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지인을 만났다. 무척 반갑다. 그래 반갑다 친구야! 우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근처 선술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가게 이름이 글쎄 '반가워 친구야'다. 참 재미있는 이름이다. "하하 이런~ 오늘 술맛 나겠는걸!" 우린 한바탕 호탕하게 웃었다.
안주거리는 요즘 제철인 간재미(간자미)회무침이다. 오늘 물 좋은 게 들어왔다며 주모가 추천한 메뉴다. 삼면이 바다인 항구도시 여수에서 가게 주인장이 "물 좋은 생선"이라고 하면 이거 더 이상 사족이 필요 없다.
기본 반찬에 막걸리 한두 병은 '거뜬'
술은 어떤 걸로 할까. 평소 소주파라 자리에 앉자마다 소주를 시켰는데, 안주를 보니 문득 막걸리 한잔이 그리워진다. 그래 술자리는 자고로 술과 음식 궁합이 잘 맞아야지, 오늘은 간재미회무침에 막걸리가 어울릴 듯하다.
그런데 이 상차림 좀 보게나, 이거 기본 찬으로 별다른 안주 추가 없이도 막걸리 한두 병은 거뜬하게 비우겠는걸. 상차림을 보아하니 막걸리에 썩 잘 어울리는 안주거리가 푸짐하다. 요즘 제철이라 인기절정인 두릅과 도토리묵, 숙주나물은 물론, 거기에다 한술 더 떠서 징어리 조림까지 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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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차림을 보아하니 막걸리에 썩 잘 어울리는 안주거리가 푸짐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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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한 여수막걸리 한잔에 목을 축이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데 드디어 본 메뉴가 선보였다. 우린 물 만난 고기처럼 젓가락을 퍼덕이며 간재미회무침을 탐한다. 간재미회무침은 역시 '된장빵'이 제격이다.
된장빵 양념은 쌈장에 마늘 다져넣고, 청양고추 송송, 참깨 솔솔 뿌려내 만들었다. 간재미회는 이렇게 만든 특제 쌈장에 막 찍어먹거나 상추쌈을 하면 좋다. 이 된장 양념이 간재미회와 적절하게 어우러져 황금비율이 되면 천상의 안주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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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린 물 만난 고기처럼 젓가락을 퍼덕이며 간재미회무침을 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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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부터 6월까지 제철인 간재미는 지금 살이 제대로 올랐다. 산란을 위해 살집을 키워 찰지고 맛깔나다. 회무침이나 찜 요리도 좋지만 간재미 본연의 맛을 음미하려면 이렇듯 간재미회가 더 좋다.
구례 '동아식당'에 간재미찜이 있다면 여수 '반갑다 친구야' 선술집에는 간재미회가 있다. 여수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막걸리 잔을 기울이고 싶다면 이곳 나름 괜찮다. 간재미회에 막걸리 한잔이 참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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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주는 그때 그때 다르다. 푸짐한 간재미회무침의 가격은 15,000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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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