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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15일 오전 9시 40분]

"메갈리아는 말투는 공격적인데 내막은 억울함에 참다못한 사람들이 뛰쳐 올라와 집단으로 화를 내는 '언덕' 같았어요. 게시판 한두 페이지당 하나씩은 성폭력과 여성차별 등 피해경험담이 올라왔죠. 사실 이런 목소리들은 메갈리아가 생기기 전 여초카페들에도 간간이 올라왔는데, 막상 한곳에 모여 목소리를 내니 대중은 그제야 알게 된 것 같아요."

민정(가명)씨는 지난 2015년 11월까지 인터넷 커뮤니티 '메갈리아'를 방문했다. 메갈리아는 지난해 8월 반(反) 여성혐오를 표방하며 등장한 커뮤니티다. 메갈리안들은 여성혐오 관련 기사를 활발하게 공유하고 추천을 누르고 댓글을 남기는 등 이른바 '화력지원' 활동을 했고, 화력지원을 잘 받은 기사는 이슈가 되거나 포털 메인에 올라갔다.

민정씨도 화력지원을 다녔지만 결혼 생활 내내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던 부인이 남편의 휘발유 방화에 끝내 숨졌다는 기사에 화력지원을 나갔다가 충격을 받고, 메갈리아를 그만뒀다. 여성혐오 뉴스가 계속 터지고 계속 화력지원을 다니다 보니 정신적으로 많이 지친 것이다. 사람이 계속 화를 내야 한다는 건 상당한 감정노동이다.

그렇다면 메갈리안들은 감정노동 끝에 여성이 느끼는 억울함을 대중들에게 충분히 전달할 수 있었을까. 안타깝게도 메갈리아에게는 시작부터 엉뚱한 논란이 끈질기게 따라다녔다. 여성혐오 발언을 문맥 속의 성역할만 바꿔 거울처럼 풍자하며 여성혐오자의 잘못을 깨닫게 유도하는 '미러링' 전략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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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링 상황의 내막을 모르는(혹은 알려 하지 않는) 사람들은 공격적인 말투를 보고 '여자 일베네'라고 쉽게 판단했고, 억울하다는 호소가 닿기도 전에 외부의 편견에 쌓여 메갈리아가 고립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미러링 같은 일종의 패러디 문화는 절반은 사회비판, 절반은 패러디 행위 자체가 주는 해소감의 두 측면을 갖는데, 점차 후자에 매몰될 위험이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초기 메갈리아는 "좀더 성숙하게 논리적인 분위기로 바꾸자? 그 짓 10년 넘게 했다, 돌아온 거 없다"라는 강경 노선이 우세했지만(추천 1618 비추천 18), 점차 메갈리아 내부에서도 이슈마다 특정한 미러링 용어를 사용하느냐 마느냐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내부 갈등 끝에 파국을 맞은 건 지난해 12월이다.

게이 커뮤니티 내의 일부 여성혐오 표현이 메갈리아에 공론화됐고, 미러링 용어로 '똥X충'을 써도 좋으냐가 문제가 됐다. 운영진이 '똥X충'이 여성혐오 미러링의 범위를 넘어서 성소수자 혐오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소 강압적인 공지를 남겨 사용을 금지 시키자, 용어 사용의 찬반을 떠나 운영진의 태도 자체에 거부감을 느낀 많은 메갈리안들이 급격히 커뮤니티에서 이탈했다.

최근 메갈리아 자유게시판에는 하루 평균 10건 남짓의 글만 올라올 정도로 활동이 많이 위축된 상태다. 메갈리아 이탈자들은 워마드, 래디즘, 메갈리아4, 메르스갤러리저장소3 등 서로 성향과 운동 노선이 조금씩 다른 커뮤니티들에 일부 유입됐고, 인터넷 여성운동은 다양성의 시기에 접어들었다.

메갈리아 파국, 언론은 책임 없었나?

