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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 신촌 다래헌에서 '좋은후보 추천을 위한 시민사회 연석회의'가 열리고 있다. 가운데 앉은 이가 허인회 연석회의 임시의장.
 지난 10일 오후 신촌 다래헌에서 '좋은후보 추천을 위한 시민사회 연석회의'가 열리고 있다. 가운데 앉은 이가 허인회 연석회의 임시의장.
ⓒ 배문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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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이 임박해 각 당의 선거전이 치열한 가운데, 시민사회가 총선 지지후보 명단을 발표했다. 다산정책연구소와 투표참여시민광장 등이 참여하고 있는 '20대 총선 민주진보 지지후보 추천을 위한 시민사회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는 10일 오후 신촌 다래헌에서 '좋은 후보 추천을 위한 국민토론회'를 개최하고, 그 결과를 모아 하루 뒤인 11일 수도권 후보 59명을 포함한 총 79명의 지지후보를 발표했다.

이날 토론회를 통해 연석회의는 '시민들의 힘에 의한 밑으로부터의 단일화'라는 원칙 하에, 그동안 시민사회에서 진행해온 낙천·낙선후보 지역에 속한 야당 후보 20명과 수도권 후보 59명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당 비례대표 투표는 국정을 파탄시키고 야권분열의 책임이 있는 기성정당들보다는 청년들의 미래와 민주사회의 다양한 가치를 대변하는 정의당, 녹색당, 노동당, 민중연합당에 투표하기로 했다.

지지후보 선정 기준은 '민주 진영에 속한 비경쟁 후보들 중에서 민주주의를 지키고 가꾸는데 헌신해 온 후보'로, 수도권 외 지역에서 선정된 20명의 후보 명단은 다음과 같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중구영도 김비오 후보 △대구 수성갑 김부겸 후보 △춘천 허영 후보
국민의당 △대구 북구갑 최석민 후보 △부산 동래 정상원 후보 △밀양 우일식 후보 △제주을 오수용 후보
정의당 △경산시 배윤주 후보 △창원 성산시 노회찬 후보
노동당 △대구 중남구 최창진 후보
녹색당 △대구 달서갑 변홍철 후보
민중당 △대구 동구갑 황순규 후보 △포항 남구 박승억 후보 △구미갑 남수정 후보
무소속 △대구 북구을 홍의락 후보 △대구 달서병 조석원 후보 △울산 동구 김종훈 후보 △울산 북구 윤종오 후보 △경주 권영국 후보 △전북 남원 강동원 후보


수도권에서 선정된 59명의 명단은 아래 표와 같다.
시민사회 연석회의가 발표한 수도권 지역 지지후보 명단
 시민사회 연석회의가 발표한 수도권 지역 지지후보 명단
ⓒ 임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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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석회의는 이날 '민주·진보 후보'로 확정된 후보들의 명단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적극적으로 알리고, 자원봉사 및 투·개표소 감시를 통해 좋은 후보들을 집중적으로 돕는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선관위에 '사퇴후보 무효표 방지 대책 법제화' 촉구

이날 '투표참여시민광장'(이하 시민광장)의 이름으로 모인 시민들은 지난 3월부터 시민의 힘으로 총선판을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3월 중순 야권의 분열을 막기 위한 '국민배심원제-단일후보운동'과 '투표참여운동'을 시작한 데 이어, 4월 2일에는 광화문 광장에서 발대식을 열고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활동은 모두 시민들의 자원봉사와 바자회, 후원 주점 등을 통해 모인 수익으로 해왔다.

지난 7일에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투표 의무화 및 무효표 방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선거전 막판으로 가면 야권분열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많은 후보들이 사퇴하는데, 이에 대한 정보가 시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사퇴후보의 칸에 기표하는 경우가 10%나 된다. 한 선거구당 평균 5000여 표의 무효표가 나오는데, 이중 사퇴후보에게 찍은 것이 3000표 이상이다. 대부분 야권 후보에게 갈 표들이다.

시민광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선택권을 훼손하는 사표를 방지하기 위한 해법은 아주 간단하다"며 "선관위가 전날 투표용지에 사퇴 도장을 찍어주면 된다"고 제안했다. 이 경우 "한 선거구당 최소 2000표, 전국적으로 50만 표의 야당 표를 지킬 수 있다"며 관련 법 제정을 촉구했다.

