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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사전투표율을 기록한 가운데 13일 총선까지 하루가 남았다. 4년 동안 나라 살림을 하는 사람을 뽑는 총선. 올해는 선거운동을 직접 살펴보기로 했다.

접전 지역이라고 알려진 곳 중에서 서울 서대문구를 선택했다. 선거구는 인구에 비례하여 갑을병정...순으로 나뉜다. 서대문구는 인구가 약 30만이 되는 곳으로 갑을, 두 명의 국회의원을 뽑는다. 이 중에서 서대문갑 우상호 후보(더불어민주당)는 17대, 19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올해로 3선에 도전한다.

독립문역 근처 아파트단지에서 아침 인사 유세를 하는 우상호 후보(왼쪽)
▲ 아침 인사 유세 독립문역 근처 아파트단지에서 아침 인사 유세를 하는 우상호 후보(왼쪽)
ⓒ 이향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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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 아침 인사부터 오후 9시까지 유세를 하는데 오전에만 합류하기로 하였다. 시간에 맞춰 가려니 깜깜한 새벽에 일어나 나갈 준비를 해야 했다. 도착하니 벌써 2번이 새겨진 파란 점퍼의 사람들이 있다.

아침 인사에는 우상호(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비서관, 선거운동원 4명, 자원 봉사자 2명, 서울시 의회 원내대표, 서대문구 의회 의장도 함께 했다. 아파트에서 나오는 운전자와 걸어 나오는 사람들에게 2번을 나타내는 브이를 하며 인사도 하고, 학교에 가는 아이들과 같이 나온 엄마들에게 후보의 명함을 건네기도 하였다.

"정치인은 다 똑같다? 자세히 보면 똑같지 않다"

연희동에서 15년 정도 거주한 최아무개(51)씨는 하루 전부터 봉사자로 참여하고 있었다. 선거활동을 그 전에도 해 봤는지 물었다. "원래 정치에 관심은 좀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선거활동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나오게 했는지 궁금했다.

"화가 나서 나왔다. 지금은 정상을 비정상화하는 상식이 없는 시대. 미풍양속, 즉 기본적인 도덕·윤리가 사라진 시대 같다. 이건 정말 아니다 싶어서 나왔다. 손수레를 힘들게 끌고 가는 사람을 보면 뒤에서 밀어주기도 하고 해야 하는데 복지를 얘기하면 포퓰리즘으로 돌리지 않나. 정치는 다 똑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똑같지 않다."

자원봉사자는 선거가 끝날 때까지 이렇게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고 덧붙였다. 조용조용한 말투 속에는 현 정권에 대한 분노와 바꾸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우~ 떠나버린 그 사람, 우~ 생각나네.
우~돌아선 그 사람, 우~ 생각나네.
묻지 않았지. 왜 나를 떠나느냐고. 하지만 마음 너무 아팠네.
이미 그대 돌아서 있는 걸. 혼자 어쩔 수 없었지.
미운 건 오히려 나였어."

유세 차량에서는 흘러나오는 장범준의 회상(원곡은 산울림)을 뒤로하고, 오전 8시 30분 정도에 출근 인사를 마무리하였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는 유세 차량에서 나오는 선곡에 관한 얘기가 오갔다.

"아이유 노래를 좋아한다. 특히 너의 의미(원곡은 산울림)라든지. Don't worry Be happy도 좋지."

보통 유세 차량에서 틀어주는 박자가 빠른 음악과는 다르다 싶었는데 우상호 후보가 직접 선곡을 하였다. DJ처럼 자신의 취향대로 재밌게 선곡을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우상호 후보의 음악 취향에 관한 얘기를 좀 더 하고 싶었으나 이동하는 시간을 쪼개어 차 안에서 질문해야 했기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 현재는 여당이 의석수가 많다. 그러나 '야당의 의석수가 많아진다고 해서 지금의 상황이 바뀔까?' 의구심이 들고 있는 시민들도 있다.
"정치에 대한 불신이 높은데 일꾼을 잘 뽑아야 한다. 왜 이렇게 반복해야 하는가. 이러한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당을 떠나서 공천을 잘못 받은 후보들이 있다. 사람을 잘 가리고 검증을 잘해야 한다. 오만한 권력자를 심판하지 않으면 더 큰 위기가 온다. 대등해야 교섭이 되는데 지금은 여당과 야당의 의석수 차이가 꽤 있다.

새누리당이 내놓은 경제활성화법의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지금보다 더욱 쉽게 해고할 수 있는 법안이다. MBC 저성과자 해고 사태(관련 기사: "MBC 임원 "최승호-박성제 증거 없이 해고했다")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기준 없이 막 해고할 수 있는 법이다. 이것을 막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했고, 다행히 127석(분리되기 전)이 되니까 막을 수 있었다. 그 아래로 내려가면 막기 힘들 것이다.

반정치 논리는 진흙탕 싸움과 같다. 진흙 많이 묻은 사람이 다른 이에게 한 번 묻히고는 둘 다 진흙 묻은 것은 똑같다고 하는 것과 같다. 여기에 속으면 안 된다. 참여 의욕을 저하하게 하는 논리다. 둘 다 같다는 것은 멋있어 보이지만 사실도 아니고 차별화된 생각도 아니다. 지성을 무디게 만들 뿐이다."