 데이터 수집 기간: 2015년 1월 1일~2016년 4월 6일.
 데이터 수집 기간: 2015년 1월 1일~2016년 4월 6일.
ⓒ 하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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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갈리아가 급부상한 2015년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여성혐오 관련 뉴스들이 급증했다. 양대 포털인 다음과 네이버에서 '여성혐오' 키워드가 정확히 포함된 뉴스 건수를 검색해 보면 2014년에는 다음 142건, 네이버 307건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5년 1월 1일부터 2016년 4월 6일까지는 다음 2110건, 네이버 2517건으로 급증했다. 같은 해 '메갈리아' 키워드를 정확히 포함한 뉴스는 다음 231건, 네이버 256건으로 나타났다.

언론이 '메갈리아'를 경유해 현상을 파악하기보다 '여성혐오' 현상 자체에 관심을 기울였다는 뜻이다. 언론이 왜 '여성혐오'에 더 집중했는지 이유를 딱 잘라 말하긴 힘들다. 여성혐오, 여성차별 등과 같은 용어들은 기본적으로 여성이 혐오와 차별을 당한다는 현실 인식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기자들의 젠더 감수성이 꽤 높아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혹은 '메갈리아'가 생소했을 독자들을 위한 배려이거나, 이슈의 논점이 메갈리아의 미러링으로 엉뚱하게 이탈되는 걸 방지하고자 논란의 근본원인인 '여성혐오'에 집중했을 가능성도 있다.

언론이 왜 '여성혐오' 현상을 이슈화시키고 싶어 했는가도 흥미로운 문제다. 보통 언론은 '독자에게 보여주어야 하는 것', '독자가 보고 싶어 하는 것', '언론 스스로 보여주고 싶은 것' 사이에서 고민하며 보도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일단 여성혐오 현상은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이고, 늘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었고, 실제로도 꾸준히 보여주었다.

그런데 '왜 하필 2015년에 보도가 급증했는가'를 되묻는다면 '독자가 보고 싶어 하는 것'에 영향을 받았다는 걸 부정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실제로 특히 메갈리아들의 관심이 컸고, '화력지원'을 나간 건 사실이다. 그런데 여론 반응형 보도가 꼭 대중에게 긍정적인 영향만 미칠까? 이건 다시 생각해볼 만한 문제다. 민정씨 사례처럼 끝없이 터지는 사건사고형 뉴스에 화력지원을 다니다 정신적으로 지치는 경우도 생긴다.

비슷비슷한 유형의 사건사고 뉴스들은 '주간 리포트' 같은 형식으로 갈무리하고, 여성운동 사례를 발굴하고 오피니언을 많이 내보내는 편이 담론을 보다 생산적으로 유도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메갈리아 내부적으로도 미러링 수위를 놓고 갈등이 많았지만 구성원(운영진 포함)이 '충분히' 의견을 교환하기도 전에 갈등을 서둘러 봉합하고 결속력을 다져야 하는 상황이 곪고 곪다 '12월 게이 대란'이 터진 측면도 있다.

그렇다면 언론이 실제로 보여주고 싶었던 건 무엇일까. 물론 필자 성향마다 다르다. 가령 <동아일보> 김윤종·김배중 기자는 메갈리아를 '남성혐오' 사례로 들며 현상을 성대결로 조망하려는 기계적 중립 태도를 보였다(관련 기사: 男과 女, 서로의 반쪽 아닌 적? 이성 잃은 '이성 혐오 시대').

반면 <경향신문>에서 손희정 문화평론가는 "혐오의 문제를 남녀의 성대결로 (게으르게) 바꾸면 '손 안 대고 코 푸는 자'들은 누구"냐고 지적한다. 메갈리아의 미러링이 남성의 구직활동과 일상생활에 제약을 주는 등 '구조적 차별'을 행사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취지다. 미러링이 왜곡된 인정투쟁과 일상적 폭력에 대한 생존전략이라는 상반된 가능성을 모두 가짐에도, 손쉽게 전자만 부각시켜 '성대결'로 몰아가는 건 남녀 임금 격차를 당연시하고 복지를 가사라는 여성 무급 노동에 전가하는 자본가와 정부에게나 이득이라는 주장이다(관련 기사: '개독'은 혐오 표현일까?).

