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최근 대전 지역 상당수 초·중·고등학교에 설치된 우레탄 트랙에서 기준치의 20배가 넘는 납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우레탄과 인조잔디운동장은 2000년대 초·중반부터 많이 시공됐다. 주원료는 고무 재질의 합성수지이며, 폐타이어를 이용하기도 한다. 부풀리는 기능을 하는 발포제, 그리고 굳게 하는 경화제 등 다양한 화학물질이 들어가며, 도색과정에서 페인트까지 사용된다. 고무형태의 재질로 걷거나 달릴 때 충격이 흡수되는 장점과 비산먼지가 없고, 배수가 잘 되는 점 때문에 많은 학교에서 시공했다.

그런데 환경부가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수도권 소재 30곳의 초등학교에 있는 인조잔디 운동장과 우레탄트랙에 대해 유해물질 실태 조사를 벌였다. 환경부가 인조잔디 운동장과 우레탄트랙의 유해성 여부를 조사하고 필요한 관리 대책을 검토하기 위해 실시한 한 것이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조사결과 우레탄트랙이 설치돼 있는 25개 학교 중 13곳이 한국산업표준(KS) 납 기준치 90mg/kg를 초과한 것이다. 환경부 조사결과가 발표되고 교육부에서는 전국 전수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전시교육청도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다. 대전시에는 초등학교 51곳과 중학교 26곳, 고교 23곳, 특수학교 2곳 등 102곳에 우레탄 트랙이 설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전시교육청에서는 중간조사 결과, 현재까지 조사대상 학교의 약 14%에 해당하는 15곳(초등학교 12곳, 고교 3곳)에서 한국산업표준(KS) 기준치(90mg/kg)를 초과했다. 초과 검출된 학교 중에서는 기준치의 최대 26.6배에 달하는 2400mg의 납이 검출된 곳도 있어 심각한 수준이다.

위험천만한 유해물질, 학교 운동장에 둬도 될까

붉은색 우레탄트랙이 보인다.
▲ 학교에 설치된 인조잔디와 우레탄 트랙 붉은색 우레탄트랙이 보인다.
ⓒ 이경호

관련사진보기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최종 결과가 나오면 납 성분 검출 학교 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납은 체내에서 주로 혈액, 신경계, 신장 등에 영향을 끼치며, 무기질의 흡수를 방해하고 생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혈액의 물질과 결합하여 그 기능을 방해한다.

특히 어린이의 경우 납의 독성에 대해 매우 민감하며, 신장, 간, 신경 및 면역체계 등에 손상을 유발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더욱이 납 같은 유해 중금속은 일단 몸 안에 쌓이면 좀처럼 배출되지 않는다.

어떻게 그런 엄청난 양의 납 성분이 들어가는 우레탄이 시공이 되고 준공돼 여태까지 있었을까. 대전시교육청 체육담당 관계자는 "납 성분 조사 방식이 과거엔 희석해 농도를 측정하는 방식이었다면, 현재는 전체를 녹여서 농도를 측정하기 때문에 납의 농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측정되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따라서 "측정방식이 바뀐 2014년 이후에 설치된 트랙에서는 납이 거의 검출이 되지 않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학교의 경우 미래 세대들이 활동하는 곳으로 강력한 안전 규제와 시공 이전에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실제로 인조잔디 운동장의 검증 없이 무작위로 시공하면서, 공사 이후 과도한 중금속 검출과 유기화학물 화학물질에 대한 문제가 발생했다. 또한 악취문제와 유기화합물로 인한 아토피 유발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2011년에는 감람석 운동장에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확인되면서 이를 설치한 학교는 감람석을 모두 철거했다.

