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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도 지식정보단지 안에 조성하려던 항공 산업 산학융합지구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항공 산업은 민선6기 인천시(시장 유정복)의 8대 전략 산업의 핵심이다. 시와 인천공항공사, 인천테크노파크, 인하대는 항공 산업 육성을 위해 지난해 정책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머리를 맞댔다.

인천이 인천국제공항이라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만, 인천의 항공 산업은 운수 산업과 공항상업(면세점ㆍ복합리조트 등)에만 머물고 있다며, 항공 산업 구조를 고도화하는 방안으로 항공물류ㆍ항공기 정비(MRO)ㆍ항공기 부품ㆍ드론(=무인항공기) 산업 육성을 정책과제로 설정했다.

항공기 정비와 부품 산업 육성을 위해 인천국제공항 옆에 항공정비단지를 조성한 뒤 투자유치로 국내외 정비업체와 엔진제조업체, 엔진부품업체, 정비전문학교 등을 끌어들여 정비 산업을 집적화하고, 경제자유구역 송도지구에 항공 산업분야 산ㆍ학ㆍ연 연구개발 단지를 조성해 정비ㆍ부품ㆍ드론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시는 이를 실현할 구체적 방안으로 산업통상자원부의 산학융합지구 공모 사업에 항공 산업을 특화해 참여하고, 선정 시 국비를 지원 받아 경제자유구역 송도지구에 산학융합지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은 송도 지식정보단지 내 인하대 교육연구 부지 1만 6417㎡(약 5000평)에 산ㆍ학ㆍ연이 가능한 기업연구동과 항공우주분야 캠퍼스를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인천이 산학융합지구에 선정되면, 인하대가 땅을 내고 그 위에 시가 국비(120억원)와 시비(45억원), 민간자본(620억원) 등 약 785억원을 마련해 항공 산업분야 연구개발 업체가 입주 가능한 건물을 짓는다. 그리고 인하대는 그 옆에 약 120억원을 투자해 항공우주공학 분야 캠퍼스를 조성한다는 것이었다.

시는 지난해 12월 산자부가 실시한 1차 공모에 참여하기 위해 준비했다. 그런데 인천공항공사가 사장 공석 상태에 놓이면서 의사결정이 늦어졌고, 인하대 관련학과 교수와 학생들의 동의를 끌어내지 못해 신청하지 못했다. 시는 대신 올해 2차 공모에는 꼭 참여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일장춘몽'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1차 공모에 신청하지 못한 것은 인천공항공사의 의사결정 지연과 인하대 구성원들의 동의 부재가 아니라,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이 처음부터 의지가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시만 헛물을 켠 셈이 됐다.

인천시와 인천테크노파크, 인하대학교가 지난해 11월 16일부터 4주 동안, 매주 월요일 ‘인천 항공 산업 육성을 위한 연속 기획토론회’를 개최했다. 인천시는 지난해 12월 7일 인하대 정석학술정보관에서 종합토론회 열어 기획토론회를 마무리했다.
▲ 인천 항공산업 인천시와 인천테크노파크, 인하대학교가 지난해 11월 16일부터 4주 동안, 매주 월요일 ‘인천 항공 산업 육성을 위한 연속 기획토론회’를 개최했다. 인천시는 지난해 12월 7일 인하대 정석학술정보관에서 종합토론회 열어 기획토론회를 마무리했다.
ⓒ 시사인천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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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학융합지구 사업에 헛물만 켠 인천시

인하대는 지난해 12월 1차 공모를 앞두고 '항공우주공학 분야 캠퍼스를 조성하려면 관련학과 교수와 학생들의 동의가 있어야하는데, 방학 중이라 동의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며 2차 공모를 준비하자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그보다는 인하대가 정석인하학원으로부터 관련 자금 사용의 동의를 얻는 데 실패한 게 더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인하대가 산학융합지구에 항공우주공학 분야 캠퍼스를 짓는 데 사용하겠다고 밝힌 120억원은 대한항공이 절충교역으로 에어버스(100억원)와 지이(GE, 50억원)로부터 받아 학교에 지원하기로 한 재원 중 일부다. 그런데 이 돈을 산학융합지구에 사용하는 것을 정석인하학원에서 거부했던 것이다.