'여성혐오'? 대중은 오히려 '메갈리아'에 관심 집중

 데이터 수집 기간: 2004년 1월~2016년 4월 7일 00시 10분. 네 키워드는 모두 여성이 차별과 혐오로 고통받는다는 현실 인식을 공유한다.
 데이터 수집 기간: 2004년 1월~2016년 4월 7일 00시 10분. 네 키워드는 모두 여성이 차별과 혐오로 고통받는다는 현실 인식을 공유한다.
ⓒ 하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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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불특정 다수의 대중의 관심은 어땠을까. 구글의 '구글 트렌드' 기능을 활용해 누리꾼이 '페미니즘', '여성차별', '여성혐오', '메갈리아'에 얼마나 관심을 보였는지 살펴봤다. 구글 트렌드는 특정 키워드에 대한 누리꾼의 관심도가 가장 높았던 시점을 최고점 100으로 잡고, 다른 키워드의 관심도와 비교할 수 있도록 그래프의 상대적 높낮이를 그려준다.

위와 같이 2004년 1월부터 현재까지 '여성차별' '여성혐오' '페미니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미미했지만 막상 '메갈리아'에는 예민하게 반응했다. 평균 관심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 '페미니즘'이 10년여에 걸쳐 끌어온 대중의 관심과 거의 맞먹는 수준의 관심을 '메갈리아'가 1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이끈 셈이다. 메갈리아는 지난해 하반기 관심도가 급상승해 12월 게이 대란까지만 정점(100)을 찍고 급락한 상태다.

메갈리아가 흥할 당시 '페미니즘', '여성차별', '여성혐오'는 평균보다 소폭 오르내린 정도다. 언론과 메갈리아가 이 키워드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견인하고자 애써왔음에도, 결국 대중은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일까. 데이터는 그렇게 말하지만, 현실은 데이터만 가지고 설명되는 건 아니므로 유능한 기자나 연구자들은 실제 성과들에도 주목해야 한다.

어쨌든 메갈리아는 음란 몰카사이트 소라넷을 결국 폐쇄시켰고, 남성지 <맥심>에게 사과를 받아냈으며, '위안부' 할머니들과 여성청소년쉼터를 후원하는 등 많은 성과를 이룬 것도 사실이다. 씨앗은 뿌려졌다. 어떤 싹을 틔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최근 젊은 독자들이 페미니즘 도서를 찾는 일이 많다는 대형서점들이 보도자료를 냈다. 하지만 페미니즘 이론을 보급하는 일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문화체육관광부(아래 문광부)는 지난 1월 22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5 국민 독서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1년간 1권 이상의 일반도서를 읽은 성인은 65.3%였고 독서량은 연평균 9.1권이었다.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이갈리아의 딸들> 등 확실한 문학 작품 몇 권을 제외하면 페미니즘 도서는 보통 '인문사회' 혹은 그 유사 카테고리로 분류한다.

문광부 조사에서 책을 읽었다는 성인의 도서 선호 분야 중 '인문사회'에 가까운 '철학·사상·종교'와 '정치·사회·시사'는 각각 9.9%, 3.9%로 나타났다. 책을 읽지 않은 성인까지 통틀어 계산하면 전체 성인 약 9%만 이 분야를 선호했다는 뜻이다. 이 9% 중 '페미니즘' 도서를 1권 이상 읽은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는 미지수다(*물론 나머지 91% 중 드물게나마 페미니즘 도서를 읽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 문광부는 가구소득이 높을수록, 연령대가 낮을수록, 학력이 높을수록 책을 더 많이 읽었다고도 보고한다.

이렇게 저렇게 따져봐도 막상 페미니즘 이론을 접한 사람은 많지 않으리라는 추정이다. 비록 저널리스트의 꽁무니를 겨우 쫓아가는 한 사람이지만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언론이 지난 1년간 지나치게 사건사고형 보도에만 집중해, 생산적인 담론 기회를 많이 제공하지 못했던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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