환경문제에 대한 우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붉은색 우레탄 찌꺼기가 인조잔디 의에 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 우레탄 찌꺼기 붉은색 우레탄 찌꺼기가 인조잔디 의에 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 이경호

관련사진보기


대전환경운동연합 고은아 사무처장은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안전은 뒷전인 채 운동장 시공업체의 배만 불린 꼴이 됐다"라면서 "교육당국에서 학교의 운동장 등의 시설물 설치에 안전한 물질을 사용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충고했다.

설치만 해놓고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 수습하는 형태의 행정체계는 근본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교육당국이 이번 문제를 안일하게 판단해 이 같은 일들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시도교육청은 뒷수습하느라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문제를 해결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의 안전에 매우 중요한 운동장의 시설 설치가 학교장이나 관계당국의 일방적인 행정으로 진행되는 것 또한 문제다. 그동안 인조잔디와 우레탄 등의 환경문제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있어 왔다. 하지만 이를 무시한 채 대규모로 지속적으로 시공을 해왔다. 상황이 이럼에도 대전시교육청은 올해도 우레탄운동장을 시공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후속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대전시교육청은 직접적인 접촉을 피하고 손 씻기 등의 생활지도 강화를 학교에 전달한 것이 조치 내용의 전부다. 기준치를 기준으로 초과된 학교나, 최소한 26배 이상의 납이 검출된 학교에 대해서는 우레탄 트랙 폐쇄 등 직접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 또한 추가로 설치되는 우레탄 시공에 대해서도 공사를 중단하고 향후 검사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철거계획 등을 마련해야 하지만 철거에 수억 원이 예산이 든다는 이유로 상급기관인 교육부의 지침을 기다리는 등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학교 자율적으로 폐쇄나 접근 차단에 대한 권한을 맞기겠다는 식이라 우려스럽다. 대전시교육청은 교육부 등의 협의가 진행되는 것에 따르겠다며, 자구책이나 대응책 도출을 미루고 있는 모양새다. 전북교육청이 우레탄트랙 철거계획을 발표하고 2017년까지 모두 철거하기로 한 것에 비하면 매우 소극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레탄 확대 정책에 제동이 필요한 때

운동장에서 유해화학물질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모습이다.
▲ 인조잔디와 우레탄 트랙이 깔려있는 운동장에서 경기중인 아이들 운동장에서 유해화학물질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모습이다.
ⓒ 이경호

관련사진보기


인조잔디의 열기로 화상의 피해까지 있었다.
▲ 42도가지 올라가는 인조잔이 운동장의 모습 인조잔디의 열기로 화상의 피해까지 있었다.
ⓒ 이경호

관련사진보기


환경부 조사 결과 납 이외에도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된 프탈레이트 7종 중 하나인 디에틸핵실프탈레이트(DEHP) 1종도 검출됐는데, 현재 KS기준에는 프탈레이트에 대한 기준치조차 없다. 결과적으로 우레탄이나 인조잔디 등의 많은 화학물질을 포함한 인공시설물들에 대한 안전관리에 허점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런 허점들로 인해 미래세대인 학생들은 화학물질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제대로 된 안전에 대한 판단 없이 우선 시공하고 보자는 식의 교육행정에 경종을 울릴 때가 됐다. 감람석 운동장과 인조잔디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채 우레탄 트랙을 지속적으로 확대해가는 정책에 제동이 필요하다.

우레탄 등 휘발성 유기화합물이나 중금속등이 많이 포함돼 있는 물질들이 최근 굉장히 많은 곳에 사용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 역시 이런 유기화합물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생겨난 일이다. 따라서 이렇게 사용되는 유기화합물에 대한 안전규제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안전에는 규제완화가 답이 아니다.


태그:#인조잔디, #우레탄트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날로 파괴되어지는 강산을 보며 눈물만 흘리고 계시지 않으신가요? 자연을 위한 활동이 필요하시면 연락주세요! 대전환경운동연합 회원이 되시면 함께 눈물을 흘리고 치유 받을 수 있습니다. 회원가입하기! https://online.mrm.or.kr/FZeRvcn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