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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모래집' '계내금' '닭근위'. 고상한 이름도 있고 은근히 정겨운 이름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를 '닭똥집'이라고 부릅니다. 어감이 이상하다고, 바른 표현이 아니라고 말은 하지만 그래도 '모래집'보다는 '똥집'이 더 정감있게 들리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닭똥집은 쫄깃한 맛 때문에 별미로 여겨졌습니다. 어린 시절 닭고기국을 먹게 되면 저를 제외한 모든 가족들은 똥집을 찾았죠. 어린 시절엔 똥집이 그렇게 끌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똥집 한 점 먹고난 뒤에는 완전히 달라졌죠. 저도 똥집 찾기 대열에 합류한 것은 물론이고요.

닭똥집의 묘미는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쫄깃함'에 있습니다. 씹는 맛과 함께 혀에서 느껴지는 고소함 때문에 술안주로 제격이죠. 야채와 함께 볶아도, 튀김옷을 입혀 기름에 튀겨도 맛이 좋습니다. 소화도 잘 되지요.

닭똥집은 소화불량이나 체했을 때 약재로도 쓰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온 말이 '계내금(鷄內金)'이었다고 하네요. 위장에 좋은 음식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닭똥집이 '이상한 이름'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사랑을 받은 건지도 모르겠어요.

10여 년전 즐겨찾던 종로2가 노점

닭똥집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10여 년전 즐겨찾던 종로 노점이 생각납니다. 대학을 졸업했지만 저는 바로 취직하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계속했죠. 미래에 대한 막막한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던 때였습니다.

 포장마차의 한 켠을 차지한 닭똥집
 포장마차의 한 켠을 차지한 닭똥집
ⓒ 임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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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제가 즐겨했던 행동은 저녁 퇴근시 일터가 있던 명동에서 종로3가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생각도 할 수 있었고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았죠. 그러면서 알게된 곳. 당시 종로2가 길가에 있었던 닭똥집 가게였습니다.

닭똥집을 볶아서 팔던 그곳. 당시 닭똥집 가격은 2500원이었습니다. 소주는 2000원, 소주 반 병은 1000원이었습니다. 여기서 '반 병'은 종이컵에 소주를 가득 담은 걸 말합니다.

큼지막한 닭똥집과 양파를 볶아내오는 닭똥집 볶음은 싼 가격과 함께 특유의 쫄깃한 맛으로 매일 많은 사람들이 찾곤 했지요. 젊은 부부들은 왕왕 포장을 해가곤 했습니다. "이모, 양파 많이 주세요"라는 말과 함께요.

이 닭똥집 볶음은 볶은 양파를 곁들여야 참맛이 납니다. 매운맛은 가고 달착지근한 맛이 남은 양파와 똥집의 궁합은 환상이었죠. 그렇게 그 닭똥집 집은 제가 즐겨 찾는 곳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몆 년간 드나들던 그곳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종로가 갑자기 적막해졌습니다. 어딘가로 옮겼다는 이야기는 들렸는데 자세한 소식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궁금증만 쌓여가던 어느날, 우연히 탑골공원 근처를 지나가다가 만났습니다. 바로 닭똥집을 볶던 이모님을요.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여전히 닭똥집은 맛있었습니다. 다만 예전처럼 젊은 손님들은 없었습니다.

지금 그 이모님은 종로에 안 계십니다

근데 일전에 제가 쓴 글과 이야기가 비슷하죠? 맞습니다. 지금까지 말한 이야기는 얼마 전 제가 소개한 '종로 노점' 이야기와 연관이 있습니다. 거의 종로에서 10여 년 동안 퇴근 손님을 맞았던 이모님. 그분 덕에 '종로 노점'을 알게 됐지요.

 닭똥집 볶음. 술안주로 좋아요
 닭똥집 볶음. 술안주로 좋아요
ⓒ 임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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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만나다보니 얼굴만 보고도 "똥집 줘?"라고 물으시던 이모님, 가끔은 자식 이야기를 들려주시기도 하고 단골손님한테 "착한 총각이야"라고 저를 추어올려주시던 이모님. "종로2가 때가 참 좋았는데, 그쵸?"라고 여쭤보면 고개를 끄덕거리시며 "그때는 젊은 손님들도 많았지"라고 웃으시던 이모님.

그런데 지금 그 이모님은 종로에 계시지 않습니다. 지금 단골이 된 이모님(봄 주꾸미 데쳐주신 이모님이세요)께 언젠가 넌지시 여쭤봤더니 "계신 건 알고 있는데 지금은 안 보이시네"라고 말씀하시더군요. 문제가 있으신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이모님, 이 글을 보실 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먹었던 닭똥집 맛은 정말 잊을 수 없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취업 걱정하던 대학 졸업생때부터 30대 후반의 사회인이 될 때까지 푸근하게 맞아주시던 이모님. 정말 고마웠습니다. 이모님의 닭똥집이 정말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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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솜씨는 비록 없지만, 끈기있게 글을 쓰는 성격이 아니지만 하찮은 글을 통해서라도 모든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글쟁이 겸 수다쟁이로 아마 평생을 살아야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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