시민광장이 참여하고 있는 연석회의가 79명의 지지후보 명단을 발표한 것도 정당 간, 후보 간 단일화가 거의 무산된 이 시점에서 남은 최선은 '아름다운 사퇴'를 격려하고 시민사회가 지지하는 좋은 후보를 지원하는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허인회, "새누리당 176석만 얻으면 게임 끝"

연석회의 임시 의장을 맡은 허인회 다시민주주의포럼 대외협력실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시민사회가 야권 후보들의 통합을 수차례 요청했으나 실현되지 않았다"며 "이번 총선에서 범민주진영 대패를 막기 위해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투표참여와 '아래로부터의 후보단일화'를 통해 표를 모아주는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제도권 상층부가 통합을 못 하면, 시민들이 합법적으로 보장된 범위 안에서 아래로부터 통합과 지지운동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3월 27일자 오마이뉴스 기사 '이대로 선거 치르면... 새누리당 '208석'를 인용하며, "새누리당이 200석이 아니라 176석 이상만 얻어도 모든 국정을 뜻대로 좌지우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소속 의원 등을 영입해 의석수 3/5를 넘기는 180석만 확보하면 '국회선진화법'에 의거해 모든 의안을 자동 상정시키고, 발의 180일 안에 자동 통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새누리당이 원해왔던 집시법개정, 노동법개정, 416특별법 무력화, 기업지원 구조조정 원샷법, 방송 언론관계법, 국민 사찰 강화를 위한 사이버 테러 방지법 등이 우선 처리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당연히 광화문과 시청 앞 집회도 힘들어질 테고, 노동자들의 해고가 가속화되고 남북 대결은 더 심해질 것이며, 철도 민영화 추진에 SNS 댓글도 감시 처벌되고, 무엇보다 416 진상규명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허 실장의 예측이다.

"집권 여당 독주 막기 위해 나와"

지난 4월 2일 광화문 광장에서 투표참여시민광장 발대식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함세웅 신부가 격려사를 하고 있다.
 지난 4월 2일 광화문 광장에서 투표참여시민광장 발대식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함세웅 신부가 격려사를 하고 있다.
ⓒ 허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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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광장에 모인 사람들도 이 같은 위기의식에 공감해 다양한 단체와 계층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SNS에 올라온 글을 보고 참여하게 됐다는 배문병호 단국대 초빙교수는 "낙선 운동 위주로 하는 총선네트워크와 달리, 우리는 좋은 후보에 대한 지지운동을 하는 것이 차이점"이라며 "집권 여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겠다는 생각으로 뜻있는 분들이 모여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死)표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가 꼭 필요하다는 시민광장의 취지에 공감해서 나왔다"는 대학생 송민재 씨는 "선관위가 사표 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국가가 국민의 권리를 찾아주기 위한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라며 "국가가 못하면 국민인 저라도 나서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민광장 활동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녹색드림협동조합 정현덕 씨는 "제도 정치권은 후보 단일화를 못하고 있고, 시민단체들도 너무 소극적인 것이 답답해서 나섰다"며 "그간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은 것은 마음을 보태주신 많은 분들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민광장에는 현재 2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활동하고 있고, 매일 통인동 참여연대 앞에서 열리는 바자회와 후원주점 운영으로 활동가들의 활동비와 사무실, 토론회장 등을 빌리는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시민광장 참여자들의 SNS 계정에는 '모입시다! 토론합시다! 실천합시다!'는 구호와 함께 매일같이 시민 참여를 촉구하는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통인동의 후원주점은 '나라의 미래'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10일 오후에 열린 '지지후보 추천을 위한 국민토론회'에는 50명에 가까운 각계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예상 시간을 훌쩍 넘며 늦은 저녁까지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시민광장은 선거전 마지막 날이자 투표일을 하루 앞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저녁 8시에 공식 해단할 예정이다.


태그:#20대총선, #투표참여시민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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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사람들을 무의식적인 소비의 노예로 만드는 산업화된 시스템에 휩쓸리지 않는 깨어있는 삶을 꿈꿉니다. 민중의소리, 월간 말 기자, 농정신문 객원기자, 국제슬로푸드한국위원회 국제팀장으로 일했고 현재 계간지 선구자(김상진기념사업회 발행) 편집장, 식량닷컴 객원기자로 일하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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