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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이발관 앞 김창수씨
 스타이발관 앞 김창수씨
ⓒ 남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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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골목 어귀에 스타이발관이 있다. 이발 3500원, 염색 5000원, 머리 감겨주는 데 500원…. 순댓국 한 그릇보다 더 저렴한 이 이발관은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스타이발관 김창수 사장님(71)은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손님들 머리를 깎아왔다.

그 돈으로 자식들 결혼시키고, 학교 보내고, 지금에 와서는 봉사정신으로 손님의 머리를 다듬는다. 일흔이 넘도록 정정하게 이발사를 할 수 있었던 건 아이러니하게도 이발 때문이었다.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자.

- 탑골공원 근처라 주로 공원에 오시는 분들이 이발관을 애용하나요?
"아니요. 의외로 탑골공원에 오는 분들은 잘 안 오시고 타 지역에서 많이 오세요. 지하철이 닿는 곳이라면 춘천, 안양, 인천, 영종도, 안산, 일산 할 것 없이 다 오세요. 경기도, 충청도, 저 멀리 제주도에서도 서울에 볼일 있으면 들러서 이발하고 가고….

심지어 라오스에서 사업하는 분도 한국에 들어왔을 때 꼭 이발하고 갔다가 이발 때 되면 다시 오는 분도 계셨어요."

- 인기가 많은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일단 요금이 싸요. 이발 3500원, 염색 5000원, 머리 감겨주는 데 500원…. 모든 물가는 오르지만, 우리 이발소 요금은 20년째 동결돼 있어요. 다들 기술이 4~50년이 돼서 베테랑들이고…. 밥 한 끼 값도 안 하는데 봉사정신 없으면 못하는 일이에요. 100명 깎아야 35만원이니까…."

- 어렸을 때 꿈이 이발사였나요?
"그건 아니고 야간 고등학교 다니다가 말썽부려서 훈육 선생님한테 머리 빡빡 밀리고…. 이제 뭐 먹고 살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이발사가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뜨뜻해서 만년 직장으로 정한 거예요. 당시엔 좋았지. 그땐 알아줬으니까…. 50년 전에는 세탁사, 이발사, 운전사는 최고 멋쟁이였어요."

- 이제는 눈감고도 이발하실 수 있겠어요.
"하라면 하겠지만 이발사는 장인이 없어요. 왜냐하면 손님마다 두상이 다르고 머릿결도 다르고 성격도 다 다르니까 손님 입맛에 맞게 해야 장인이지. 기계로도 할 수 없는 게 이발이잖아요."

스타이발관 이발사 김창수 씨
 스타이발관 이발사 김창수 씨
ⓒ 남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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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정해 보이세요. 아픈 덴 없으시죠?
"습관이 돼서 아침 6시부터 저녁 7시 반까지 13시간 서있어도 크게 힘든 건 모르겠어요. 일주일에 목요일, 금요일 딱 이틀 쉬는데, 요새 족적근막염이 와서 좀 힘들긴 힘들어요. 나는 공원에서 운동도 하고 집에 들어가서 술을 안 하니까 배겨난 거지, 술 많이 먹으면 힘들어서 못 해요."

- 반세기 넘게 이발을 하셨어요.
"이 기술이 좋은 게 정년퇴직이 없으니까 자기 건강만 허락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여기 일하는 사람들 죄다 나이 먹은 사람들이고 솔직히 봉사정신 아니면 할 수가 없어요. 여기에 있는 이발사들 최하가 60대고, 대부분이 70대예요. 이발소에서 60대라고 하면 제일 어린 애들이에요.

자식 다 키우고 심심풀이로 하는 건데 돈 벌려고 하면 이 일 못하죠. 젊었을 땐 목구멍이 포도청이고 일단 먹고 살아야 했기에 한 건데, 지금은 배워놓은 직업이니까 건강해서 하는 거지. 내가 지금 71살인데 지금까지 봉사한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어요."

- 선생님께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서로에게 봉사하고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 정말 살기 힘든 세상이라 봉사하면서 이해하고 아껴줘야지. 나는 길고 볼품없는 머리를 갖다가 제대로 폼나게 깎아서 손님이 멋있게 나갈 때 나도 상쾌함을 느껴요. 그런 맛에 사는 거예요."

- 선생님의 꿈은 무엇인가요?
"꿈같은 거 없어요. 꿈도, 계획도 없고, 무조건 하루하루 몸이 허락하는 한 이 일을 하는 거…. 나는 그래요. 지금 나이 일흔 넘어서 큰돈 번다고 생각 않고, 단지 손자들 오면 용돈 주고 즐기면서 사는 것, 이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에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http://snsmedia.wix.com/snsmedia)> 6월호에 먼저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낙원동, #인사동, #스타이발관, #인사동명소, #탑골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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