- 당의 의석수가 대등해야 교섭이 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야당을 생각할 때 더불어민주당 외에 다른 여러 개의 당도 생각할 수 있다. 그렇게 다 합치면 여당과 비슷하지 않은가.
"야권연대가 잘 되어 의석수가 배정되었다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질서 있게 배분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 상황에서는 야당의 표가 분산되면 결국 새누리당이 당선되는 것이다. 지금은 절박한 시기이다. 제1야당(더불어민주당)이 크면 다른 진보정당을 키워 다양한 색깔을 담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거대 여당의 독주를 막는 게 우선이다. 선거의 모순이기도 한데 자신이 원하는 결과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 20대 국회의원이 된다면 어떤 공약을 마무리하고 싶은지.
"(우상호 후보는 일정상 차에서 내리며 김중현 비서관에게 대신 답변을 부탁하였다) 가계통신비 인하와 관련한 정책은 우상호 후보께서 2014년부터 관심을 가졌다. 그 가운데 현재 국민이 혜택을 보고 있는 2가지는 실현이 됐다. 첫 번째로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도입해서 음성통화와 문자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2만9900원 요금제가 나온 것. 두 번째로 단말기 할부금을 받지 않으면 요금에서 20% 할인을 받게 해주는 선택약정할인. 이 두 가지를 관철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가 기본요금 폐지가 남았다. 보통 기본요금으로 1만1000원 정도가 정해져 있는데 인프라가 다 갖춰진 상태에서 통신사가 그것을 거둬들일 이유는 없다. 애초에 기본요금이 있는 이유는 기지국을 설치하는데 드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 일종의 투자 비용을 회수하는 목적으로 만든 것인데 이미 회수하고도 수없이 큰 비용을 남기고 있으므로 그것은 폐지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

폐지하기 위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냈는데 정부 여당의 반대 때문에 막혔다. 그래서 19대, 여태까지 끌고 오다가 이제 임기 만료 폐기에 처해있다. 우상호 후보는 20대 국회에 다시 들어가고 나면 그 법안을 다시 올려서 기본료를 반드시 폐지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이다."

- 여당은 왜 반대를 하는 건가?
"통신사의 수익 악화를 우려해서이다. 통신사는 전보다 수익이 덜 들어오겠지만 통신사는 이미 과도한 수익을 내고 있다."

- 우상호 후보는 어떻게 이런 법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인가?
"민생과 가장 직결돼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 것이다. 아이들, 어른들 막론하고 대부분 이동 통신기를 쓴다. 한 가계당 이동통신비 부담이 25만~30만 원 정도씩 될 건데 말도 안 되는 금액이다. IT강국이라고 자랑하는 대한민국 국민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요금을 부담하고 있다. 최고의 좋은 서비스가 있는 상태에서 값싸게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비싸게 지급하고 있다."

언제부터 문자와 전화통화 무제한 요금제를 쓰게 됐다. 그 요금제가 이러한 과정에서 태어난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이렇게 정치는 우리 생활과 직결된 문제라는 것을 또 한 번 깨달으면서…. 군대에 있는 동생이 생각났다. 군대에서 받는 월급 대부분이 공중전화 비용으로 나간다고 하였다. 언젠가는 군인들도 공중전화 대신에 인터넷을 이용한 값싼 통화요금제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짧은 인터뷰를 마치고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청소유세에 동참하였다. 청소 유세를 하는 선거운동원은 4명. 19대 선거 때도 활동한 정유민(45) 조장을 대표로 한 조를 이뤄 연희동을 맡았다. 선거운동원들을 바라보는 민심도 좀 알아보고 싶었으나 연희동은 사람도, 쓰레기도 잘 안 보이는 한산한 동네였다.

방향을 틀어서 서대문 주민이기도 한 선거운동원들에게 질문을 하였다. 대화하면서 예상치 못한 답변들을 많이 듣게 되었는데 모두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우상호 의원을 열혈지지자들일 거라는 내 예상과는 달랐다. 정치에 큰 관심을 둬서 활동한다기 보다 선거활동을 경험 삼아 해보고 싶었다는 이유가 대부분이었다.

"부끄럽지만 원래 투표도 안 했었어요. 정치에 관심이 전혀 없었죠. 친구가 하자기에 같이 하게 됐는데 우상호 후보가 정말 소탈하고 인간적인 거예요. 그래서 이틀째부터 마음으로 하게 됐어요."

원래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했지만, 선거 활동은 처음 해본다는 이씨는 아침 일찍 나오는 것이 제일 힘들다며 "노력에 비해 하루 일당(7만 원)은 적지만 활동을 하면서 시민으로서의 책임의식을 느낀다"고 하였다.

연희동 일대를 청소중이다
▲ 청소 유세하는 서대문갑 우상호(더불어민주당) 후보 선거운동원들 연희동 일대를 청소중이다
ⓒ 이향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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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많은 곳을 찾아다니기보다는 뒷골목을 누비며 작은 쓰레기 하나하나를 줍는 선거운동원들.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들이 여전히 거주하고 있는 연희동에서 그때 학생운동을 했던 학생이 국회의원으로 출마하는 것을 돕고 있는 선거운동원들을 보니 만감이 교차했다.

'역사는 이렇게… 살아남은 자들이 이렇게 계속 이어가는구나.'

그 시절 피를 흘리며 얻어내야 했던 선거권, 올해의 총선은 어떤 역사로 기록될까. 반나절만 같이 다녔는데도 몸이 노곤해져 집으로 돌아왔다. 내일이면 웃는 이, 우는 이가 갈릴 것이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선거운동을 하느라 고생한 사람들. 부디 국민을 무서워할 줄 알고, 귀 기울여 줄 수 있는 후보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우상호(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시인을 꿈꿔서 연세대 국문학과에 진학. 1986년, 오월 문학상 시 부문 당선, 윤동주 문학상을 받으며 예비시인으로 문단의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군사독재 시절, 군대에서 대놓고 여당을 찍으라는 부정을 실제로 보고 제대 후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다.


태그:#우상호, #이한열, #서대문, #연세대, #20대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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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세계사가 나의 삶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일임을 깨닫고 몸으로 시대를 느끼고, 기억해보려 한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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