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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8일, 어버이날입니다. 언제나 세상을 '오른'… 아니, 옳은 쪽으로 이끌기 위해 애쓰시는 우리 어버이들께 작은 편지를 하나 준비해봤습니다. 죄송해요. 카네이션은 준비 못 했어요. 하지만 '2만 원'보다는 값진 제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아버님께] 대화 대신 폭력... 왜 그러시나요?

지난해 10월 13일,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도종환 의원 등이 '친일-독재교과서국정화반대서명운동'을 시작한 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인근에서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항의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지난해 10월 13일,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도종환 의원 등이 '친일-독재교과서국정화반대서명운동'을 시작한 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인근에서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항의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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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아버님, 얼마 전 <시사저널>을 통해 '어버이연합이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집회를 열었고, 그에 대한 대가로 전국경제인연합회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보도됐습니다. 어버이연합이 시민단체가 아님이 드러난 것이지요. 그런데 고작 2만 원이라니요. 아버님께서 고작 2만원을 받으려고 왜 그리 험한 일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몸도 안 좋으신데 무리하시는 것 같아서요.

어버이연합이 처음 방송에 보도됐을 때를 기억합니다. 2007년 7월, 언론은 어버이연합을 '박근혜 지지 모임'이라고 불렀죠.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촉구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때는 그 정도였습니다. 그냥 어르신들의 보수 단체였죠.

그런데 어버이연합도, 아버님도, 어느 순간부터 과격해지시기 시작했습니다. 이용훈 대법원장에게 달걀을 던지고,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을 각목으로 구타하고, 경찰서장을 폭행했습니다. 평화롭게 대화로 풀어갈 수 있는 일을 왜 누군가를 때려서 해결하시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그만두실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어머님께] 나쁜 일 하고 비난받고... 왜 그러세요?

엄마부대, 탈북엄마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지난 1월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앞에서 "아베의 사과를 받았으니, 남은 여생 마음 편히 지내십시요" "일본을 용서해줍시다" 등 피켓을 들고 일본군위안부 문제 관련 한일협상 결과 수용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
 엄마부대, 탈북엄마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지난 1월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앞에서 "아베의 사과를 받았으니, 남은 여생 마음 편히 지내십시요" "일본을 용서해줍시다" 등 피켓을 들고 일본군위안부 문제 관련 한일협상 결과 수용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
ⓒ 길바닥저널리스트 박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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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어머님께도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현재 활동하고 계시는 '엄마부대'라는 단체에 대해서 말입니다. 통합진보당의 해산을 촉구하며 나타났던 이 단체는, 세월호 참사의 유가족들에게는 "유가족들이 너무 심하다, 나라 망한다"라며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에 대못을 박았습니다. 왜 자꾸 그런 일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같은 부모라면, 어머님께서도 그 심정이 조금이나마 짐작되지 않으시나요?

세월호 유가족들 앞에서 맞불집회를 연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지요. 그간의 활동을 되짚어보면, 엄마부대 역시 어버이연합 못지 않습니다. 시국미사를 열었던 정의구현사제단을 맹비난했고, 국정원 개혁을 반대했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 발언을 이어갔던 것도 역시 엄마부대였습니다.

저는 궁금합니다, 어머님. 어떻게 이런 일들을 '엄마부대'라는 이름을 달고 할 수 있는 건가요? 중요한 것은 엄마가 아니라 '부대'인가요. 그렇다면 부대 앞에 엄마가 아니라 레드스컬, 하이드라, 울트론, 타노스 같은 단어가 붙어도 상관없는 것 아닌가요.

어버이연합과 엄마부대를 본 몇몇 친구들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나는 저렇게 늙고 싶지 않다"고. "나이 들어 저렇게 될까봐 무섭다"고. 저는 왜 아버님, 어머님이 부끄러운 존재가 돼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왜 그런 힘들고 나쁜 일을 하시고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루라도 '어버이'로서 떳떳한 날 보내시길

박정희-박근혜 부녀 대통령 사진이 걸려 있는 종로구 인의동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실 식당에서 지난 4월 22일 오전 회원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
 박정희-박근혜 부녀 대통령 사진이 걸려 있는 종로구 인의동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실 식당에서 지난 4월 22일 오전 회원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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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어버이의 이름을 달고,  엄마의 이름을 달고 할 일은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물론 그것은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은 일입니다).

이제 그만 하시라고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을 괴롭게 하지 마시고, 또 그로 인해 스스로가 괴로워질 일 또한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방식으로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어버이연합 게이트' 같은 것도 없었겠지요.

어버이날입니다. 이번 어버이날은 아버님, 어머님이 정말로 어버이로서 자신에게 떳떳할 수 있는 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어버이날은 누구에게도 폭력이 되지 않고, 상처가 되지 않는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으로요.


태그:#어버이날, #어버이연합, #엄마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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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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