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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이전 '위법 논란' 보다 뜨거운 인천의 자존심

지난해 10월 7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광장에서 해경 인천존치를 위한 범시민대회가 열렸다. 유정복 시장과 시의회의장을 비롯해 새누리당ㆍ새정치민주연합ㆍ정의당 소속 의원과 시당위원장, 인천상공회의소, 자유총연맹ㆍ새마을회ㆍ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ㆍ인천평화복지연대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인천의 진보와 보수를 망라한 진영이 총출동했다.
▲ 해경 존치 지난해 10월 7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광장에서 해경 인천존치를 위한 범시민대회가 열렸다. 유정복 시장과 시의회의장을 비롯해 새누리당ㆍ새정치민주연합ㆍ정의당 소속 의원과 시당위원장, 인천상공회의소, 자유총연맹ㆍ새마을회ㆍ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ㆍ인천평화복지연대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인천의 진보와 보수를 망라한 진영이 총출동했다.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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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경비안전본부 이전에 대한 책임론이 총선을 일주일 남겨두고 인천 선거판 달구고 있다. 인천지역 진보와 보수진영 시민사회단체 37개가 구성한 '해경본부 인천 존치를 위한 인천시민대책위원회(이하 인천해경대책위)'는 '해경존치' 대한 각 정당과 후보자들의 입장을 밝혔다.

인천해경대책위는 지난 1일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민중연합당 등 5개 정당 인천시당과 안상수, 안생준, 윤상현, 조진형 등 무소속 후보 4명에게 질의한 '해경본부 인천 존치에 대한 입장'을 공개했다.

인천해경대책위가 각 정당과 후보자들에게 요구한 내용은 해양경비안전본부(이하 해경) 이전에 대한 찬반입장, 해경 이전의 국회법 위반 논란, 이전비용 예비비 사용의 정부재정법 위반 논란, 해경 상급기관인 국민안전처 이전의 위헌 논란 등에 대한 입장 표명이다.

우선 더민주 등 야4당과 무소속 후보자들은 대부분 해경이전에 대해 반대하고, 인천 존치에 뜻을 같이했다. 아울러 해경 이전은 국회법 위반이자 정부재정법 위반이며, 위헌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올해 1월 인천존치를 위해 '법적으로, 정치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던 새누리당 인천시당은 침묵을 지켰고, 해경이전 책임론이 부각하며 시민단체로부터 낙선대상에 지목된 윤상현 의원 또한 침묵했다.

해경 인천존치에 대한 입장이 이번 총선 때 특별하게 쟁점이 되는 선거구는 우선 해경본부가 있는 연수을과 중국어선 불법조업으로 신음하는 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 인천유권자위원회가 해경이전에 대한 책임을 물어 낙선대상으로 지목한 황우여 의원과 윤상현 의원의 선거구 서구을과 남구을이다.

앞서 지난해 9월 해경 이전이 소식이 전해지자 인천지역 보수진영과 진보개혁진영에 속한 시민사회단체 37개는 9월 30일 인천해경대책위를 구성하고 해경본부 이전 반대운동을 시작했다. 인천시 또한 여야민정을 구성해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그 뒤 인천해경대책위는 ▲10월 2일 윤상현(남구을) 국회의원 면담 ▲10월 7일 여야ㆍ민ㆍ정 범시민총궐기대회 ▲10월 12일 지역 국회의원 간담회 ▲11월 3일 여야ㆍ민ㆍ정 조찬간담회 ▲12월 1일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 등을 진행하며 해경본부 이전 반대 활동을 지속했다.

지난해 10월 해경 이전 논란이 본격화됐을 때 윤상현 의원은 청와대 정무특보였고, 황우여 의원은 사회부총리였다. 하지만 해경 인천 존치를 위한 활동에서 이른바 '진박(진짜 친박근혜)'으로 불리는 여권실세들의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인천지역 보수진영과 진보개혁진영은 지난 2012년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범시민운동 이후 모처럼 좌우를 넘어 공동 범시민대책위를 구성해 해경이전에 대응했다. 해경존치를 바라는 인천지역 바닥민심에는 인천의 자존심과 정치적 위상이 걸린 문제라는 정서가 깔려 있다.

