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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최경환 당선인(광주 북을).
 국민의당 최경환 당선인(광주 북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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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국민의당 국회의원 당선자(광주 북을)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란 타이틀을 달고 있다. 김대중 정부 시작과 함께 청와대에 들어간 최 당선자는,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할 때까지 그의 옆을 지켰다.

더불어민주당(아래 더민주) 소속이던 최 당선자는 지난 1월 탈당 후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그는 탈당 당시 "더민주는 호남과 김대중 세력을 포용하지 못했다"는 명분을 내세웠고 당선됐다. 11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최 당선자는 "이런 표현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호남은) 이른바 친노패권 세력에도 거부감이 심했다"고 호남 민심을 평가했다.

하지만 최 당선자는 "호남이 대안으로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를 선택한 게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국민의당 내에서 이번 총선을 평가하며 '호남의 선택은 안철수'라는 식의 얘기가 나오는 데 대해 "(호남은 국민의당에) 마음을 준 게 아니라, 기회를 준 거다. 잘 한 번 해보라고 기회를 준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국민의당과 안 대표는) 살얼음판 민심 위에 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 당선자는 이른바 더민주와 문재인 전 대표에 제기된 '호남홀대론'에는 비판적인 입장이었다. 최 당선자는 "사실 관계는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사실 나도 인사(에 홀대가 있었다거)나, 다른 일부분에 동의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호남 사람들은 (호남홀대론이 맞다고)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며 "그러니 문재인 전 대표가 광주에 내려와서 해명을 해도 안 먹힌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호남은) 그 동안 여러 선거를 거치며 더민주로는 정권교체를 할 수 없다고 느낀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당선자는 국민의당도 더민주의 이런 상황을 거울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쨌든 국민의당은 호남에 지지기반을 두고 있다. 의원 대부분도 호남 출신"이라고 말한 그는 "당 내에서 호남 기반을 이야기하는 사람과 전국정당화를 이야기하는 세력 간의 충돌이 있을 것이다. 절대 그래선 안 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래는 지난 11일 최 당선자와 김대중평화센터에서 만나 나눈 인터뷰 일부 내용이다. 최 당선자는 선거 전까지 김대중평화센터 공보실장을 맡아 왔다.

"야권, 호남 기반으로 성공해와"

- 총선 때 호남에서 국민의당이 압승했다. 총선 결과, 어떻게 해석하나.
"3월 중순부터, (호남에서도) 야권 분열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나도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호남사람들의 걱정은) 국민의당을 향한 거부감보다는 걱정이었다. 어쨌든 3월 중하순 넘어가면서 기호 3번 바람이 불더라. 국민의당의 승리 요인은 여러 가지다.

첫째, 일단 이명박, 박근혜 정권 8년에 거부감이 컸다. 그 과정에서 호남의 소외와 차별이 반복됐다.

둘째, 이것이 더 결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표현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른바 친노패권 세력에도 거부감이 심했다. 그 동안 여러 선거를 거치며 더민주로는 정권교체를 할 수 없다고 느낀 거다. 이에 더해 문재인 전 대표, 국보위 출신 김종인 비대위 대표에 대한 반감이 섞여버린 것이다. 그래서 국민의당을 통해 '본 때를 한 번 보여줘보자', '우리의 자존심을 되찾아보자', '그 동안 호남이 들러리만 서서 얻은 게 뭐냐' 등의 여론이 조성됐다.

선거 과정에서 또 하나 재밌었던 게 수도권에 사는 호남 출신 사람들의 선택이다. 가끔 주말에 (서울에 사는 호남 출신) 선배들이 광주에 내려와서 나를 찾아왔는데, 그때 교차투표를 이야기하더라. '지역구는 2, 3번 중 될 사람 찍어주고, 정당투표는 3번 투표하겠다'라고 말하더라. 선거 전 그 말을 듣고 참 묘하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호남이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를 대안으로 선택한 걸까. 그건 아니라고 본다. 양평에서 토론할 때(국민의당 당선자 워크숍)도 이런 이야기가 나왔는데, 일부에선 호남이 안철수를 선택한 것처럼 말하더라. 그때 깜짝 놀라 '그게 무슨 소리냐'라고 내 의견을 말했다. 마음을 준 게 아니라, 기회를 준 거다. 잘 한 번 해보라고 기회를 준 거다. (국민의당과 안 대표는) 살얼음판 민심 위에 있다."

국민의당 최경환 당선인(광주 북을).
 국민의당 최경환 당선인(광주 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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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남 민심이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에 마음을 준 게 아니다?

"그렇다. 지금 일부 여론조사에서 당의 행보에 따라 지지율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 득표율을 봐도 그렇다. 광주 8개 선거구에서 국민의당 후보들은 평균 56%의 득표율을 보였다. 정당투표 역시 50%를 조금 넘었다.

