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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오후 2시 도청 문예회관(충남 홍성군)에서 '충남도자율방재단 연합회' 발대식을 앞두고 자리를 얻지 못한 참석자들이 행사장인 충남도 문예회관 앞에서 서성이고 있다.
 21일 오후 2시 도청 문예회관(충남 홍성군)에서 '충남도자율방재단 연합회' 발대식을 앞두고 자리를 얻지 못한 참석자들이 행사장인 충남도 문예회관 앞에서 서성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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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 상당수가 건물 내부로 들어가지 못해 2, 3층 로비에서 서성거렸다.
 참석자 상당수가 건물 내부로 들어가지 못해 2, 3층 로비에서 서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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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21일 오후 6시 2분]

충남도가 영농철에 시군 주민들을 한 자리에 모아 관제 동원 식 보여주기 행사를 열어 눈총을 사고 있다.

충남도(도지사 안희정)는 21일 오후 2시 도청 문예회관(충남 홍성군)에서 민간기구인 '충남도자율방재단 연합회' 발대식을 개최했다. 충남자율방재단연합회는 전국자율방재단협회 산하 조직으로 충남 각 시군에서 대형 재난 시 정부의 보조업무를 담당, 자연재해에 대비하기 위해 최초로 구성된 법정단체다. 평상시에는 모의 훈련 등을 통해 재난예방 활동을 벌이며 태풍, 집중 호우 등 재난 발생 때에는 차량통제와 현장순찰 등 활동을 전개한다.

이날 행사에는 방재단원 외에 전국자율방재단협회장과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비롯 도내 시장 군수, 도내 시군의회 의장단 등이 참석했다. 애초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도 참석 예정이었으나 다른 일정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15개 시군 대부분의 방재단원들은 행사 시작 한 시간 전인 오후 1시경 행사장에 도착했다.

한 참석자는 "1시까지 모이라는 안내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방재단원들에 따르면 충남도는 사전 시군별로 60명씩 방재단원의 참석 인원을 배정했다. 또 참석 인원을 반드시 채우도록 시군 관계자들을 독려했다.

"어거지로 끌고 왔는데 욕만 먹게 생겼다"

21일 오후 2시 도청 문예회관(충남 홍성군)에서 '충남도자율방재단 연합회' 발대식이 열리고 있다.
 21일 오후 2시 도청 문예회관(충남 홍성군)에서 '충남도자율방재단 연합회' 발대식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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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문예회관의 전체 좌석은 800석 정도. 하지만 이날 행사 시작 전부터 문예회관에는 1300명이 모여들었다. 이는 도내 1600명의 방재단원 중 중 81%에 해당한다. 좌석을 채우지 못할 것을 대비해 방재단원 참여를 지나치게 독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어르신도 많았다. 공무원들도 눈에 띄었다. 곳곳에서 "자리도 없으면서 동원을 하다니... 해도 너무 많이 한 것 아니냐"며 "바쁜 농사철에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한 참석자는 "방재단이 무슨 일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고 왔다"고 말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앉을 자리조차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되돌아가기도 했다.

참석자 상당수가 건물 내부로 들어가지 못해 2, 3층 로비에서 서성거렸고, 자리를 얻지 못한 나머지 참석자들은 강당 통행로 계단에 앉기도 했다.

OO시에서 참석한 구조대장은 "자리가 없어 행사장에 들어가지도 못할 거면 시군별로 왜 수십 명씩 동원 인원을 배정했냐"며 "어거지로 대원들을 끌고 왔는데 욕만 먹게 됐다"고 푸념했다. 이어 "장관과 도지사, 시장 군수들이 참석하는 행사라며 무조건 인원을 채워야 한다고 안내한 시청 직원이 원망스럽다"고 덧붙였다.

내달 3일에도 400명 인원 배정... 시민단체 "입으로만 행정혁신"

내달 3일 온양관광호텔에서 개최 예정인 '충남관광 환대서비스 다짐 결의대회' 시군별 참석인원 배정표
 내달 3일 온양관광호텔에서 개최 예정인 '충남관광 환대서비스 다짐 결의대회' 시군별 참석인원 배정표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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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도의원은 "자리도 마련하지 않고 사람들을 이렇게 오라고만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일부 지역 주민들을 개인 의원실로 안내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충남도 관계자는 "충남자율방재단연합회가 주관한 행사를 도에서 도와준 것으로 자율방재단원들이 자율적으로 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주민들이 오라고 한다고 오겠나"며 "할당 배당이라는 단어 자체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오후 2시부터 3시 5분경까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

한편 충남도는 내달 3일 온양관광호텔에서 열릴 예정인 '충남관광 환대서비스 다짐 결의대회'에도 관광 관련 종사자 등 400명을 참석 인원으로 정하고 시군별로 참여 인원을 배정했다. 이날 행사 내용은 결의대회와 위촉장 수여, 친절 캠페인 등이다.

조상연 충남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집행위원장은 "도지사가 참석하는 도 단위 행사에 수백 명씩 동원하는 것은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며 "시군 공직사회에서도 '낡은 행정 관행'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입으로만 행정혁신을 할 게 아니라 이런 구시대적 관행부터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충남도, #동원행정, #행정혁신, #전시성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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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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