즉, 인천시장과 인천해경대책위, 여야 국회의원까지 나서 법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 총궐기대회까지 했는데도 무산된 데 대한 인천지역사회의 상실감이 컸다. 해경이전 논란이 인천 선거판을 달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해경 이전의 위법・위헌 논란 3가지 쟁점

국회법 위반 논란은 해경본부 세종시 이전의 근간이 되는 '행정복합도시특별법'을 문제 삼고 있다. 행정복합도시특별법이 규정한 이전 대상에 국민안전처는 없을 뿐더러, 국민안전처의 전신인 안전행정부는 이전 제외 대상으로 돼있기 때문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정부조직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안전행정부를 행정자치부ㆍ국민안전처ㆍ인사혁신처 등 3개의 부처로 분리했다.

안전행정부는 이전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 3개 부처를 행정복합도시특별법에서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두고 19대 국회에 여러 개정안이 제출 됐다. 그런데 행정자치부가 지난해 10월 국민안전처와 해경을 세종시로 이전하기로 고시한 것이다.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 등은 이를 국회법 위반이라고 했다.

정부재정법 위반 논란은 지난해 국회가 해경 이전 비용을 처리하지 않았고, 또 대규모 재난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정부가 국무회의 의결로 정부 예비비를 이전비용으로 사용케 한 것은 정부재정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위헌 논란은 2004년 헌법재판소가 '행정수도' 이전을 위헌이라고 판결한 것을 토대로, 내치와 외치를 담당하는 중앙부처에 해당하는 국민안전처를 수도 서울에서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 또한 위헌이라는 것이다.

헌재의 행정수도 위헌 판결 이후 제정한 행정복합도시특별법은 '내치' 또는 '외치'와 관련한 부처를 제외한 나머지 부처를 세종시로 이전하기로 했다. 그래서 치안과 안전 등 내치를 담당하는 안전행정부는 이전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부 부처 중 이전하지 않은 것은 주로 외교ㆍ안보ㆍ국방ㆍ치안ㆍ안전과 관련한 부처다. 즉, 현재 국민안전처가 국민안전과 해양경비를 담당하고 있는 만큼, 이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것이다.

'법적, 정치적 대응' 하겠다던 새누리당 '침묵'

인천지역 보수진영 국민운동단체와 진보개혁진영 시민사회단체 37개가 공동으로 구성한 ‘해양경비안전본부 인천존치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는 정부가 지난 1월 19일 국민안전처 세종시 이전에 예비비를 투입하기로 하자, 법적 대응을 불사하고 총선에서 심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해경 이전 인천지역 보수진영 국민운동단체와 진보개혁진영 시민사회단체 37개가 공동으로 구성한 ‘해양경비안전본부 인천존치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는 정부가 지난 1월 19일 국민안전처 세종시 이전에 예비비를 투입하기로 하자, 법적 대응을 불사하고 총선에서 심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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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논리로 인천시와 인천해경대책위, 일부 국회의원, 인천지방변호사회 등은 시민소송단을 구성해 정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고, 총선에 출마한 후보자들에게 입장을 물은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윤상현 후보는 침묵했다.

새누리당 인천시당은 정부가 지난 1월 19일 국무회의 의결로 예비비를 사용해 해경이전을 추진하는 것을 강행하자, '법률적 정치적 대응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당시 새누리당 인천시당은 "예비비 항목에 해경본부가 명시돼있지 않고, 설령 해경본부가 이전한다 해도 실질적으로 집행되기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또한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이 논의 중이며, 지역 국회의원이 제출한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정이 남아있는 만큼, 법률적ㆍ정치적 대응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번엔 침묵했다.

지난해 10월 해경이전에 대한 책임론이 부각하자 윤상현 의원은 "9월 말에 모두 마친 상황이었다. 이미 그(해경본부 이전) 결정이 다시 검토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더 이상 인천에서 갈등과 반목을 조장하는 일이 지속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해명했지만, 책임론은 더욱 확산됐다.

