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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오던 수많은 시인들이 있었다.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시인들을 생각해보면 김소월, 한용운, 서정주, 정지용, 백석, 이상, 윤동주, 박목월같은 시인을 손꼽아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수많은 시인들이 있었는데 공통점을 보면 그들이 떠난 후에도 사람들에게 남아 있는 것은 바로 시라는 사실이다.

리듬이 담겨져 있는 시라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짦은 문장에 시인의 생각이 압축되어 표현되기도 하고 순간적인 감정이 시에 녹아들기도 한다. 2015년 교보생명은 '내 마음을 울리는 광화문 글판은?'이라는 주제로 온라인투표를 진행한 결과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가 가장 큰 지지를 받았다고 한다.

풀꽃문학관으로 가는길
▲ 풀꽃문학관 풀꽃문학관으로 가는길
ⓒ 최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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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공주시 봉황동 85-12에 가면 나태주의 흔적과 작품이 있는 공주풀꽃문학관이 자리하고 있다. 올해로 2주년을 맞는 공주풀꽃문학관은 나태주의 시와 야생화, 북카페, 나태주 시인의 기록들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다. 충청남도 서천에서 출생한 나태주는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작품들
▲ 나태주시인의 흔적 작품들
ⓒ 최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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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의 시를 보면 대상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남다르면서 참신한 착상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시에 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대표적인 시집으로 <막동리 소묘>와 <대숲 아래서>를 출간한 나태주 시인은 2007년 공주 장기 초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정년 퇴임하였다. 이후 2010년부터 공주문화원 원장으로 재직하면서 공주풀꽃문학관을 운영하고 있다.

직접 찾아가 본 공주풀꽃문학관은 다른 문학관과는 조금 다른 색깔이 묻어 있었다. 보통 사후에 만들어진 문학관과 달리 현재 생존해 있는 사람의 문학이 담겨 있는 곳이면서 그곳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기에 생동감이 묻어 나올 수밖에 없다. 작은 화단에는 이쁜 꽃들이 가득하게 피어 있었고 안으로 들어가면 시인의 풍금이 있어 가끔은 나태주 시인의 연주를 들어볼 수 있다고 한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나태주
▲ 나태주 시인과 아이들 아이들을 좋아하는 나태주
ⓒ 최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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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이날은 시를 배우겠다는 사람들이 나태주 시인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자신이 직접 지은 시를 들고 온 사람에게 나태주 시인은 이렇게 물었다.

"시는 왜 쓰세요? 시는 그냥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나오지 않아요.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고 만물을 하나하나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때 좋은 시가 나올 수 있어요."

평생을 교육자로 살았던 나태주 시인은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배우는 일
▲ 경청하는사람들 배우는 일
ⓒ 최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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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역시 물어보고 싶은 시인이 있어서 질문을 해보았다.

"오늘 정지용이나 백석시인을 많이 언급하셨는데요. 충청남도 부여의 신동엽 시인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나태주 시인은 4~5초간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내 답이 나왔다. "부여의 신동엽 시인도 참 괜찮은 사람이고 저와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입니다. 애석하게도 일찍 세상을 떠나기는 했지만 그의 시가 유명세를 타게 된 이유 중에 하나는 아마도 시대를 잘 타고 났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그리고 그 시대의 아픔을 시로 잘 풀어냈던 사람이기도 하구요."

차를 따라주는 나태주 시인
▲ 차한잔 차를 따라주는 나태주 시인
ⓒ 최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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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대한 조언을 들으러 온 분에게 나태주 시인은 말을 이어갔다.

"지금 현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학습에서 학은 열심히 하는데 가장 중요한 습이 안 되고 있어요. 먼저 훌륭한 시를 썼던 사람들을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가장 좋은 스승은 자신이랍니다. 시를 공부하시기 위해서는 심지어 제 시까지 답습하면 안 됩니다. 저는 저만의 세계가 있고 오신 분들은 오신 분만의 세계가 있는 거예요."

때를 잘 맞추어간 덕분인지 좋은 차를 얻어 마실 수 있었다. 나태주 시인이 따라준 차는 은은하면서도 깊은 맛이 저절로 우러나는 느낌이었다. 차를 한 잔씩 더 따라주고 나태주 시인은 말을 이어갔다.

"요즘은 시인들조차 낭송과 낭독의 차이를 몰라요. 낭송은 시를 외워서 하는 것이구요. 낭독은 그냥 시를 보고 읽는 거예요. 둘 사이에는 차이가 큽니다."

풀꽃을 좋아하는 나태주시인
▲ 풀꽃이 좋아요 풀꽃을 좋아하는 나태주시인
ⓒ 최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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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를 잘 맞추어 간 덕분인지 좋은 말과 더불어 맛좋은 차 그리고 나태주 시인의 책을 한 권 선물받을 수 있었다. <지상에서의 며칠>(A Few Days on Earth)라는 시집에 수록되어 있는 시중에 요즘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시를 한 편 적어본다.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사랑한다는 말
차마 건네지 못하고 삽니다
사랑한다는 그 말 끝까지 
감당할수 없기 때문

모진 마음 
내게 있어도
모진 말 
차마 하지 못하고 삽니다
나도 모진 말 남들한테 들으면 
오래오래 잊혀지기 않기 때문

외롭고 슬픈 마음
내게 있어도
외롭고 슬프다는 말
차마 하지 못하고 삽니다
외롭고 슬픈 말 남들한테 들으면
나도 덩달아 외롭고 슬퍼지기 때문

사랑하는 마음을 아끼며 
삽니다
모진 마음을 달래며 
삽니다
될수록 외롭고 슬픈 마음을 
숨기며 삽니다. 

나태주 시인의 시를 읽어보면 시 속에 삶의 고민이 녹아들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문학적으로 큰 감동을 주고 있는 나태주 시인은 인생의 조언자이며 조력자, 영혼의 메아리 같은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태그:#나태주, #풀꽃문화관, #나태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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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지 쓰는 남자입니다. 영화를 좋아하고 음식을 좋아하며, 역사이야기를 써내려갑니다. 다양한 관점과 균형적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조금은 열심이 사는 사람입니다. 소설 사형수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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