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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송전탑 반대 주민 193세대 302명은 '끝까지 투쟁'을 다짐했다. 9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오는 11일 밀양 일원에서 열리는 '밀양송전탑 6.11 행정대집행 2주년 기념행사'를 앞두고 '철탑을 뽑을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이번 행사를 통해 다시 한번 국가폭력에 굴하지 않고 이겨내는 긍지를 확인하고, 밀양의 진실과 정의를 위해 끝까지 단결하고 연대할 것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밀양 단장면 용회마을 승학산 정상에 있는 101번 송전 철탑 부지의 움막 위에 초등학교 교장 출신의 주민 고준길씨가 올라가  있다
 밀양 단장면 용회마을 승학산 정상에 있는 101번 송전 철탑 부지의 움막 위에 초등학교 교장 출신의 주민 고준길씨가 올라가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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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는 2014년 6월 11일 경찰과 밀양시, 한국전력공사 등에 의해 벌어졌던 행정대집행을 기억하기 위해 여는 것이다. 당시 공권력은 밀양시 부북면 평밭마을(129번 철탑), 위양마을(127번), 상동면 고답마을(115번), 단장면 용회마을(101번) 움막 농성장을 강제철거했다.

당시 행정대집행으로 많은 주민들이 불안과 우울증 등 심각한 심리적 후유증을 겪었다. 또 많은 주민들이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되었고, 상당수는 지금까지 재판을 받고 있다.

반대로 송전탑 반대 주민을 막는 데 동원되었던 공권력에게는 '포상'이 주어졌다. 2014년 1월~2015년 7월 사이 집회시위 관련 포상․특진 받은 경찰관 가운데, 포상자 113명 중 83명과 특진자 14명 중 10명이 밀양 송전탑 관련이었다.

그리고 당시 현장 지휘책임자였던 김수한 밀양경찰서장은 6․11행정대집행 직후 청와대 22경호대장으로 영전했다. 당시 이성한 경찰청장은 퇴임 뒤인 2016년 5월 한국전력공사 상임감사로 재취업했다.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의 '작은 성과'

그런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이 최근 '작은 성과'를 내고 있다. 국회가 2015년 4월 30일 '심야 및 새벽 시간대의 행정대집행 제한'을 골자로 하는 행정대집행법 개정을 의결했는데,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의 영향으로 해석되고 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지난 5월 27일 신규 송전선로 사업인 '신울진-신경기 765kV 송전선로 사업'을 포기하기로 최종 결정했는데, 이 역시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의 영향이라는 해석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192차 전기위원회'에서 '신울진-신경기 765kV 송전선로' 대신 '지중화'와 송전탑 규모 축소가 가능한 초고압직류방식(HVDC, 발전소에서 생산된 교류 전력을 직류로 변환하여 송전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여 추진하는 것으로 최종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이는 한국전력과 정부 관계자들이 공히 인정하듯이, 밀양송전탑 사태를 겪으며 지역 주민들의 격렬한 저항을 우려한 예방적 조치로 평가되며,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2013년 5월 , 밀양송전탑 현장 방문시 주민들 앞에서 '밀양 사태를 겪으며 한전이 765kV 사업을 다시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고 한 발언의 연장선상에 놓인 것"으로 판단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신울진 핵발전소에서 백두대간을 관통하여 경기 남부권에 이르는 200km의 대규모 765kV 송전선로는 밀양송전탑 사태 이후 지난 2년여 동안 강원과 경기 남부권 해당 예정 지역 주민들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왔고, 특히 밀양 주민들은 신경기 변전소 후보 예정지역(경기 이천, 여주, 양평, 광주) 주민들과 연대하여 수차례 현장방문과 집회를 갖는 등 사업 추진시 강력한 연대 투쟁을 예고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한국전력공사와 정부가 이러한 주민 저항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계획을 변경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며 "대형 765kV 송전선로 건설 추진을 막아내는 데 공헌한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여전히, 한국전력공사와 정부의 막무가내식 송전선로 건설 이후, 송전 소음과 전자파 스트레스, 부동산 거래 중단, 마을공동체 파괴의 후유증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그러나,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10년간의 투쟁이 이후 대형 765kV 송전선로 사업에 큰 제동을 걸 수 있는 밑거름이 된 것에 대해 환영하며, 또한 작지 않은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밀양 주민들은 정부와 한전이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의 고통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산 및 건강 피해 실태조사, 마을공동체 파괴 실태 조사' 등의 과제에 대해서도 진전된 입장을 내놓기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6.11행정대집행 기억 문화제' 11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오는 11일 밀양 일원에서 '6.11 행정대집행을 기억하자'며 다양한 행사를 연다. 주민과 연대자들은 이날 오전 9시 30분경, 주민들이 끝까지 저항했던 움막 현장 4곳에 모여 '걷기'에 나선다.

참가자들은 '할매팀'과 '할배팀'으로 나눠 송전선로 경과지를 돌면서 숲속음악회와 낭독회 등을 연다. 이어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7시 상동면 도곡저수지에 모여 '기억 문화제'를 개최한다.

기억문화제에서는 각종 공연과 산신제, 퍼포먼스, '밀양 어르신에게 드리는 편지글 낭독', 하자작업장학교 '페스테자'의 타악기 공연 등이 벌어진다.


태그:#밀양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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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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