 반 동안 그저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가스실에서 죽어가는지를. 피고인은 2년 반 동안 그저 지켜보았습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굶주림으로 죽어가는지를 말이죠."

하지만 이 재판이 열리기까지 왜 70년이 걸렸던 걸까? 그루다 판사의 대답은 명확했다.

"그 답은 놀랄만큼 간단합니다. 전쟁이 끝난 이후 그 누구도 그 범죄를 알고 싶어하지 않았습니다. 침묵했고 거기에 동조했습니다. 이 재판은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에게 아주 조금의 정의를 보여주기 위해서 우리 사회가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것입니다."

재판에 참여했던 아우슈비츠 생존자이자 유가족들은 자신들이 겪었던 끔찍한 지옥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들은 언젠간 정의가 이뤄질 날이 올 것이라 믿었고, 그 꿈은 이제서야 현실이 되었다. 아우슈비츠에서 어머니와 아버지를 잃고 살아 돌아온 피해자는 말했다.

"우리 부모님은 이제서야 편히 잠드실 수 있을 겁니다."

한닝은 자신은 아우슈비츠에서 일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말했다. 시대적 상황에서 자신도 그곳으로 차출되었고, 어쩔 수 없었다는 이야기다. 사람들은 그의 이야기가 맞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재판부와 생존자들의 의견은 달랐다. 재판부는 "우리가 피고인의 진짜 모습을 알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고 말했다. 재판에 함께 참여한 아우슈비츠 생존자는 말했다.

"한닝은 변명과 침묵, 복잡한 문장들 속에 숨어 있었습니다."
"역사적인 진실을 말하는 것은 바로 한닝에게 달려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았죠."

이번 재판은 한닝이 몇 년의 형을 받고, 실제로 징역을 사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유죄 판결에 대해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두가지 의미를 부여했다.

첫째, 역사상 가장 거대했던 인종범죄에 동조한 것은 반드시 단죄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났다해도 말이다.

둘째, 한닝은 94살이 되어서야 단죄를 받았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나치 범죄자들이 지금처럼 늙지 않았을 때 나치 과거 청산은 실패했고, 이것은 더 이상 바로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루다 판사는 이번 판결과 함께 독일이 과거에 했던 과거사 반성이 미흡했음을, 법원이 태만했음을 인정했다.

"이번 판결은 (과거사 청산 당시의) 법률적 태만에 대한 경고입니다."

덧붙이는 글 | 판결에 대한 해석과 의미는 독일 주간지 <슈피겔>의 보도를 참고한 것입니다.
슈피겔 기사: http://www.spiegel.de/panorama/justiz/auschwitz-wachmann-reinhold-hanning-eine-historische-entscheidung-a-1098295.html



태그:#나치 과거 청산, #아우슈비츠 경비원, #한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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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을 공부했다. 지금은 베를린에서 글을 쓴다.

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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