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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셋을 기다리는 여행자들
▲ 함피 선셋을 기다리는 여행자들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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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를 끊을 때부터 복선이 느껴지는 과정이긴 했다. 함피에서 케랄라 주의 바르칼라까지 가는 루트가 용이하지 않았다. 가장 흔하게 이용하는 노선이 모두 매진이었다. 그러나 이미 역까지 나온 마당에 그렇게 돌아설 수는 없어서 자세히 알아보았다. 그리 친절하진 않았으나 진심이 담긴 다양한 정보를 제공했던 직원은, 여행객들이 자주 이용하는 노선은 아니지만 좀 돌아가도 괜찮다면 길이 없는 것도 아니라 했다. 그렇게 함피와는 마지막이었다.

늘 그렇듯, Upper Sleeping (침대칸의 윗 칸) Class로 표를 끊었다. 왔다 갔다 하는 남들의 눈높이에 있는 아래 칸보다는 윗 칸이 오르고 내려야 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취침시간에도 그렇고 심리적 안정감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노선이 아니라 그런지 떠나기 전, 기차역의 플랫폼엔 외국인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take away라고 주문했더니 가지런히 신문지에 싸서 주었다.
▲ 기차 역에서 구입한 점심식사 take away라고 주문했더니 가지런히 신문지에 싸서 주었다.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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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내려와서 앉아 가요."

아래층에 앉아 있던 중년 남성들 중 한 명이 말을 걸었다. 보통 취침시간이 아닐 때는 윗 칸의 표를 가진 사람이더라도 모두 함께 앉아서 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거기서 뭐하우? 거기 내 자린데?"

그가 또다시 얘기했다. 그의 말을 듣고 주머니의 표를 꺼내, 좌석의 번호와 비교를 했다. 이나 이게 웬걸... 막상 내 자리가 맞다고 생각했던 그 윗칸에 둥지를 틀고 보니, 내 자리가 아니었다. 분명 UPPER CLASS로 달라고 했건만 어찌 된 일인지 내 좌석은 아래 칸이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는 꽤 큰 난관이었다. 마음이 어느 정도 편안하지 않으면 깊은 잠에도 빠질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기차 안의 침대 칸 자체가 깊은 잠에 빠질 수 없는 시설이긴 하지만)

상점의 바나나 진열 방법
▲ 바나나 상점의 바나나 진열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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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 밤에 제가 여기서 자면 안 될까요? 부탁드려요."
"음... 그러시우."

조금 시간을 끌다 대답을 한 것으로 보아, 그도 방해 받지 않는 윗 칸을 선호하는 것 같았지만 낯선 이의 청을 무시하지 않고 흔쾌히 양보해주었다.

인도 또한 주위 사람들에게 권하기도 하며 식사를 하는 정겨운 문화다.
▲ 기차 안의 식사 인도 또한 주위 사람들에게 권하기도 하며 식사를 하는 정겨운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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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중년 남성 무리들과 대화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들은 영어로 소통이 어려웠고, 나는 힌디어로 소통이 어려웠던 탓이다. 그러나 옆 좌석의 노부인의 도움을 얻어 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어디서나 특이한 것이 있으면, 소재가 모아지는 법이다. 우리 좌석을 비롯, 옆 좌석은 이방인 한 명과의 소통으로 대동단결되었다.

"네 저는 한국에서 왔고요, 인도를 여행중이에요. 델리부터 바라나시, 자이푸르, 고아 등을 거쳐서 지금은 바칼라를 가는 중이에요. 아이고, 델리에서는 어찌나 추웠는지, 저는 인도가 따뜻할 거라는 막연한 생각만 했거든요?"

아름다운 바칼라의 선셋
▲ 선셋 아름다운 바칼라의 선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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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꽤 심하기도 한 곳. 수영을 하다가 목숨을 잃는 관광객도 있었다.
▲ 바칼라 해변 파도가 꽤 심하기도 한 곳. 수영을 하다가 목숨을 잃는 관광객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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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한 마디가 끝날 때마다 작가라는 그 노부인은 능숙한 영어로 대꾸를 하고는 사람들에게 통역을 해주었다. 한 마디가 끝날 때마다, 사람들은 눈빛을 반짝이며 동요하고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아니 그럼 혼자 여행하는거유?"

좌석을 양보해준 남성이 노부인을 거치지 않고, 'Alone?'이라는 단어로 짤막하게 물었다.

"네. 오랜 기간을 여행 중이라 그렇게 같이 시간을 맞춰 올 수 있는 친구도 드물고요, 근데 신기하게 바라나시에 한국에서 온 여행자들이 엄청 많더라고요."

이방인에게 친절했던 인도 남성들.
▲ 자리를 양보해준 승객 이방인에게 친절했던 인도 남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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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라는 것이 참 신기한 것이 물론, 그 노부인이 통역을 해줘서 잘 통하기도 했지만, 그 이후에도 우리는 서로 공통된 언어를 사용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대화가 통했다.

수다를 떨었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자리를 양보해 준 그 중년남성의 아주 기초적인 영어단어만 가지고도 우리는 꽤 여러 이야기를 공유했던 것이다. 언어는 과히, 관심이라고 할 수 있다.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의 관심이 그 대화의 성공여부를 좌우한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전화번호까지 공유를 했다.

물론 인도에서 그 아저씨에게 전화가 온 적은 없지만 말이다. 나의 실제 전화번호를 준 것을 보면 나도 그 아저씨의 말을 잘 이해했던 것처럼 그렇게, 마음을 열었던 것 같다.

해변 앞의 절벽이 인상적인 곳이다.
▲ 바칼라 해변 해변 앞의 절벽이 인상적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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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남부의 해변답게 기타 플랫폼 안에여행객들을 위한 인포메이션 센터도 있다.
▲ 바칼라 역 따뜻한 남부의 해변답게 기타 플랫폼 안에여행객들을 위한 인포메이션 센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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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덧붙이는 글 | 2013년 12월부터 2014년 2월에 걸친 인도의 종단여행을 바탕으로 합니다. 현지 장소의 표기는 현지에서 이용하는 발음을 기준으로 합니다.



태그:#인도 바르칼라 바칼라, #인도 남부 께랄라 주, #인도 남부 해변, #세계여행, #인도배낭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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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를 담은 사진에세이 [same same but Different]의 저자 박설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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