더민주를 이기긴 했으나 이건 압도적 지지가 아니다.

호남에서 그 동안 마음을 줬던 후보들을 보라.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이 대선에서 얻었던 득표율을 보라.

그래서 마음이 아주 무겁고, 압박감이 있다. 호남 민심을 끌고 갈 수 있는 성과를 빨리 내야한다."

- 이번 총선 결과는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을 시험대에 올려놓은 거란 얘긴가. 
"그렇다. 더민주가 실패한 이유 중 하나는 90% 넘는 지지를 받고도 호남을 들러리 세웠다는 것이다. 정치, 정책, 예산, 인사 등 호남 사람들은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 물론, 사실 관계는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사실 나도 인사(에서 홀대가 있었다거)나, 다른 일부분에 동의하진 않는데, (호남의) 인식이 그렇다는 게 중요하다. 문재인 전 대표가 광주에 내려와서 해명을 해도 안 먹힌 거 아닌가.

앞으로 국민의당도 잘 생각해야 한다. 어쨌든 국민의당은 호남에 지지기반을 두고 있다. 의원 대부분도 호남 출신이다. 때문에 당 내에서 호남 기반을 이야기하는 사람과 전국정당화를 이야기하는 세력 간의 충돌이 있을 것이다. 절대 그래선 안 된다. 더민주도 영남·수도권 확장 이런 논의 하다가 호남을 들러리 세워서 지금 이렇게 된 거다. 역대 야권은 호남을 기반으로 성공했다. 그게 현실이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랬고, (대권을 잡는 데) 실패했지만 문재인 전 대표도 호남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립서비스가 아니라 (호남을) 실질적인 정치기반으로 생각하고 정치, 인사, 예산 등 끌어안고 가야한다. 그걸 제일 잘 했던 사람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그렇게 40,50년 지역감정으로 공격당했지만 '호남은 내 친구다'라고 말하지 않았나. 국민의당도 호남을 친구로 삼는 노력들을 해야 한다."

"김대중, 친노에 '김(대중)노(무현) 시대' 강조해"

- 어쨌든 호남홀대론에는 완전히 동의하진 않다는 것으로 들린다.
"공직사회에서 노무현 정권 때 피해를 봤던 호남 사람들이 있긴 하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 권위주의 정권처럼 균형을 잃어버린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노무현 정권) 청와대 내부에서 일부 끼리끼리 행태를 보이긴 했다. 이른바 'DJ와의 차별화' 때문이었다. 열린우리당 창당, 대북송금특검 등을 거치며, 대한민국 민주화운동과 야당의 뿌리인 김대중 전 대통령을 외면했다. 그러면서 정치적으로 팬덤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것에 의존해 기존 야당 정치와 DJ와 호남세력을 소외시킨 것이다."

- 그럼에도 호남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전 대표에게 전폭적 지지를 보냈다.
"다시 한 번 기회를 준 거다. (그런데) 탈당하면서도 느꼈지만 더민주는 호남과 김대중 세력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더라. 탈당 움직임이 있을 때도 '갈 테면 가봐라. 니들이 힘이 있나?' 식이더라. 그러면서 친노 세력을 더 받기 시작하더라. 내 지역구도 마찬가지고. 그런 점에서 정치적 기술이 취약하다고 생각했다."

- 더민주가 통합을 위한 대처를 하지 못했다는 것인가.
"같이 하는 부분에 성숙하지 못한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지는 분명하다. 대통령님이 '김노 시대'로 가야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2005년 국정원 도청사건으로 신건, 임동원 (전 국정원장)이 구속됐을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이 화가 많이 났다. 자신을 도청한 사람으로 몰아간 거니까.

그때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노무현 정부)이 찾아왔는데, 김대중 대통령이 중요한 말을 했다. '이병완 실장, 잘 들으시오. 김대중 시대가 따로 있고, 노무현 시대가 따로 있는 게 아니오. 김노 시대로 가야 성공합니다.' 이 말은 (노무현 정부의) DJ차별화 전략을 완곡하게 지적한 것이다. 근데 (노무현 정부) 사람들은 그 말을 끝까지 못 알아듣더라. 결국 (김노 시대가 아닌) 노무현 시대로 가려다가, 열린우리당을 창당해서 실패했잖나."

- 분열의 씨앗은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시작됐다는 건가.
"그 씨앗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물론 지금은 김노 시대 패러다임으로 정치를 해선 안 된다. 다양한 정치적·사회적 요구가 분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연 확장을 해야하는 중요한 시기다. 그러한 시기인데, 더민주는 (김노 시대는커녕) 더욱 패권적으로 나가니 (이번 총선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최경환 국민의당 당선자 인터뷰(하)로 이어집니다.


태그:#최경환, #국민의당, #당선자, #김대중,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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