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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총선 TV광고. '고등어가 경제다'
 18대 총선 TV광고. '고등어가 경제다'
ⓒ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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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습니다. 서민에게 행복을 줬던 '국민생선'이 갑자기 '미세먼지 주범'으로 몰렸습니다. 생선은 졸지에 '미세먼지의 온상'이 됐고 그 생선을 굽는 엄마들은 졸지에 '미세먼지를 퍼뜨리는 이들'이 되어버렸습니다. 어민들이 화를 내고 국민들이 화를 내자 환경부는 그제야 해명 자료를 냈다고 하는데 참, 하다하다 생선 탓을 하다니요.

우리의 고등어는 그렇게 때 이른 더위가 한창이던 2016년 오뉴월에 이런 설움을 당했습니다. 한밤중에 연 냉장고에 고등어가 있는 것을 보고 내일 아침 고등어구이를 먹는다는 기대에 부풀게 했던 시절이 있었고 모 정당은 '고등어가 경제'라며 인심 쓰는 고등어장수 할머니(물론 배우였지만)를 광고에 내세우기도 했죠.

'경제'라는 고등어를 미세먼지 주범으로 몬 정권이 그 정당 출신이라는 게 아이러니긴 합니다만.

'등푸른 생선'의 영양이 담긴 고등어

남비에 담긴 고등어조림
 남비에 담긴 고등어조림
ⓒ 임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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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가 '서민생선', '국민생선'으로 불린 이유는 가격의 의미도 있지만 서민들이 맛볼 수 있었던 영양식이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습니다. '등푸른 생선'에서 나온다는 EPA와 DHA가 머리를 좋게 해주고 장수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알려졌고 그 영양소가 풍부하게 들어있는 생선이 바로 고등어였기 때문이었죠.

그러다보니 고등어의 '고등'이 '고등(高等)' 즉 상등급 생선이라는 의미가 아닌가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었지만 사실 고등의 진짜 이름은 못 고(皐), 오를 등(登)이라고 합니다.

원래는 벽문어(碧紋魚)라고 불렸는데 이를 속되게 표현한 것이 고등어 혹은 고도어(古道魚)였다고 합니다. 그러고보니 '벽문어'라는 말에 고등어의 특징이 딱 잡히네요. '등이 푸른 생선'.

고등어는 기름에 튀겨도, 무와 함께 양념에 졸여도, 회로 먹기에도 좋은 맛난 생선입니다. 특히 무와 풋고추를 곁들인 고등어조림은 '밥도둑'이라 불릴 만 하죠. 양념이 밴 고등어살을 밥에 얹어 먹는 맛은 정말 꿀맛입니다.

고등어조림 한 조각. 이것만으로도 행복이 생기죠
 고등어조림 한 조각. 이것만으로도 행복이 생기죠
ⓒ 임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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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튀김도 입맛을 돋구죠. 고등어 굽는 냄새만 나도 온 가족이 즐거웠던 때가 있었습니다. 잘 구운 고등어와 잘 익은 배추김치의 궁합은 잘 맞았지요. 어머니는 손수 손으로 고등어살을 떼어 자식의 밥그릇에 놓아주었고 그 살을 먹는 자식의 모습을 보면서 흐뭇해하셨습니다.

만만한 게 결국 고등어더냐?

맛도 좋고 가격도 저렴하고 무엇보다 고기보다 영양가도 더 있어서 서민들에게 사랑받았던 고등어. 그런데 왜 그 고등어가 '미세먼지 온상'이 되고 고등어를 잡으며 생활하던 어민들이 화를 내야 했을까요?

더군다나 고등어를 먹기 위해 고등어를 굽는 이 땅의 엄마들은 왜 죄인이 되어야 할까요? 미세먼지 대책도 세우지 않고 결국 서민 먹거리인 고등어를 희생양으로 삼는 모습이 가히 보기 좋지 않습니다. '고등어가 경제'라면서 말이죠.

밥에 얹어 먹는 고등어살. 미세먼지 주범으로 고등어를 몰아세우는 이들은 이 맛을 정말 알고 있을까요?
 밥에 얹어 먹는 고등어살. 미세먼지 주범으로 고등어를 몰아세우는 이들은 이 맛을 정말 알고 있을까요?
ⓒ 임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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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환경부는 결국 고등어가 미세먼지의 주범이 아니라는 해명을 하긴 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찍어버린 낙인이 쉽게 지워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왜 서민들이 먹는 음식은 이런 취급을 받게 되는 것일까요? 이건 아닙니다. 그렇기에 한 마디 해야겠습니다.

"그래도 저는 고등어 먹겠습니다!"


태그:#고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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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솜씨는 비록 없지만, 끈기있게 글을 쓰는 성격이 아니지만 하찮은 글을 통해서라도 모든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글쟁이 겸 수다쟁이로 아마 평생을 살아야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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