하지만 이 해명은 역설적으로 '윤 의원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인천유권자위원회는 "윤 의원이 이전을 막고자 했다면 이전 계획을 시, 여야 국회의원, 시민대책위 등과 공유하고 대책을 수립해야 했다. (윤 의원이) 알고도 방치한 탓에 시와 시민들은 헛물을 켰고, 늑장대응이 돼버렸다"며, 낙선운동으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번에 인천해경대책위 해경존치에 대한 입장을 묻자, 윤 의원은 침묵했다. 인천해경대책위는 "여야가 '안보'와 '경제'를 화두로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윤상현 의원은 '해양경찰 해체'와 '해경 이전'이 야기할 국가안위, 시민안전 그리고 해양주권수호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한 뒤, 새누리당과 윤상현 후보에게 입장표명을 촉구했다.

해경해체 후 늘어난 중국어선, '해양경찰청' 부활해야

연평도어촌계는 겨우내 잠잠하던 중국어선이 3월 달부터 들어오기 시작해, 4월 6일 현재 NLL(=북방한계선)인근 수역에 170여척에 달하는 어선이 진을 치고 있다고 했다. 사진 가운데 섬은 북한 갑도이고, 그 앞 NLL(북방한계선) 인근에 늘어서 있는 게 중국어선들이다.
▲ 연평도 연평도어촌계는 겨우내 잠잠하던 중국어선이 3월 달부터 들어오기 시작해, 4월 6일 현재 NLL(=북방한계선)인근 수역에 170여척에 달하는 어선이 진을 치고 있다고 했다. 사진 가운데 섬은 북한 갑도이고, 그 앞 NLL(북방한계선) 인근에 늘어서 있는 게 중국어선들이다.
ⓒ 사진제공 연평도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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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이전 논란 속에도 '꽃게철'이 시작됐고 어김없이 중국어선이 찾아 왔다. 연평도어촌계는 겨우내 잠잠하던 중국어선이 3월부터 들어오기 시작해, 4월 6일 현재 NLL(북방한계선)인근 수역에 170여 척에 달하는 어선이 진을 치고 있다고 했다.

중국어선은 남쪽 수역에서 밤샘 조업을 하다가 낮에는 NLL 경계에 정박하고, 또 우리 해경이 단속하면 북쪽 수역으로 넘어간다.

2014년 11월 우리 정부가 해양경찰청을 해체한 뒤, 중국어선 조업은 더욱 증가했다. 2014년 월 평균 3800여척 출몰했던 서해 NLL 지역 중국어선은 지난해(11월 기준, 국민안전처) 월 평균 4900여 척으로 증가했다. 1년 사이 28%, 한 달 평균 1000척 넘게 증가했다.

중국어선이 크게 늘었지만, 정부가 단속한 중국어선 수는 감소세다. 서해에서 불법조업을 하다 적발된 중국어선은 2011년 435척, 2012년 420척, 2013년 413척, 2014년 259척으로 줄었고, 지난해도 6월까지 158척을 나포하는 데 그쳐 예년 수준을 크게 밑돌았다.

해경이 해체되고, 본부마저 세종시로 이전하게 되자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행정자치부는 해경본부가 이전을 해도 헤드쿼터(본부) 역할을 하고, 해상 치안은 중부해양경비본부가 맡을 것이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지난 3월 중부해경본부장의 계급을 '치안감'에서 '치안정감'으로 승격하며, 인천지역 여론을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시민사회와 어촌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연평도어촌계 박태원 계장은 "해경본부가 해상 현장을 두고 내륙으로 이전할 경우 현장 상황 파악과 이해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육군이 해군을 지휘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170여 척이 조업을 하지만, 최근 우도 인근에서 1척을 나포한 게 전부다. 궁극적으로는 해양경찰청을 다시 부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해경대책위 관계자는 "분쟁이 발생하는 NLL은 유엔 협약에도 맞지 않고, 한ㆍ중 어업 협정에도 맞지 않고, 영해법에도 없다. 그러다보니 남ㆍ북ㆍ중 간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이 첨예하게 나타난다"며 "해경은 이 해상에서 군사적 충돌을 막는 동시에 우리 수역을 지키는 완충역할을 했다. 꽃게철이 시작되고 중국어선이 늘기 시작했다. 정치권이 해경 부활로, 국민재산과 안전, 해양주권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20대 총선, #해경 이전, #새누리당, #윤상현, #중국어선 불법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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