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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는 6월 17일자 1면 ''최저임금 1만원론'의 불편한 진실'에서 편의점 시간제 노동자와 7급 공무원의 기본급을 비교했다.
 <한국경제>는 6월 17일자 1면 ''최저임금 1만원론'의 불편한 진실'에서 편의점 시간제 노동자와 7급 공무원의 기본급을 비교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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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 원으로 올리면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기본급이 7급 공무원보다 더 많아진다."

<한국경제>가 재계 대신 칼을 빼들었다. <한경>은 17일 노동계 제안대로 최저임금이 현재 시간당 6030원에서 1만 원으로 오르면 편의점 시간제 노동자 기본급이 7급 공무원 5호봉보다 많아진다고 보도했다.(관련기사: <한경> '최저임금 1만 원론'의 불편한 진실)

하지만 노동계는 이 같은 보도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이른바 '편의점 알바'뿐 아니라 공무원을 비롯한 모든 노동자 기본급도 따라서 오를 수밖에 없고, 기본급 외에도 다양한 수당을 받는 공무원과 기본급이 받는 돈의 전부인 편의점 알바를 비교하는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오마이팩트>가 <한경> '최저임금 1만 원 비판론'의 '불편한 진실'을 따져봤다.

최저임금 60% 오르는데 공무원 봉급은 3%만 오른다?

우선 <한경>이 비교 대상으로 삼은 7급 공무원 5호봉 기본급이 200만2700원인 건 사실이다. 인사혁신처에서는 매년 공무원 봉급표를 공개하고 있는데, 7급 4호봉 이하, 8급 7호봉이하, 9급 10호봉 이하 공무원 월 기본급은 200만 원을 넘지 않는다.

그래도 현재 최저임금 노동자에 비해서 높은 편이다. 9급 공무원 1호봉 기본급은 134만 원이지만, 시간급 6030원을 받고 하루 8시간(한 달 209시간) 근무해도 한 달 126만270원을 받는다. 그런데 최저임금이 지금보다 65.8% 오른 1만 원이 되면, 시간제 노동자도 한 달 209만 원을 받을 수 있다. 현재 기본급 수준만 놓고 단순 비교하면 일부 공무원 기본급보다 많은 건 사실이다.

그런데 <한경>은 내년 공무원 봉급이 최근 5년간 평균인상률인 3.8% 정도 오른다고 가정했다. 당연히 내년 7급 공무원 5호봉 예상 기본급은 207만 8803원으로, 최저임금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이에 <한경>은 "7급보다 봉급이 적은 8급과 9급 공무원 상당수의 기본급이 최저임금을 밑돌아 정부는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인사혁신처 한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공무원은 민간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최저임금법이 아닌 국가공무원법 적용을 받기 때문에 법 위반은 아니다"라면서도 "최저임금이 1만 원으로 오르면 공무원 봉급 수준도 거기에 맞춰 고민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대폭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공동대표도 "최저임금이 오르면 다른 노동자 임금도 따라서 오르는데 마치 시간제 노동자 임금만 많이 오르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편의점 알바는 공무원보다 많이 받으면 안 돼? "계급 차별"

민주노총, 한국노총, 알바노조 등 노동계를 대표한 최저임금연대 회원들이 6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내년 최저임금 1만 원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7일 내년 최저임금 수준을 정하는 첫 전체위원회 회의 열 예정이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알바노조 등 노동계를 대표한 최저임금연대 회원들이 6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내년 최저임금 1만 원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7일 내년 최저임금 수준을 정하는 첫 전체위원회 회의 열 예정이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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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공무원은 기본급만 받는 게 아니다. 직급이나 개인차가 있지만 공무원들은 기본급 외에 최대 31종의 수당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기본급 60%인 명절 휴가비와 정근 수당이 지급되는 달에는 수당이 기본급과 맞먹는다. <한경>도 "공무원 7급 5호봉의 실제 월급은 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더해 300만 원이 넘는다"고 스스로 '인정'했다.

송주현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공무원과 일반 기업체는 통상임금을 축소하려 기본급을 낮추고 수당을 높이는 방식으로 임금 체계를 복잡하게 만들었다"면서 "임금 체계를 단순하게 만들면 이런 오해도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한경> 보도는 최저임금이 시간제 일자리 등 저임금 일자리에만 적용돼 최저임금이 많이 오르면 고임금 노동자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다는 편견을 심어줄 우려도 있다. 또 시간제 노동자는 저임금이 당연하다는 인식도 문제다.

배진경 대표는 "편의점 노동자가 공무원보다 임금을 낮게 받아야 하는 이유가 뭐냐"면서 "편의점 노동자도 노동 강도가 공무원보다 세면 임금을 더 받을 수도 있는데, 노동의 가치를 일률적으로 평가하는 건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송주현 국장도 "편의점 노동자가 공무원보다 많이 받는 게 문제라는 식의 비교 자체가 계급적 차별을 내포하고 있다"면서 "실제 저임금 직군을 보면 제조업,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등 다양한데 편의점 시간제 노동자 같은 특정 직군만 저임금 직군으로 낙인찍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경영계에서 여성 노동자가 많이 종사하는 음식숙박업 등 일부 업종에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고 주장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표면적으로 이들 업종 사업자의 임금 지불 능력이 낮다는 이유지만, 여성 노동자에 대한 뿌리깊은 편견도 깔려 있다.

배진경 대표는 "비장애인 남성 노동자만 생계형이고 여성 노동자는 '용돈벌이'라 임금을 낮게 줘도 된다는 인식 자체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최저임금 1만 원 인상론에 노동계뿐 아니라 정치권도 호응하고 있다. 노동당이 대표적이고, 더불어민주당도 지난 4월 총선에서 당장 내년까지는 아니지만 오는 2020년까지 1만 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반대하는 새누리당조차 현 수준인 8%대 인상률만 계속 유지해도 최저임금이 수년 내 1만 원선에 접근할 걸로 보고 있다.(관련기사: [오마이팩트] 새누리 '최저임금 9000원 인상 효과'는 '말장난')

결국 이 기사에는 경영계 편에서 이같은 최저임금 1만원 인상론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한경>의 의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팩트'만 봐도, 최저임금이 1만 원으로 오르는데 공무원 봉급 수준은 예전과 큰 차이가 없을 거라는 비현실적인 가정을 전제했기 때문에 <한경> 보도는 '대체로 거짓'이라고 판정했다.




태그:#최저임금,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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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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