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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는 스위스 시민단체 '스위스기본소득'(BIS) 활동가들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는 스위스 시민단체 '스위스기본소득'(BIS) 활동가들
ⓒ BIS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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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가 기본소득 도입 헌법개정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 찬성 23%, 반대 76.9%로 해당 안은 부결됐다. 이에 대한 보도 태도는 크게 갈렸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스위스 국민들이 포퓰리즘 정책을 거부했다는 측면을 부각해 보도했다. 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기본소득 논의가 애초 사회적 의제로 제시된 그 배경과 이후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중앙일보와 한국일보는 포퓰리즘 논란이 일고 있다는 것과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는 필요에 따라 도입중이라는 점을 소개했다.

‧  동아․조선 "스위스 국민, '공짜 복지' 거부했다"  

기본소득 자체가 포퓰리즘적 정책임을 가장 강조한 것은 동아일보다. 동아일보는 <"나라살림 악화"…포퓰리즘 복지 사양한 스위스 국민들>(6/7, 2면, 이유종 기자․전승훈 특파원, http://me2.do/xgcOUNLY)에서는 "스위스 국민은 '공짜 복지' 대신 경제를 선택했다", "기본소득 지급 아이디어는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논란만 불러일으켰을 뿐 스위스 국민에게 도입 필요성을 납득시키지 못했다"며 이번 논의 자체를 평가절하했다.

<한국, 선거때면 도지는 '무상시리즈' "스위스처럼 공짜 아니라는 인식 필요">(6/7, 2면, 유근형 기자, http://me2.do/xPgZwUuP)에서는 "스위스 국민이 모든 성인에게 월 30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에 대해 압도적인 표 차로 반대한 것은 선거철마다 복지 포퓰리즘 논란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강조했다. <횡설수설/'월 300만 원 공돈'의 유혹 뿌리친 스위스>(6/7, 31면, 고미석 논설위원, http://me2.do/5J7a3GC7)에서는 이번 부결 결과를 "공짜 포퓰리즘에 현혹되지 않고 합리적이고 현실적 판단을 내린 결과"라 치켜세우기도 했다.

동아일보만큼은 아니지만 조선일보 역시 기본소득 논의에 부정적입 입장을 피력했다. 조선일보는 투표 이전에는 <"모든 국민에게 월 300만원 보장" 스위스, 5일 기본소득 국민투표>(6/3, 16면, 장일현 특파원, http://me2.do/xdZHFIuj)에서 "노동 의욕을 떨어뜨리는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여론이 우세"하다고 강조했으며, 부결이 확정된 이후에는 <월 300만원 준대도 싫다는 쪽이 77%>(6/7, 18면, 장일현 특파원, http://me2.do/xq46GbRs) 보도를 통해 기본소득안에 대해 비판론자들이 '마르크시즘적 환상'이라고 불렀다"는 영국 일간자 가디언의 보도를 소개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보도에는 애초에 왜 이 같은 논의가 국민투표 의제로 올라갈 수 있었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삭제되어 있는 셈이다. 기본소득을 '공짜돈'으로 폄훼하는 태도는 중앙일보에서도 엿보인다. 중앙일보는 <'월 300만원 공짜 소득' 거부한 스위스 국민>(6/7, 14면, 백민정 기자, http://me2.do/GIcHjMWb)에서 부결 결과를 "전 국민에게 솔깃할 제안이었지만 스위스 국민들은 '공짜 돈'을 거부했다"고 풀이했다.

‧  경향․한겨레 "논의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다"

동아일보의 대척점에서, 기본소득 논의 자체의 가치를 강조한 것은 한겨레다. 단순히 부결됐으니 잘못된 정책이라 볼 것이 아니라 "스위스 국민 4명 중 1명 가량이 기본소득 도입에 동의"한 것과 "기본소득 모델이 주요 정치적 의제가 될 만한 자격"을 갖췄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한겨레는 7일자 1면 머리기사로 <스위스 '기본소득' 실험…'불평등 사회' 인간의 길 묻다>(6/7, 1면, 노현웅 기자, http://me2.do/5rHYCAFN)를 내놓고 "세계의 눈길이 스위스로 쏠렸던 이유는 이런 실험이 국민투표라는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국가 차원의 정치적 의제로 표출된 최초의 사례"였다며 "기본소득은 소득불평등 심화와 성장잠재력 약화라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한계와 부작용을 극복할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아왔"음을 강조했다.

