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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조경태 의원이 13일 오후 국회에 열린 본회의에서 각 상임위원장 투표가 진행 되는 동안 정진석 원내대표와 대화를 하고 돌아서고 있다.
▲ 기재위원장 후보에 올은 조경태 의원 새누리당 조경태 의원이 13일 오후 국회에 열린 본회의에서 각 상임위원장 투표가 진행 되는 동안 정진석 원내대표와 대화를 하고 돌아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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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다'

조경태 새누리당 의원(4선)이 13일 당내 경선을 거쳐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선출된 후에 나오는 얘기다.

조 의원은 3선의 이혜훈·이종구 의원과 경쟁한 결과, 총 114표 중 70표를 얻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재위원장 후보 경선과 관련, "선수를 고려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물론 그의 말대로 4선 중진인 조 의원이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선배이긴 했다. 그러나 그가 총선 전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새누리당으로 옷을 갈아 입은지 약 6개월 정도 밖에 안 됐다는 점, 기재위 활동 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결과였다.

당초 조 의원은 기획재정위가 아니라 정무위원회를 희망했었다. 지난 10일 경기도 과천에서 열린 '2016 새누리당 국회의원 정책워크숍' 전까지만 하더라도 조 의원은 정무위원장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됐고, 기재위원장 후보는 이혜훈·이종구 의원 '2파전'으로 관측됐다.

그런데 조 의원은 워크숍 당일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중진의원들과 협의를 진행하면서 희망 상임위를 기재위로 변경했다. 이에 대해 한 중진 의원은 "거기(정무위)가 경쟁률이 세고 시끄럽고 복잡하니 기재위로 왔다는데 짱짱한 사람들한테 망신만 당할 건데 어쩌려고 저러는지"라며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그와 경쟁한 이혜훈·이종구 의원은 당 안팎에서 알아주는 '경제통'들이었다.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을 지낸 이혜훈 의원은 17·18대 국회 기재위에서 활약했고, 2007년 박근혜 경선캠프의 경제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이종구 의원은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거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그도 17·18대 국회 당시 기재위에서 활동했다.

그런데 '이적생'이자 비전문가인 조 의원이 이런 전문가들을 꺾는 파란을 연출한 것이다. 기재위가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국세청 등을 관할하며 거시적인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하는데다 예산과도 깊은 관련이 있어 새누리당이 원 구성 협상 당시 사수한 상임위인 점을 감안하면 더욱 남다른 결과였다.

새누리당 조경태 의원이 13일 오후 국회에 열린 본회의에서 기획재정위원장으로 당선 된 후 당선소감을 말하고 있다.
▲ 기재위원장 당선 된 조경태 의원 새누리당 조경태 의원이 13일 오후 국회에 열린 본회의에서 기획재정위원장으로 당선 된 후 당선소감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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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문가의 승리, '강성 비박' 피하려는 친박의 작품?

그러나 이런 결과에 대해 조 의원의 '개인기'라기보다는 당내 계파 대결의 결과물로 보는 시각들이 많다. 조 의원과 겨룬 경쟁자들은 모두 '비박(비박근혜)'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이혜훈 의원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경선 당시에는 '원조 친박'으로 분류됐지만 2012년 대선 이후 거리가 멀어졌다. 또 정부의 경제 정책 등에 '쓴 소리'를 아끼지 않으면서 오히려 '강성 비박'으로 규정되기도 했다. 앞서 정진석 원내대표가 '김용태 혁신위'와 병행할 비대위를 구성하며 그를 비대위원으로 인선했을 때는 친박 측(김태흠 의원)으로부터 '트러블 메이커'라는 공격이 나올 정도였다.

이종구 의원은 지난 4월 당선자 총회 당시 '친박 책임론'을 제기했다. 특히 박 대통령과 친박 핵심인 최경환 의원에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그는 당시 "경제가 안 좋고 '초이노믹스'가 잘못돼 우리가 심판받았다"며 "그 중심에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있는 것 아닌가, 삼보일배든 삭발이든 말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사죄하라"고 주장했다. 또 "대통령이 왜 저러는지 이해 못하겠다는 국민이 너무 많다"라고도 주장했다.

당장 기재위는 구조조정 이슈 등을 다뤄야 할 상황이다. 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국민의당 김성식, 무소속 유승민 의원 등 야권의 '선수'들이 기재위원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와 겹칠 20대 국회 전반기 기재위원장은 정부의 국정운영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재위 운영을 '강성 비박' 두 의원에게 맡길 수 없다는 계산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얘기다. 공교롭게도 조 의원이 이날 당내 경선에서 얻은 득표수는 언론들이 계산하는 당내 친박계 의원 수(70명 안팎)와 엇비슷했다.

조 의원은 이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는 총 285표 중 216표를 얻었다. 18개 국회 상임위원장 후보 중 80% 이하 득표율(75.79%)은 조 의원이 유일했다.그러나 조 의원은 당선 소감에서 "저를 많은 표로 뽑아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대수롭지 않게 받아넘겼다.


태그:#조경태, #이혜훈, #비박, #기획재정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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