2차 공모를 앞두고 인하대는 지난 3월 29일 시에 '사업 규모를 축소해 산학융합지구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인하대는 학교 재정이 여의치 않은 만큼, 사업 규모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는 이를 이해하고, 사업 규모를 축소해 2차 공모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시가 헛물만 켜는 것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인하대가 발표한 학교발전계획을 보면, 인하대가 산학융합지구에 재원을 반영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시도 모르게 '프라임' 사업에 포함된 산학융합지구

최순자 인하대 총장은 최근 학생들에게 '프라임(=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 관련 학교발전계획을 발표했다. 프라임 사업 관련 대학 구조조정으로 학생들과 갈등을 빚자, 수인선 인하대역 부근 학교 부지에 약 450억원을 투자해 '개교 60주년 기념관'에 준하는 건물을 지어 부족한 공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최 총장은 프라임 사업에 선정됐을 때 나오는 국비 60억원과 정석인하학원 전입금 150억원, 후원금과 기업 유치, 건물 임대 등으로 총450억원을 마련해 이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여기서 논란이 되는 것은 정석인하학원 전입금 150억원이다. 인하대는 당초 이 150억원 중 120억원을 산학융합지구 내 항공우주분야 캠퍼스에 투자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학생들에게는 용현동 캠퍼스 신규 건축비로 사용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인하대는 3월 31일 교육부에 제출한 프라임 사업 계획에 산학융합지구 사업계획을 포함시켰다. 그리고 교육부에 프라임 사업 계획을 제출하기 전에 열린 대학평의원회에 '당초 인하대가 산학융합지구에 내기로 한 금액 중 약 100억원을 시와 인천공항공사가 부담하기로 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시는 그렇게 하기로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시는 "황당하다. 학교 재정이 여의치 않아 사업 규모를 축소하고 인천공항공사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자는 얘기는 오갔어도, 100억원을 납부하기로 확정한 적도, 얘기한 적도 없다"며 "그래놓고 프라임 사업 계획에 산학융합지구를 반영했다고 하니,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고 쓴 소리를 했다.

이와 관련해 인하대 쪽은 "프라임 사업계획에 송도(산학융합지구)에도 건물이 들어서고, 학교에도 건물이 들어서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송도 건물에도 예산이 들어가는 것으로 안다. 대학평의원회에서 그런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하대 비밀리에 프라임 신청 작전 수행

한편, 인하대는 총학생회와 교수회 등, 학교 구성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프라임 사업을 신청했다. 학교는 최종 사업계획 제출에 앞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007작전'에 준하는 비공개 설명회를 지난 3월 28일 진행했다.

인하대는 이 설명회에 사전에 신청한 재학생만 참석시켰다. 수백억원에 달하는 지원금이 달려 있는 만큼, 다른 경쟁 대학들에 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학교 쪽은 설명했다.

인하대가 제출한 프라임 사업 계획은 문과대학과 예술체육학부를 인문예술대학으로 통합하고, 생활과학대학의 식품영양학과와 소비자학과, 아동학과, 의류디자인학과를 자연과학대학과 사회과학대학, 인문예술대학으로 편입하는 등, 기존 10개 단과대학 2개 학부를 8개 단과대학 1개 학부로 개편하는 구조조정을 포함하고 있다.

이 프라임 사업 계획은 인문계열에 속하는 문과대학과 사범대학의 정원을 축소해 공과대학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인하대가 산학협력 선도대학 등 각종 국비를 받는 사업에서 탈락하고, 재단 지원마저 어렵게 되자, 최 총장이 무리하게 추진하는 사업이라는 평가가 많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시, #인천항공산업, #인하대, #정석인하학원, #산학융합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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