이후 이어지는 보도에서도 한겨레는 기본소득의 개념과 노동의욕을 저하시킬 것이라는 '편견'에 대한 나름의 대답을 구하고, 기본소득을 도입한 해외 사례나 해당 제도에 대한 국내 도입 논의 양상을 소개하고 나섰다. <저성장· 일자리 절벽에 선진국서도 '기본소득' 화두로>(6/7, 3면, 노현웅 기자, http://me2.do/FvCNG3gA),<핀란드, 내년 1만명에 월 100만원 지급…단계적 확대>(6/7, 3면, 노현웅 기자, http://me2.do/GZkpqTED), <"19~24살 청년에 월 30만원 주자" 국내서도 논의 본격화>(6/7, 4면, 황보연 기자, http://me2.do/x1i7RKdD), <연 250조원 재원 부담 탓 부결…"그래도 성공" 웃는 찬성파>(6/7, 4면, 황상철 기자, http://me2.do/GZkpqI6U)에서는 "기본소득 도입 운동을 벌인 이들도 부결을 예상"했으며 "이를 통해 기본소득에 대해 스위스 사회가 생각하게끔 만들려는 게 목적"이었음을 소개하기도 했다.

또 <사설/상생연대의 정신 일깨운 기본소득 논의>(6/7, http://me2.do/xX42f4j9)에서는 "사회보장 수준이 지극히 낮은 우리나라에서 스위스 지식인 모임이 설계한 것과 비슷한 기본소득제 도입을 논의하는 것은 성급"하다면서도 "사회보장과 복지는 국가가 개인에게 베푸는 시혜가 아니"고 "구성원들의 상생과 공동체의 안정적 발전을 위한 협력"인 만큼 "최저임금 인상, 청년실업자를 수급대상에 포함시키는 실업급여 확충, 노인기초연금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먼 나라의 기본소득 도입 논의를 우리 사회의 상생 문제로까지 연결시킨 것이다.

경향신문 역시 한겨레와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경향신문은 <사설/'모두에게 300만원씩' 스위스 국민투표를 주목한다>(6/3, http://me2.do/5il26jos)에서 기본소득이 "국민적 논의 사항이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역사적 의미가 크다"며 "어느 나라건 소득양극화가 심해지고 있으며 기계가 일자리를 대체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은퇴 후 삶이 길어지고 있다는 점은 기본소득제도의 필요성을 뒷받침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본소득제도가 신성한 노동을 훼손시킨다거나 급진적 사회주의자들의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몰아붙일 일은 아니"라며 "스위스가 인구 800만명에 불과한 부자 나라여서 도입을 논의하고 있을 뿐이라고 평가절하할 필요도 없고, '복지 포퓰리즘'으로 치부할 일도 아니"라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대표적 신자유주의 학자인 미국의 밀턴 프리드먼 역시 기본소득 아이디어의 중요한 창시자 중 한명"인 만큼 "좌파, 우파를 불문하고" 기본소득 논의가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부결이 확정된 이후에도 경향신문은 <'저성장 속 복지' 고민한 스위스 국민․월 300만원 기본소득 '부결'>(6/7, 15면, 정환보 기자, http://me2.do/57aCsApU) 보도를 통해 "'유토피아 실험'은 훗날을 기약하게 됐지만, 투표 자체만으로도 적지 않은 의미를 남겼다"며 기본소득 논의가 수면위로 올라온 것 자체가 의미있음을 강조했다. "임금 인상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자리 없는 저성장 시대'의 복지가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는 숙제로 던져졌다"는 것이다. "복지체계가 아무리 잘 갖춰진 스위스라 하더라도 선별적·차등적으로 시행되는 한 복지는 결국 '국가가 베푼다'는 개념"에 속하는 것이며 "기본소득 구상은 복지를 기본권 차원의 논의로 전환시켰"다는 측면에서 "각국이 고민해볼 대안으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스위스 국민, 월 300만원 기본소득 거부한 이유는>(6/7, 13면, 김정원 기자, http://me2.do/FLzxJw8b) 보도를 통해 기본소득의 한계를 상세히 소개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에 따라 기본소득 제도를 도입한 나라나 단점을 보완해 새로운 제도를 제시한 나라의 예시 등을 소개하는 수준에 그쳤다.

* 모니터 대상 :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종이신문에 한함)

덧붙이는 글 | 민언련 활동가 배나은입니다.



태그:#기본소득, #스위스,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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